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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일일초는 오늘도 꽃피운다

by 뽀야뽀야 2020.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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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부지런한 생물이 우리집에 산다.

그의 이름은 일일초.

매일 새로운 꽃을 피운다 하여 이런 이름인 걸까.

아주 작은 꽃대가 꽃 밑에 깜짝 대기 하고 있다.

그러다가 꽃이 한 이틀 갔을 즈음에 뚝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고

새 꽃망울이 움트기 시작한다.

빛을 많이 받고 따뜻한 곳에 있다면 쑥쑥 더 잘큰다는 말씀을 들었다.

이 꽃은 엄마 동료 분께서 기르던 꽃이 많이 자라서 

새끼를 친(?) 것인데 너무 소중하다.

꽃이 한 줄기에서 2~3개씩 피어나다 보니 

무게 주체가 힘든건지 자꾸 줄기가 기울어서 

나무젓가락으로 임시조치를 취해 두었다.

 

그는 매번 눈부신 아픔으로 꽃을 피워낸다.

자기를 죽이고 또 없애야지만이 새 꽃을 피울 수가 있다.

이런 생명순환의 공간에서 뽀야는 뭘 하고 있었나?

매일 아침 일일초 곁에 다가가서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힘내라고. 넌 할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빌었지.

긍정적인 파장이 너에게도 닿았을까?

우리집 화분에 물주기는 고목 파수꾼 뽀야를 제외하고는

전부 엄마의 관할.

꽃나무를 아끼고 돌보다 보면 삶의 의욕이 샘솟는다.

나의 하찮은 불행은 뒤로하고 여기에 생동하는 삶의 기운을 받아가게 된다.

그런 책임감과 기쁨을 맛보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화분을 들이자고 했을 때 기쁘게 받아들인 것이지.

비록 꽃들은 우리 곁을 빠르게 지나갔지만

어느것 하나 잊지 않고 있다.

해바라기는 9월 5일에 우리집에 와서 오늘로 57일째 기억속에 머물고

시클라멘은 아직도 스러진 채로 화분속에 잔해가 담겨있다.

새로 우리집에 들어올 아이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뽀야 식물 기르기의 문제는 과습인 것 같다.

너무 관심이 많아!

물도 너무 많이 주고!

뽀야 기준으로 봤을 때는 되게 건조해보이는데

사실 속에서는 과습으로 썩어가고 있는 것.

그래서 엄마는 신기술을 개발하셨다.

바로 화분 들어보기.

물이 부족하다면 엄청 가벼울 것이라며.

와~ 엄마는 융통성이 정말 끝내준다.

그리고 농원 사람들은 설명이 항상 부족하다.

역시 스스로 해나가는 수밖에 없는 겨!

요즘 같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식물 기르기에 대한 지침이 없겠냐만은

희귀한 식물을 기르고 있다면 조금 힘들 수도 있긴 하겠다.

다행히 핑크스타와 화이트스타는 세상에 글이 좀 있어서

많은 지침을 얻었다.

 

뽀야도 언젠가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검색했을 때

도움이 한 줄이라도 될 수 있는 그런 글을 남기고 싶다.

그리고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 한 컷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싶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데 

배수관에 따뜻하게 헌옷 감아줘야 하는지 아닌지로

설전을 벌이고 있는 엄마와 뽀야는 오늘도 화끈하다.

그래도 너무 뜨거운 것 보다는 

따스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섬세한 사람이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일일초가 아무 말 없이 예쁜 꽃을 매일 피워내고 

또 지고 꽃봉오리를 틔워내고 하는 것처럼

묵묵하게 제 할일 다 하는 

공부도 운동도 여가도 놓치지 않는 

에너자이저 뽀야가 되고 싶다.

괜찮아, 아직 할 만 해.

일단 혓바늘 돋은 것만 어떻게 좀 진정 됐으면 좋겠다.

매일 꿀물로 진정시켜보는데 아주 미세하게 나아져서

감질맛 난다.

운동하면 알 배기듯이 혀도 하도 안굴려서 알이 배겼나?!

휴일이니까 입에 모터달고 엄마와 대화 배틀을 해보아야겠다.

TV보면서 중얼대기는 뽀야의 특기.

엄마의 TV시청을 방해하는 초특급 안테나 뽀야.

오늘도 열심히 가동중.(삐리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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