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국물을 넉넉히 넣어 목막힘이 없는 열무비빔국수이다.
어린 열무로 담가서 질기지 않고 상큼함이 살아있는 열무를 본 순간.
이건 국수 각이지! 하고 달려들었다.
다른 국수는 어떻게 만드는지 잘 모르지만.
우리집에서는 이러하다.
우선, 소면을 삶는다.
대략 국수를 세웠을 때 500원짜리 동전에 들어갈 정도가 1인분이라 치고.
4분정도 삶아 준다.
체에 밭쳐서 찬물에 헹궈주고.
면에다가 양념을 하는데 간장과 설탕으로 단짠단짠하게 비벼준다.
간장과 설탕의 비율은 이것도 엄마계량법이라 대충인데.
대략적으로, 1:1정도로 넣어준다.
그리고 나서 김치국물을 자박하게 부어주고 열무를 올려주면 완성.
잘 섞어서 먹으면 된다.
국물이 있어도 비빔국수이다.
먹다보면 국물이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맛있고 기픈 맛이 느껴지지.
잘 익은 김치에 한해서만 그렇다.
밥 먹기 물릴 때, 특식이 먹고 싶을 때.
손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국수라서 좋다.
많이 먹어도 소화가 빨리 되어 가벼운 한 끼 식사가 되는 국수.
그러고 보니 더 먹고 가(2021)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오랜만에 YB의 노래하는 윤도현과 소울 대부 바비킴이 나왔더라.
닭개장을 만들어 먹는데 와, 저건 찐이다. 싶을 정도로 비주얼이~
또 계절감을 주기 위해 매화 꽃송이를 음식에 활용했는데.
너무 예쁘더라....보는 내내 침 줄줄.
빼놓을 수 없는 라이브도 보여주었는데.
사랑 two를 부르는데 사상 첫 MR 라이브였다고 하니.
역시 윤도현은 밴드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출연 소감에 대해서는 진한 하루였다던 도현의 말이 귓가에 오래 머물렀다.
코로나로 인해 무대가 줄고, 그로 인해 팬들과 대면 소통이 어려운.
이런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시고 또 좋은 음악 들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했다.
참고로 방송에서는 바비킴의 아버지께서 악기 연주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는데.
부자간의 사이가 좋아 보여서 되게 보는 사람이 흐뭇하더라.
바비와 도현의 티키타카도 좋았고...
나는 또 아빠 생각에 빠졌다.
도현의 아버지께서는 기타를 줄곧 치곤 하셨는데.
세탁소를 운영하시며 주로 트로트 음악을 즐기셨다고 했다.
아빠도 집에 계시는 날이면 방에서 트로트가 꽝꽝 울려 퍼졌었는데.
아빠와 나의 접점은 음악이었는지도 모른다.
장르는 달라도.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밴드 YB의 노래를 챙겨 들으셨다.
그리고 차에는 항상 윤도현의 노래가 준비되어 있었었고.
그런 사소한 배려와 음악을 공유하고 있다는 꽉 찬 만족이 함께 했었는데.
엄마는 나랑 음악 성향이 정 반대라서 또 서로에게 맞춰줄 기력도 없어서(ㅋ)
우리는 음악에 있어서는 평행선을 걷고 있다.
저녁이 되면 방 한쪽에 마련해둔 가족사진이 있는 공간에서.
저녁문안과 함께 하루 있었던 일을 마음속으로 아빠께 말씀드리곤 하는데.
사진으로밖에 만날 수 없다는 것이 나를 허하게 만든다.
이제는 아무때나 불쑥 눈물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슬픔은 뺴곡하게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항상 말을 꺼낼 때에 버릇인 아빠,아빠 하고 두번 건네는 그 말이.
가슴 시리고 처연한 나와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는 아빠가 대비되어서.
더 가슴 아프다.
제대로 된 가족사진도 아니고, 전주 여행갔을 때 찍은 하필이면 흑백사진.
몇 년 전이기는 해도 아빠가 자주 입던 옷을 입고 찍은 그 사진이.
참으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우리가 육체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정신만은 이어져 있을 테니까.
잊지 못하고 잊지도 않을 거니까.
모든 걱정 고민 내려놓으시고 다만 편히 쉬시라는.
그런 맨날 비슷한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
아빠는 열무를 참 좋아하셨었다.
잘 익은 열무김치 하나 있으면 밥 한 공기 뚝딱이었지 뭐.
아빠 밥상에서 김치가 빠진 적은 없었다.
여름이면 항상 열무가 그 자리를 점령했었지.
그래서 열무김치를 보면 아빠가 떠오른다.
사실 내 주변의 사물 중에 아빠가 떠오르지 않는 물건들은 거의 없다.
매일 운동할 때 사용하는 블루투스 스피커도 아빠 애장품이며.
내 방 옷장에는 아빠가 아끼던 셔츠가 즐비하다.
모든 것을 잘 버리지 못하는 내가.
아빠를 비워내야 하는 현실에 적응하기가 참 힘들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마음은 한 발짝 늦어서.
미러볼이나 무드등을 꼭 사고 싶다.
아빠가 언젠가 사서 나와 같이 즐기고 싶어 했던 그 물건.
우리, 서로 좋아하는 노래 번갈아 들으며 어둔 공간을 환하게 비추고.
우리 마음속에 끼어있는 앙금도 흩어버리고.
그럴 수 있었는데.
그 땐, 그렇게 하지 못했다.
미러볼을 갖고 싶다던 아빠에게 핀잔을 주던 바보 같은 나였다.
그래서, 엄마가 하자는 건 두말하지 않고 실행하자고.
그래야만 한다고.
동생은 내게 당부했다.
엄마 말에는 토를 달지 말자고.
그랬는데 실천이 잘 안된다....(T.T)
그래서 덜 부딪치려고 아침 기상시간을 늦췄었는데.
요즘 다시 회복중이다.
여전히 아침 6시 기상은 어렵고 힘들지만.
오늘은 7시에 일어났지만.
잘 할 수 있어.
열무비빔국수 한 그릇 알차게 먹고.
또 할 일 해야지.
아빠와의 추억과 모든 기억을 담아.
맛있게 후루룩 먹어야지.
비빔국수는 집에서 말아 먹는 게 제일이다.
덜 자극적이고 순수하게 달콤한 이 맛이 으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