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 얼굴 씻다가 거울을 보는데
오른쪽 턱 아래에 못보던 녀석이 돋았다.
뾰루지......오랜만이다?!
어제 저녁은 치열한 전투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뽀야가 부비적 거리는 베개.
자꾸 더러운 손으로 만지작.
취침 시 크림의 과다사용.
원인은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
중요한 것은 여기 뽀야 얼굴에서 전투가 발생했고
그 상흔이 뾰루지라는 것이다.
이야. 잘 막아냈구나. 뽀야 면역체계여.
그래도 사체 처리반 빨리 빨리 못 움직이나?!
이게 뭐니! 아침부터~
참고로 바스포 연고는 나와 오랜 인연이 있는 녀석이다.
집 앞 마트 속의 약국은 거의 24시간 영업이라 그런지 몰라도
다른 약국보다 조금 가격이 비싸다.
사진 속 연고가 4000원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요즘과 같던 어느 가을에
동아리 공연 광고 홍보지를 배부하러
학교 앞 가게들을 돌고 있을 무렵.
뽀야는 이상하게 그날따라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가려고 그랬던 것 같다.
또 바구니 달린 자전거가 너무 멋져보여서
훌쩍 타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 정문은 급경사로 꽁꽁얼면
눈썰매 타기 딱좋은 그런 지형이다.
위에서부터 가속하기 시작한다.
페달을 미친듯이 밟고 엉덩이는 들썩들썩
그리고 정문 앞을 지나는 버스가 보였을 때
그 순간 이후로는 기억이 별로 없다.
급 브레이크를 잡았던 것 같다.
차에 치이느니 바닥에 갈자...! 그런 마음이었나보다.
예상대로 얼굴이 바닥에 강판에 무갈듯이 갈렸다.
뺨에는 울긋불긋한 타박상이.
뒤따라 뛰어오던 동아리 친구들의 얼굴은 벙쪘다.
[쟤 뭐야...무서워.]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긴 줄 앞에서
자전거 엎어짐 쇼를 담당한 뽀야는 쪽팔린 거 모르는 사람이라
아무렇지 않게 무릎 툭툭 털고 화끈 거리는 뺨을 쥐고
먼저 집에 간다며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아플 때면 생각나는 건 역시 부모님 밖에 없더라.
동아리 선배 언니들이 내 상처를 많이 걱정했다.
데리고 근처 약국에 들어가서 요목조목 특이한 약들을 챙겨 나왔다.
일단 응급치료는 마치고 아빠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차를 타고 가면서도 잔소리를 왕창 들었다.
너는 뭐하는 애가 동아리에서 드럼을 부숴야지 얼굴을 부수고 있냐며
다음부터 절대 자전거 금지!! 라는 무서운 말도 함께.
사실 동아리에서 일어난 사고라 과 아이들은 내게 무슨 일이 생긴건지 전혀
몰랐을 거다.
다음날 거대한 메디폼을 뺨에 붙이고 터덜터덜 걷는데
수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쟤 누구랑 싸웠대.]
[뭐야, 뭐야 웬일이래.]
증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궁시렁)
메디폼은 효과가 별로 없어서 더 밀착력이 좋은 아리노 라는
습윤밴드를 찾아내서 뺨에 붙이기를 한 보름쯤?!
지금이야 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처지만
그 때 만난 것이 바로 바스포였다.
진한 상처에 바르면 딱지가 앉을 틈도 없이 나아버린다.
잘 알려진 후시딘이나 마데카솔보다 좋은 것 같다.
뽀야의 벌겋게 까진 뺨대기를 보면서 얼마나 언니들이 놀랐을지.
산재 일수도 있었던 사고(?)여파에
그 날 이후에 나는 무모함의 대명사로 자전거 반경 1m 접근금지령을
선고받았다.
그 후에도 계속 동아리방 한 켠에 자전거, 킥보드가 놓여있어서
질주본능을 억누르느라 너무 힘들었다.
사실 자전거 사고 이전에 킥보드를 하도 타서
언덕위로 킥보드 끌고 올라갈 때
발목에 킥보드 발판이 부딪쳐서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했다.
공부하라고 간 대학교에서 나는 왜 자전거와 킥보드를 즐겨타고
또 다치고 그랬는가......(바보)
바스포 네가 없었다면
지금 안그래도 울긋불긋 거뭇거뭇
드러운 내 면상이 더 보기 싫어졌을지도 몰라.
정말 고맙다.
바스포 FNS~
무슨 뜻이냐고?
FOUR AND SUN이다.(사랑해)
그러니까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