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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목삼겹

by 뽀야뽀야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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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많은 요즘 딱인 목삼겹이다.

그냥 삼겹보다는 살코기 부분이 많아서 더 씹는 맛이 좋다.

대략 5-6조각인데 약 14000원가량 들여서 샀다.

그리고 곁들여 먹을 채소는 민들레 무침이다.

고추장 양념으로 새콤달콤하게 무쳐보았다.

 

요즘 먹은 음식은 아니고, 좀 예전 사진인데.

그래도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은.

고기류는 포만감도 좋고 왠지 마블링이 아름다워서 기록하고 싶으니까.

삼겹살이 금겹살이 된 건 슬픈 일이다.

예전에 주머니 사정 가벼울 때 쉽게 먹을 수 있던 고기가 삼겹살이 아니었던가.

생삼겹살은 물론 맛있고 냉동 삼겹살도 지글지글 구우면 다 맛있어 진다.

엄마가 삼겹살을 너무 좋아해서.

우리는 자주 삼겹살을 먹곤 했었다.

그런데 일반 삼겹살보다 목삼겹살이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다 보니.

목삼겹을 많이 먹었었지.

소고기는 간장양념에 적셔서 파채랑 같이 먹고.

돼지고기는 쌈장에 찍어서 쌈채소랑 같이 먹는 게.

거의 고기의 정석 처럼 되어있었다.

질감이 폭신폭신한 목삼겹을 먹으며 드는 생각은.

우리가 좀 둔하고 많이 먹는 사람에게 [이 돼지야!]라고 하는 놀림조의 말.

그게 생각났다.

이제 돼지라는 말은 욕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꿀돼지, 삼겹살 다량 보유, 지글지글 통구이까지.

사랑스러운 녀석이 아닌가?!

분홍빛 살결도 귀엽다네(하트)

 

불판을 점령하는 집게과 가위의 달인이 집에 같이 산다.

불판 앞에서는 항상 지도자가 되지.

고기가 익는 틈을 봐서 잘게 똑똑 자르고, 뒤집고.

잘 익으면 불판 가장자리에 진열해 놓고.

쉬지 않고 불판위를 오가는 집게와 가위.

 

사실 뽀야는 불친절한 식탁매너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정말 공주님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식사가 오는 걸 기다렸지.

수저도 놓고, 빈 컵에 물도 따르고 물수건도 나눠주고.

그런 작은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

아마도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바꿔나갔던 것 같다.

눈치라는 게 없는 사람이었는데.

물론 지금도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지.

윗사람의 눈치를 보고, 동료와 어울리고 하는 그런 사회성이.

생겼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퇴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불판에서 열성인 동생을 보면서 녀석 참 잘 컸네.

그런 생각이 불쑥 들더라.

내 앞으로 잘 익은 고기 전달해줘서 그런 거 아님.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동생은 자취를 오래해서 그런지 몰라도.

생활력이 몸에 배어있다.

 

그리고 조금 아쉬운 것은 

돼지고기 보다 소고기를 더 좋아한다는 점.

아무래도 삼겹살 보다는 부채살이나 살치살, 토시살 이런 게 더 좋은가 보다.

그건 나도 그렇다.

한 집안에 이렇게 입맛이 다른 사람 셋이 옹기종기 모여있으니.

잡음이 터질 수밖에.

주말 특식을 먹는 날이면 서로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 하는데.

동생은 항상 치킨이고 엄마는 다수결의 의사를 존중하고.

나는 라볶이를 이야기 한다.

내가 굽힐 때가 많다.

면식하는데 죄책감이 작용하는 걸 수도 있는데.

그래도 기왕이면 동생이 먹고 싶은 거  먹는 게 마음이 편하다.

녀석이 라볶이를 더 사랑해주었으면 하지만.

그런 게 마음처럼 쉽게 변하는 게 아니라서.

 

 

그러고 보니 어제는 셋이서 마음이 일치하여.

간만에 또 육개장을 먹었다.

그냥 육개장 아니고, 차돌박이 육개장이다.

각 10000원씩.

세 그릇 총 3만원이라 배달료가 붙지 않는다.

석박지는 항상 한 개 더 부탁해 놓는다.

하도 시켜서 주소를 외울법도 한데. 

늘 우리집 주소가 새로우신 사장님....

 

그나저나 오른쪽 윗 어금니에 자꾸 음식물이 낀다.

틈이 벌어졌는지 매번 조금 질긴 음식을 먹으면 어김없이.

요새는 혀를 쓰는 법을 터득해서.

혀로 살살 끼어있는 음식물을 빨아들이면 그냥 툭 빠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이쑤시개와 치실을 동원해서 박박 꺼내야 할 때도 있고.

나쁜 치열이 내 생활에 이렇게 불편을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어지간히 불편하다.

 

아빠 계셨을 때는 삼겹살 하면 파티날이었지.

생각해보니까 아빠는 채식주의자였던 것 같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고기를 먹는 그 곳의 분위기와 떠들썩함을 즐기셨던 것 같다.

벌써 내일이면 아빠 떠나신 지 300일이 된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우리는 변한 게 1도 없는데 세상은 이렇게 멀쩡히 돌아가고.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있다.

그리움은 우리가 떨어져 보낸 시간만큼이나. 

아니면 그보다 좀 더 깊어져 가고 있다.

특히, 맛있는 음식 앞에서 아빠와 시간을 많이 가져보지 못했던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반성을 하지.

아빠가 같이 나가는 걸 별로 즐기시지 않아서. 또 바빠서.

엄마랑 자주 다녔었는데.

그런 기억들이 지금 생각하면 아프고, 괴롭다.

그래도 아빠 쓰러지시기 몇 달전의 시간은 무척이나 행복했다.

아마도 의도적으로 아빠가 우리와 함께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듯.

너무 급작스럽게 일을 맞이 하게 되어서.

아무 준비도 없던 우리에게 가장이 쓰러졌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엄마는 회사도 그만두고 간병을 했고.

나는 몇 년동안 매달리던 시험을 접었었다.

동생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다른 길을 선택해야 했었지.

지금은 어떤가 하면....

그냥 그렇다.

이제는 슬픔도 많이 증발해서 괜찮은가 싶은데.

아직도 진지하게 생각에 잠기면 내가 아빠 없이 뭐하고 있는 걸까.

그 때의 나는 최선을 다했을까.

그런 후회들로 범벅이 된 무거운 감정들이 나를 지배하게 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또 다시 모여앉아 목삼겹을 굽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온갖 먼지같은 일들을 떨쳐버리고자.

쌈 크게 싸서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한다.

항상 [지금]에 방점을 두는 생활을 해야 한다.

흘러가버리면 이것도 다 추억이고 후회가 된다.

떠내려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후회하지 말고.

지금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살아내야 하지 않을까.

그런 힘을 전해 주는 음식이 내게는 목삼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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