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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은행의 방어력

by 뽀야뽀야 2021.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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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은행 까고 있는 주위에 앉아있으면.

엄청난 냄새 테러와 마주하게 된다.

어째서 은행은 이다지도 독한 냄새로 위장하나.

보기에는 되게 아무냄새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날로 먹으면 심지어 독까지 있다.

이렇게 은행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몇 겹의 장벽을 친 것이 궁금했다.

내가 동물이라면 은행을 굳이 먹으려 하지 않을 것 같다.

냄새나지, 독 들어있지. 기피대상 1호네.

인간은 아무렇지 않게 포대자루 하나 들고 은행나무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열매를 다 빼앗긴 은행나무는 냄새를 뿜어대며 포효하는 지도 모르지.

그래서 그 속에 독을 숨겨 놓았나?(하트)

물론 열로 구워버리면 독은 없어지지만.

그래도 먹을 때 조심해야 한다.

은행을 만진 손에서 계속 냄새나니까 

손도 바로 씻고 말이지.

 

은행의 자기방어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저런 은행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고 들었다.

은행 겉껍질을 태워서 발로 짓뭉개서 저 알알이를 꺼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또 엄청 번거롭고 냄새나고 더럽다고.

완전 똥이구나.

이렇게 강한 은행 너라면 믿음이 간다.

너는 비록 내 입안에서 흩어지지만.

내 기관지로 슉슉 가서 내 가래를 다 뽑아내 주렴.

너의 독한 성분으로 가래를 삭혀주렴.

 

은행구이는 성인의 경우 하루 10알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6~8알씩 먹는다.

잘 타지 않도록 카놀라유를 넣어 속껍질을 쉽게 벗겨내고.

불길에 통통 튀기는 너를 붙들어 맨다.

은행을 구울 때는 얇은 프라이팬이 좋다.

열전도가 빨라서 금방 구워지거든.

그래서 우리집 전용 은행구이 팬이 있다.

일반 프라이팬인데 좀 얇아서.

그리고 가운데다가 굽는 것보다 프라이팬을 살짝 기울여서

특히, 손잡이 부분쪽으로 기울여서 구워주면 금세 구워진다.

젓가락으로 돌돌 굴려가며 구워주면 딱이다.

엄마는 이 귀찮은 작업을 매일 저녁 하고 있다.

그리고 간장종지를 꺼내서 8알씩 배분하여 먹인다.

동생은 접시에 입을 대고 마시는 수준으로 한방에 먹어버리고.

나는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집어 꼭꼭 씹어 삼킨다.

 

은행을 많이 먹었을 때는 정말 신기하게도 가래가 많이 없어졌다.

어린 시절의 한 구간에서 나는 은행을 달고 살았다.

그 때는 아빠가 매일 구워주었었지.

그 때는 은행 냄새가 독한줄도 몰랐다.

그저 예쁘게 구워진 은행을 받아먹기만 해서.

아빠는 그 온갖 똥냄새에 둘러쌓여 

은행을 까고 굽고 했을 건데.

감사한줄도 모르고는 맛이 없다며 먹기 꺼려하고 그랬었네.

약으로 먹는 거라며 타이르는 아빠의 목소리.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래도 내겐 목소리가 워낙 크고 높아서 화가 많은 사람으로 기억되지만.

아빠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왜, 사람들은 있다가 없으면 모든걸 깨닫게 되는 걸까.

있을 때 잘하지 못하고 말이다.

안타까운 거, 슬픈 거. 못다한 거. 다 엄마한테 해드리면 되는데.

그게 또 쉽지 않다.

 

요즘 손대고 있는 북튜브 주제는 [날마다 아내를 만나러 갑니다.]이다.

이 책을 사서 읽을 무렵 아빠는 병실에 누워계셨었고.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였다.

많이도 울었었지.

아마 그 때는 어떤 걸 읽었어도 펑펑 울었을 거야.

그런데, 환우에 관한 이야기이다보니 더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다.

세상에 자기를 이유로 하지 않는 아픈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자기가 담배를 많이 태웠거나, 식습관이 좋지 못하거나 등등의

자기를 이유로 하는 질병 말고, 정말 유전이나 어쩔 수 없는 우연으로

아프게 되는 사람들 말이다.

아프지 말고,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정말 가슴아프고 견디기 힘들다.

그런 일을 다시 겪지 않고 싶고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아서.

오늘도 열심히 운동을 해본다.

귀찮아하며 뻗는 두 다리와 팔이 나를 건강으로 잡아 끌어주는 힘이 될 거다.

많이 걷고 많이 웃고.

그래,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인데. 실천하기가 참 힘들지.

오늘은 날이 흐려서 하늘걷기를 못하지만. 

금요일쯤에 날이 좀 풀리니, 그 때부터 시작해서 주말까지 쭉 달려봐야지.

은행은 매일 구워 먹으니까 확실히 목도 덜 칼칼하고.

가래 뱉는 횟수고 줄어들고.

목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먹기까지 과정이 참 번거롭지만, 그래도 강력 추천해 본다.

은행구이는

근처에 로컬푸드 직매장에 가면 지역에서 바로 수확한 은행을 맛볼 수 있다.

생산자 표기까지 되어있어 믿고 먹을 수 있는 지역 농산물이다.

우리집에서 로컬까지는 꽤나 걸어야 해서 자주는 못가지만.

그래도 은행을 위해 원정을 떠날 때가 많으니.

그만큼 은행이 엄청 몸에 좋다는 걸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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