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죽음'에 대해 너무 모른다.
입 밖으로 꺼내는 것 조차도 꺼린다.
삶과 죽음은 일직선 상에 있는데
이쪽에서 시작해서 저쪽으로 언젠가는 가게 되는데.
왜 아무런 준비를 할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데서 이 책은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안 그래도 축축 처질 것 같은 이야기를
나는 매일 저녁 10시를 기다리며 조금씩 조금씩 읽어 내려갔다.
저녁의 고요한 때.
독서대 앞에서 이 책과 마주하며 오롯이 보낸 나만의 시간.
아마 아무리 빨리 이 책을 접한다고 해도
죽음에 있어서의 자기결정권을 쥐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다 아는 얘기지만 쉬이 실천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래도 아예 모르는 것과 아는데 실천할 수 없는 것은
차이가 있다.
모른다면 너무 갑작스러울 것이다,
자신에게 닥치는 모든 일들이 질병이 아니라 노화이고
살아있다면 언젠가 맞이하게 될 일이라는 것이.
나이를 먹는 것 처럼 당연한 일인 것인데.
죽음은 고압적인 자세로 항상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이제는 높은 단에 모셔져 있는 그녀석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녀석을 삶으로 끌어내려야 하고
언제나 우리 곁에 무섭지만 존재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되겠다.
그렇기에 우리는 멀리하고 두려워했던 그 존재를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가 있어서 한번 보았다.
바로 스틸 앨리스(2014)이다.
이 영화가 극장에 걸렸을 때
뽀야는 '외국영화는 다 뻔해~'하며 걸렀었다.
정말 나에게 닥치지 않는 한 전혀 관심 없는 분야라는 건데.
조발성 알츠하이머 병을 소재로 하고 있다.
어떻게 젊고 유능한 여성이 변해가나를 보여주는 영화이고
속도감있게 전개되고 너무 신파도 아니다.
그 때 극장에서 보았다면 정말 좋았을 걸.
요즘같은 시대에는 극장 이라는 말도 옛말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영화를 자주 보라고 했었는데.
그냥저냥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나를 재발견하고
경로설정을 도울 수 있다며.
이것도 반두라의 관찰학습에 해당하는 건가......?
우리 삶의 범위가 없듯이
한번 보거나 들어 놓으면
언제라도 가용 지식이 될 수 있다.
내 지식을 항상 ON상태로 놓을 수 있도록
촉발제가 되어 줄 그런 많은 예술 중 하나였다.
때로는 음악이 되기도 하고
어쩔 때는 그림이 되기도 하고
요번에는 책과 영화가 그러했었다.
잘 살고 있는(줄 알았던) 나를 다시 확인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간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질병이라는 게
맞서 싸워야 할 때도 있지만
그냥 흘러가게 놔둬야 할 경우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럴때는 질병이 아니라 노화의 한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버킷리스트를 적어보고
실천해봐야겠다.
절대 이른 일이 아니며
나중에 후회하기 보다는
지금을 충실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
국민연금 공단 지사에 가서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도
작성하러 가야 하는데.
미이라가 되어 영생을 사는 것을 피할 이유가
한가지 만은 아닐 게다.
한정되어 있기에 아름다운 게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끝을 알고 시작해 버리면 김샌다고들 하는데
끝을 알기에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고
뽀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실내 자전거 바퀴를
흐느적흐느적 돌리면서
후두둑 후두둑 땀을 흘리면서
살아있다는 걸 실감하고
또 씻고 나면 개운하고
기분이 몽글몽글 녹아든다.
그리고 찾아오는 나른함을
온몸으로 저항하며 이겨내려 애써 본다.
9시 취침은 머나먼 예전 일 같다.
요즘엔 다시 10시 취침으로 돌아갔거든.
아무것도 안하고 그 시간까지 버티는 건
좀이 쑤시지만
이제는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명상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기도 하며...
뭐 할 거 많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어서
유용하게 사용하자.
안 그래도 푹 자는데
요즘은 피로감과 하루일과를 무사히 달렸다는
안도감이 밀려와서
잠이 더 잘 온다.
사소한 습관을 바꿨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잠자리에 드는 일에 의무감은 없어지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아끼고 사랑하자.
과거의 나를 초석 삼아 나를 갈고 닦자.
이렇게라도 써놓으면
나중에라도 보고 뜨끔하겠지.
음, +가 되는 방향이라면 좋겠다.
초긍정마인드가 필요한 시대인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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