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사일기

감자전 만들기3

by 뽀야뽀야 2021. 4. 7.
반응형

 

감자전 믹스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감자전이다.

믹스 한 봉에 물 500ml가 중요하지.

계량 컵을 이용해 부어주자.

아마도 증정품으로 우리집에 들어오게 된 계량컵인데.

꽤나 유용하게 여기저기 쓰인다.

 

원래는 목삼겹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사진이 뒤져봐도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엉겹결에 어제 저녁에 먹은 감자전 사진을 투척해 본다.

 

사실, 엄마가 오후에 퇴근하다보니.

부실한 점심 때문인지. 

엄마와 같이 하는 저녁을 충실히 하게 된다.

또 간식까지 먹어대서.

엄마가 퇴근하고 나서 씻지도 못한 채로 계속 음식을 하고.

집에 엄마가 있는 경우에는 우리가 한다고 나서도.

엄마가 설거지며 요리며 나서서 하시니까.

말릴 수가 없다.

 

엄마의 무게라는 게 그렇게 무거운 것인 줄.

최근에 알았다.

엄마라는 이유로 포기하는 것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 새끼들 더 먹이려고, 더 좋은 거 해주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도.

땀으로 물든 셔츠를 벗어던지기 전에.

슬그머니 부엌으로 가서 저녁 요리를 만드는.

그런 부지런한 사람이 우리 엄마이다.

딸내미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제대로 하는 한식요리가 거의 없으며.

보조 노릇도 싹싹하게 하지 못하는 어설픔이 넘친다.

비닐이나 쓰레기가 나오면 제깍제깍 치워야 하는데.

그나마도 멍때리고 있다가 놓치곤 한다.

[너는 멀뚱하게 왜 서있냐?!]

이런 소리 듣기 딱 좋다는 거 나도 아는데.

그래도 주변에서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왔다갔다 하면.

그래도 열에 넷 정도는 할 일을 찾아 한다.

그게 엄마의 성에 차는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엄마는 할 일을 묵묵하게 한다.

후식의 후식으로 은행구이까지 마치고나서.

또 내일을 위한 은행알을 까기까지.

뽀야는 손으로 하는 정교한 일을 정말 못한다.

은행 알 하나도 제대로 까지 못하는 똥손이었던 것이다(T.T)

아까운 은행 부수는 것보다 쓰레기 걷어가고 행주로 바닥 닦고.

그런 일이라도 거드는 게 내 할 일이다.

 

가끔 엄마가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아서.

걱정도 되고, 내가 그 일의 대부분을 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해서 속상하고 그럴 때가 많은데.

차츰차츰 옆에서 거들다 보면 마치 도제를 키워 내듯이

엄마는 나를 키워내지 않을까?

옆에서 보고 듣고 시도하고 하다보면 좀 늘지 않을까?

살림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엄마는 나 없으면 동생 밥이나 제대로 차려 주겠냐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런데 엄마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자취경험이 많은 동생이 나보다 더 살림을 잘해요....

걔는 스스로 김치도 담글 수 있잖여.....

설거지도 음식물 찌꺼기도 남김없이 청소 잘 한다고.

 

그나마 감자전 반죽은 내 담당이라.

감자전을 먹는 날이면 왠지 나도 한 몫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전 뒤집는 거나 예쁘게 굽는 거.

이런 거 손재주가 없어 잘 못하니까.

나에게 시키지 않게 되고, 점점 더 내 뒤집기 실력은 하향평준화된다는.

그런 슬픈 이야기이다.

정말로 집에 있으면서 익힌 거라고는 책 빨리 읽기, 공부하기. 컴퓨터 하기.

이런 거밖에 없네.

그나마도 썩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아아)

 

감자전을 먹으며 신박한 정리(2021)를 보는데 양정원 자매가 나왔다.

그래도 집안을 잘 치우고 사는 편인데..?! 하고 흠미롭게 지켜보았다.

우리집에도 신박한 정리 팀이 와주면 좋겠다.....싶을 정도로.

탈바꿈된 집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쩜 저렇게 섬세하고 꼼꼼할까.

우리집에도 정리 여신이 있긴 한데(=엄마)

가구 재배치나 리모델링 이런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라서.

그저 수납과 정리의 귀재일 뿐이라서.

 

그러고 보니 내 방 청소가 한 3주 밀린 것도 같다.

보다 못한 엄마가 청소기를 저번 주에 돌려주신 것도 같고.

내가 보기엔 깨끗한데.

엄마 눈에는 차지 않는 듯 싶다.

어제 완성하지 못한 유튜브 대본이 마음에 걸린다.

어째, 날이 지날 수록 더 게을러 지는 것만 같다.

6시 기상이 목표인데 7시에 일어나 버린다든지.

해야 할일을 자꾸 뒤로 미루거나 하는 나쁜 습관.

혼내는 사람이 없으니 아주 제멋대로 살고 있다.

 

감자전 쫙쫙 찢어 먹으며.

엄마의 사랑 듬뿍 느꼈던.

꽉 찬 저녁 간식이었다.

그나저나 감자도 밥의 일종인데.

이거 살 엄청 찐다고 우려하는 동생의 말에.

감자전까지 잃을 순 없어...!

언젠가 연어초밥도 먹어야 하는데 잉잉..

그렇게 먹고 싶은 거 하늘 높이 나열해보는 하루.

부드러운 감자전과 같이, 포실포실한 감자와 같이.

그저 침대에 푹 파묻혀서 농땡이 치고 싶은 아침이다.

 

반응형

'식사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 과일  (0) 2021.04.08
목삼겹  (0) 2021.04.08
열무비빔국수  (0) 2021.04.07
남원추어탕2  (0) 2021.04.05
BBQ치킨  (0) 2021.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