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일 입춘이다.
봄에 들어섰다는 얘기인데.
날이 심상치 않게 춥다.
봄에게 자리를 넘겨주기 싫은
겨울의 샘내기 인가?
입춘인데도 아직도 날이 춥다.
물론 주 후반으로 가면서 조금씩 낮기온은 풀리지만.
가끔 뉴스에서 날씨 정보를 보면.
여기가 철원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난해와 올해는 많이 추운 것 같다.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기온은 참 이색적이었다.
봄의 상징성은 엄청나다.
만물이 소생하고 생동하며 새롭게 시작되는 느낌.
이번 봄에는 아이들이 책가방 매고 학교 등교할 수 있을까나.
떠들썩한 하굣길 소란스러운 대화소리. 들을 수 있으려나.
시끌대는 주변 소리를 눈치채고 빨리 피어나는 꽃들을 볼 수 있겠지.
담벼락에 개나리, 무더기 지어 피어있는 철쭉, 진달래.
모두 그립다.
겨우내 덜덜 떨던 몸은 봄이 되면
껍질 훌훌 벗어던지고 가벼운 차림새가 된다.
그래도 가끔은 꽃샘추위라 하여
겨울이 샘을 부리므로 주의.
살짝 코끝이 시린 계절을 건너.
작렬하는 태양을 마주하고 싶기도 했던.
너무 추웠던 겨울.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게 하던 칼바람.
이제는 우리에게 봄을 양보해 주세요.
전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번 겨울의 많은 눈도 그걸 반영하고 있는건가?
이제 눈이 온다는 소리가 무섭다.
얼마나 더 꽁꽁 싸매야 하는지.
수도가 터지지는 않는지. 보일러가 퍼지지 않는지.
계속 살펴보고 있다.
눈이 심하게 내리던 날에는 보일러가 자꾸
에러코드를 내서 걱정이 되었었다.
교체한 지 꽤 되긴 했지만. 더 버틸 수 있는데 말이지.
올해 봄은 시끌벅적 하지는 않겠지만.
서로 마스크 쓴 채로 표정 없이 마주하겠지만.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로운 소통법을 만들어 낼 것이고.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며 대면접촉이 편한 분들이
많이 힘겨워 하고 계실 것 같다.
조금만 더...... 끝이 보인다고 생각하며 버티고 계실텐데.
이제 백신도 접종 계획이 착착 진행되는 것 같으니.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에게 봄이 온다고 해서 비약적인 뭔가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더 자주 운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해바라기를 자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장보러 갈 때도 한껏 가벼운 차림이 가능하지.
봄의 끝 4월에는 소설 공모 발표도 이어질 예정이라.
언제 4월이 오나...... 했었는데 벌써 2월이다.
작년 고통스러웠던 2월의 기억이 겹쳐지며, 엄마는 많이 힘들어 하신다.
어떻게 벌써 1년이 될 수 있냐며.
아빠가 없는 2021년 같은 거 맞이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2020년은 고통이었지만. 그래도 아빠가 곁에 있어 주셨던
126일간의 막연한 희망은. 잊을 수 없을 거야.
간절히 바라고 바랐는데.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소망들은 어디로 갈까?
잊혀지고 버려진 소망들이
봄에 더해져서 그렇게 봄은 찬란한가 보다.
우리집 녹색 식물들도 말없이 자라고 있다.
물주기 당번은 엄마.
어딘가에 신경쓰고 책임감을 가지게 되면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하여.
마음이 꽉 차는 기분이 드니까.
매주 목요일 또는 금요일마다 물을 주는데.
간혹 깜박하여 늦게 물을 주게 되면.
[얘들아 미안해. 많이 먹고 많이 커라.]
라고 중얼거리며 허둥지둥 물을 주는 뒷모습을 보며.
엄마를 살게 하는 힘을 생각해본다.
말할 것도 없이 그건 나다.
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버티면.
엄마는 그게 그저 기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단단 해질 수 있다.
가운데 도려낸 봄이 온다고 해도.
그 빈자리에는 그 무엇도 채워질 수가 없다고 해도.
가운데 허하게 비워둔 그 모습 그대로.
우리가 서로 버텨내면 그 빈자리 구겨지지 않게.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는 그리움과 사랑이 그 빈자리를 채우겠지만.
아직은 아득한 먼훗날은 어서 오라고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어도.
그 인사 받기에 아직 버거운 우리는 망설이고 있다.
마음의 준비라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누구보다 소중하고 사랑했던 한 사람의 부재를
어떤 방식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인지.
삶이라는 게 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런 질문에 답해볼 수 있는 기회가 봄에 있는 것 같다.
작년을 돌이켜 보면.
가만히 새싹들을 보고 있으면 어떤 힘이 전해진다.
나도 열심히 살아 내야지 하는 그런 초록빛 힘이 있다.
눈이 편해지는 그 빛깔이 좋았다.
봄은 그렇게 우리를 채찍질 하며 키워낸다.
때로는 따스하게, 때로는 뾰족하게 우리를 감싸안는다.
그 봄 안에서 햇살이 참 따스하구나 하고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냥 꽃가루 날려서 싫어, 나른해져서 싫어.
그런 의견이 더 많을텐데.
우리에게 봄이 가져다주는 의미를 새롭게 하고 싶은 마음.
정말 감사하게도 네가 또 찾아와 주어서 고맙다는 생각.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마른 흙 속에서도 생명이 움트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 많이 봐왔지 않은가.
이 빈 토대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이 한 생명 헛되지 않게.
빈틈없이 꽉꽉 들어찬 실한 마음 해가지고서.
따뜻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여 나가자.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자라고 있는
꽃나무를 보며.
매서운 겨울 견뎌내고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어느새 뒤돌아서면 거기에 알록달록 빛나고 있을 꽃망울을 생각하며.
버티고 버텨서 봄을 누리자.
봄아, 봄아, 너를 참 오래 기다렸다.
세월이 또 저만치 앞서 가고 있지만.
너를 만나지 않고서 나는 성장할 수가 없다.
아파도 힘들어도 너를 거쳐가야만 한다.
올해 봄은 유난히 따갑고 아픈 봄이 될 테지만.
이것이 삶이라는 걸 일깨워주어 고마워.
달콤한 맛만 골라 먹을 수 없는 그러기에 상큼한
완전체로서의 봄인 네가, 참 그리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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