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끄 상뻬의 그림책이다.
동생이 홍조로 고민하고 있을 때
뽀야는 말 없이 이 책을 건네 주었다.
사실 제목에서 크게 와닿았다.
그 당시에 동생도 얼굴이 자주 빨개져서
엄청 고민을 했었기 때문에.
사실, 사춘기 아이들에게 홍조란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얼굴 붉힐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리고 동생과는 책으로 대화를 하는 편이다.
굳이 긴 말 하는 것보다도
책 한 권 선물해주는 게 더 깊이 있게 온다고나 할까.
특히 감동 받았던 책 선물은
내가 많이 힘들었을 때 동생이 건네 준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라는 책이었다.
그 당시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어내려가기 힘들 정도로
집중력이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런데 책 표지에 번역가의 이름을 본 순간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말았다.
류시화.
이 분이 누구신가.
동생은 어떻게 그 분을 알았을까나.
류시화 님의 시집을 2권이나 가지고 있는 나는
류시화 시인 님의 시를 참 좋아한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첫 만남이었다.
그 당시의 내 모습과 너무 닮아 있기도 하고 해서 푹 빠졌었다.
그리고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라는 시집.
동생이 내 방에 들어와서 책꽂이의 책을 스캔했을 확률 80%.
그리고 호오, 시집? 하면서 펼쳐 봤을 확률 75%.
그리고 힘들게 힘들게 류시화님이 쓴 책을 찾아보았으나
번역 서적밖에 찾지 못한 거겠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게 그리 어려운 일 아니다.
이렇게 사소한 거 하나 가지고 사람 마음은 쉽사리 요동친다.
만약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어 안달난 사람이 있다면
꼭 전해 주고 싶다.
그 사람의 책장부터 살펴보라고.
그 사람이 자주 읽는 책들이 어떤 것인지 찾아 보라고.
분명 넘치는 사랑으로 답할 거라고.
그리고 나는 뒤이어
자주 분노에 휩싸이는 동생을 두고
틱낫한 스님의 책인 화에 휩쓸리지 않는 연습을 선물하게 되는데......
동생이 받아 들고 너무 웃어서
민망했던 기억이다.
이렇게 작은 관심이 가족간의 한 마디 대화를 더 만들어내고
벌어졌던 틈 따위를 사랑으로 메워 버린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동생이 선물해 준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이 책 정신 차리고 완독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시도해 보려고 하는데 자꾸 해야할 일들이 생겨나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현대인들이 이렇다.
책 하나 차분하게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
오늘은 조용히 책을 펴고 앉아
허리를 곧추세우고 들숨 날숨을 쉬어 본다.
당신의 사랑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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