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추천해 주어 보게 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
월터는 잡지사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
다만 상상에 빠질 때 망부석이 되고 마는데.
같은 직장 내에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도
말 걸지 못하고 연애 정보 회사에 있는 그녀의
페이지에 들어가서 큰 맘먹고 윙크(좋아요)를
보내려고 하는데 오류가 나는 것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그의 직장 상사는 그와 심적으로 교류가 깊은데
좀 엉뚱하고 많이 괴짜일뿐이다.
어떤 사건이 터지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훌륭한 모험가가 되는 길에 오르는데......
왜 다들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는 크게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지.
꼭 여행을 떠나야만, 아니면 큰 사건을 겪어야만
자기 내부의 뭔가가 변하고 그러는지.
여행의 과정은 멋진 장관들과 에피소드들을 연결하여
견고하고도 간결하게 이어져 간다.
특히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그런 임무를 맡고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짚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그의 보스를 쫓다가 다다른 주차장? 같은 곳에서
어떤 차를 렌트할지 고르는 장면인데
화면 가득찬 돌길에는 파란 차와 빨간 차 두 대가 놓여있고
주인공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매트릭스의 알약 장면하고 겹쳐지면서 묘했다.
주인공은 빨간 차를 선택해서 길을 떠난다.
그의 가슴 속에 숨어서 나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삶에 대한 열정을 나타내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내가 싫어하는 진부한 사랑의 과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나마 적어서
안심했던 영화였다.
하지만 왜 대부분의 영화들은 성공한 삶에 꼭 사랑을 넣는 건지......
사랑이 인생에서 중요하기는 하지만 조금 진부했다.
특히 많은 사랑 중에서도 남녀 간의 사랑.
이걸 행복의 척도로 쓰는 영화들이 너무 많다.
영상미가 돋보였고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기분 좋은 영화.
영화에 대해 말할 때는 스포일러가 되지 않게 조심하고 싶은데
혹시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의 리뷰가 방해가 될까 봐 조심스럽다.
항상 영화를 검색할 때는 먼저 조심하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지뢰를 밟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재밌고 훌륭한 영화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없다는 건
괴롭기 때문에.
블로그가 없었다면
답답했을 것 같다.
티스토리의 폐쇄성으로 인해 댓글 창이 활발하지는 못하지만
유심히 보고 있는 공감의 수는 기분을 단숨에 UP시켜 준다.
애초에 뭔가를 바라고 블로그를 하는 게 아닌 만큼
내 안의 에너지를 옳은 방향으로 발산하고 싶어서 하는 블로그인 만큼
이 블로그에 대한 애정도 크고
내 지난 발자국이 되어주는 모든 글들이 다 소중하다.
이르다면 이른 시기에
내 주변에 모든 고마운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어서 주체 없이 감사하다.
내가 던진 작은 조약돌이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큰 파장을 그려내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