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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어떻게 죽을 것인가

by 뽀야뽀야 2020.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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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정말 보고 싶었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그런 책인데

저자도 의사이고 저자의 아버지도 의사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죽음에 대처할까.

궁금했었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 인간은 모두 힘없이 나약한 존재가 된다는 걸

슬프지만 받아들여야하는 순간이 온다.

그런 순간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는 책이다.

사람의 상태를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다.

1.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

2.몸은 괜찮은데 마음이 불안한 상태.

3.요단강 건너편에 안착한 상태.

1과 3은 그다지 논란의 여지가 없다.

2가 문제가 되는 것인데

2가 되기 전에 우리가 해야할 일이 있다.

DNR 동의서를 쓴다던지 하는 기술적인 일도 있지만

(*DNR 동의서:Do Not Resuscitate의 약자.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

그보다도 죽음에 대해 보다 심도깊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죽고 싶다.

라는 청사진 말이다.

나는 이런 저런 일을 위해서라면 고통스러운 치료도

감내할 수 있겠다 라는 다짐.

내가 지금 가장 걱정되는 일 몇 가지.

꼭 해결했으면 하는 일 몇 가지.

등등...

내가 이 책을 아빠가 아프실 때 접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시간은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법.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 나이드신 분들과 함께 살고 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발톱의 상태이다.

단순히 발톱이 어떤가 하는 문제라기 보다는

발톱을 가꿀 수 있을 정도로 허리가 굽혀지고 

유연성이 있고 뱃살이 그다지 나오지 않았으며

관절에도 무리가 없는지 등의 요인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맞서 싸워야 할 것이 3가지 있는데 바로

1.무료함

2.외로움

3.무력감

을 말한다. 

생각해보면 특별한 날에만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러 가곤 했는데

그 때마다 그 분들은 소일거리조차 하고 있지 않는 듯 보였다.

도대체 그 많은 시간을 뭘 하며 보내시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저 3가지와 꼭 맞서서 이겨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대책이라도 세워봐야 한다.

또한 내가 저 3가지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삶의 질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요양원의 이미지를 깨 부순

개혁이 일어나는데 바로 '어시스티드 리빙' 이라는 개념이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부모님께서 거동이 불편하신 경우에 

넘어져서 다치실까봐, 또는 돌봐드릴 심적 금전적 여유가 없다보면

안전과 보호를 우선시 하다보면 요양원을 떠올리기 쉬운데

그 곳의 대안으로 어시스티드 리빙이 만들어 졌다.

바로 연속성 있는 보살핌을 실천하는 곳이다.

이런 개념의 바탕에는

인간은 사생활과 공동체의 욕구가 있다고 가정한다.

병원이 아니라 집이라는 느낌을 주도록 하는 일이다.

 

또한 동양에서 말하는 카르마 라는 게 있는데

이는 일어나도록 되어있는 일은

결국 일어나게 되어있다는 것을 말하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슬프게 만든 단어이다.

 

또 잊히지 않는 것이 

아르스 모리엔디라는 것이다.

이는 죽는 기술을 말하는 것인데 

죽음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 널리 읽혔던 전설같은 책이라 한다.

죽음에 대한 책은 앞서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도 살펴 봤는데

이번 책은 호스피스 서비스에 대한 편견과 존엄사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그런 내용으로 되어있다.

 

이 책은 의사로서 저자가 지켜본 환자들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자신의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 본 후에

어떤 방식이 더 환자들에게 유익한지.

설명을 나열하고 선택권을 넘기기보다는

미리 알아채고 안내 해줄 수는 없는지.

이런 저런 일들을 고민하며 쓴 책이다.

 

어쩌면 환자들의 병실을 비우고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이런 책을 쓴 게 아닐까 의심도 했었다.

하지만 스스로 죽음을 겪어본 사람은 없다.

겪었다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테니까.

그런 존재인 우리가 죽음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 이 책을

마냥 의심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마약성 진통제를 쓴다면 죽음은 훨씬 가까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벌어들인 잠깐이라는 시간동안 

우리는 더 값진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는 일이다.

또한 아무 준비없이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말한

1에서 2로 그리고 3으로 가는 길은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고

시기가 늦던 빠르던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고 논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지금이

가장 대화하기 좋은 때다.

평소에 가족과 산책하며 

또는 거실에서 식사하며 실없는 얘기와 

TV 속 누군가를 향해 쓸데없는 비난을 보내기 보다는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자.

다시 미식축구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면

닥쳐올 고통도 참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책 속의 한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우리가 원하는 사소하고도 중요한 무언가를

나만이 알고 있기 보다는 모두가 알고 있어 주는 것이

마지막 순간의 선택을 자유롭게 만든다는 걸 잊지 말자.

뽀야도 엄마와 산책할 때, 동생과 이야기 나눌 때 

이런 화제를 많이 선택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기분이 많이 가라앉아있을 때는 이런 대화를 꺼내는 것이

세상에 관해서 비관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그건 자신의 대화 기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둘러대지 말고 핵심에 다가가야 한다.

'자다가 죽었으면......'

그런 말보다 한 발 더 나아가면 

마음 속에 꼭꼭 숨겨 놓은 나만의 죽음 준비록이 있을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인생 준비록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삶은 시작부터 끝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니까.

자꾸 죽음, 죽음 얘기 꺼내서 불길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 사회적인 터부에서 오는 장애물이다.

이제는 사석이나 공석에서나 편하게

우리가 대화 나눌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러다 보면 보다 좋은 방법이 나올 것이고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더 좋은 대안들이 쏟아져 나와서 

우리는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을 생각한다면 더욱이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불확실성의 연속이지만

우리의 마지막 만큼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완충장치를 넣는다는 기분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이렇게 저렇게 다가오는 죽음의 위협 속에서 

아름답게 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대화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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