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을 일컫는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지.
보름에는 부럼을 깨먹는 습관이 있다.
얼굴에 뾰루지나 질병 들지 말라고 먹는 것인데.
호두와 아몬드가 마침 집에 있기에 따로 살 필요는 없었다.
보름 나물은 엄마 퇴근하는 길에 사오기로 하였다.
그릇에 하트모양으로 뿌리느라 고생이 많았다.
내 똥손은 도무지 각이 안잡혀서 엄마가 손을 좀 대셨지.
원래 월/수/금에 아몬드 5개, 호두 3개씩 먹는 습관을 가진 나는.
문득 아빠께서 까주시던 호두를 떠올렸다.
마치 두뇌같이 생긴 호두를 펜치로 까서 내 입에 넣어주시던 그 모습.
잘 먹는 내 모습에 기뻐하던 아빠의 눈동자.
그 속에 나도 아빠도 환하게 웃고 있었던 기억.
지금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지만.
밤마다 엄마가 온 거실에 냄새를 풍기며 은행을 까는 모습이
아빠의 그 모습에 겹쳐진다.
그건 사랑이었다.
아빠가 까주던 호두도 은행도.
정말 귀하고 복된 것이었는데.
그 당시는 귀찮아하며 꺼렸다.
1개만 더 먹으라는 아빠의 말에 인상 찡그리며 꼭꼭 씹어먹곤 했던.
이제는 전해질 수 없는 마음.
벌써 200일도 넘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우리의 마음은 그 날에 멈춰있다.
평범하게 웃고 떠들고 지내고 있어도.
방안에 홀로되어 잠들기 직전에는 다들 아빠를 떠올릴 것이다.
한 겹 두 겹 얇게 스며있어서 도무지 빼낼 수가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거지.
아빠가 지금 계셨으면 정말 좋을 것인데......
코로나로 인해 뒤숭숭하지만 그래도 이 좋은 세상에 말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이렇게나 와닿을 수가....
많이 보고 싶고, 정말 그리운 이름 우리 아빠.
오늘 날이 꽤 풀려서 하늘걷기를 하러 가볼 생각이다.
푸른하늘 아래 걷기 운동을 줄여서 하늘 걷기이다.
한두시간 너끈하게 운동하고 나면 이 무겁고 텁텁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 질까.
절기마다 해야할 일을 꼭 챙겼던 아빠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그냥 아무렇지 않게 가서 꼭 안아드릴 걸.
흔들림없는 그 어깨에 매달려서 웃어볼 걸.
아빠의 모든 것들이 다 스러지고 없는 지금에 와서.
나는 손에 잡히지 않는 모든 것들을 후회하고 있다.
그리운 이름 조용히 불러보면.
어디선가 대답이 날아들 것만 같아서.
헛된 바람을 가득 안고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조용히 그리고 낮게.
다시 높게. 목이 터져라.
이 슬픔은 일상에 낮게 깔려있지만.
조금의 건드림이 있다면 금세 삶을 온통 흙빛으로 물들여 버린다.
마치 흙탕물 같이 말이다.
그래도 어느정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면.
나는 다시 웃을 수 있다.
곁에 남은 가족이 있으니까.
우리 같이 살아나가야 하니까.
부럼하나로 재밌게 울고 웃던 그날의 기억을 소환하며.
누구보다도 우리 가족의 건강을 빌며.
참고로 아몬드와 호두는 마트에서 세일할 때 사두는 게 좋다.
큰 봉지에 들어 있는 것이 저렴하고 좋다.
또 하나 확인할 것은.
아몬드가 딱딱해서 먹기 불편하신 분들을 위한 팁인데.
[구운 아몬드]를 사시면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포장지에 표시를 잘 보시고 구매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