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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2021 김남길 사진첩 감상기 34

by 뽀야뽀야 202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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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파란바지 특이한 조끼의 남길이다.

껑충한 키에 흐트러진 차림새.

운동복이 잘 어울린다.

한쪽 다리는 걷어 올려서 가는 발목이 드러나는.

어디론가 움직이는 모양새라서.

활동적인 느낌을 주는 사진이다.

왼쪽 사진은 어디론가 이동하는 남길.

오른쪽 사진은 구부정하게 카메라를 곁눈질하는 남길이다.

아마도 건담 빛깔 의자를 소품으로 또 쓰고 있는 듯.

한쪽 다리를 의자에 올리고 서있는데.

균형 잘 잡혔네.

주머니에 손 넣기는 시그니처 포즈인가.

그래도 자기주장 강한 엄지는 세우지 않았네.

 

 

예전에 대학 시절에 악기연주 동아리의 일원이었는데.

동아리 안에 나를 많이 아껴주던 오빠가 한 분 계셨다.

매일 기행에 가까운 일들을 벌이는 내게 관심이 많으셨지.

학교 언덕에서 자전거 타다가 얼굴을 아스팔트에 갈기도 하고.

그 자전거가 오빠 친구 자전거였지.

길이 없다고 유리탁자에 겁도없이 올라타서 건너가기도 하고.

연주 쉬는 시간에 드럼스틱으로 과녘 적중 시키기로 스틱 던지기도 하고.

격렬하게 드럼 연습하다가 동료 손목 부숴먹을 뻔하기도 하고.

물론 그 뒤에 멱살잡히고, 후에 원만하게 화해도 했지만.

매일 하라는 연습은 안하고 배달음식 시켜먹는 꼴을 보이고.

머리에 수건 두르고 합숙하고.

동료의  추천으로 기타 3개 동시에 메보기도 하고.

학교 앞 ATM에 갇힌 좀비 콘셉트로 사진도 몇 방 찍고.

사진 하니까 생각나는 것이.

오빠의 DSLR이다.

거기에 아마도 나의 흑역사 사진이 가득할 것.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던 오빠였다.

2컷 정도 공개해 주었을 때의 느낌은.

이거 누구세요...?

벚꽃이 만개한 동아리 마당에 홀로 서서 멍하니 하늘 쳐다보는 모습.

동아리방 무너진 소파에 앉아 활짝 웃는 모습.

나를 찍은 사진은 나를 찍은 사람의 소유라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그 때 왜. 다 보여달라는 말을 못했을까.

지금쯤이면 새로운 사진들에 밀려 다 지워졌겠지.

나는 나를 찍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남들 수두룩하게 가진 셀카 혹은 셀피도 한개도 없었다.

 

동아리 시절 사진이 없다.

싸이월드에 올렸었는데.

뭐, 그렇게 증발 하나 싶었는데.

싸이월드가 다시 부활한다는 소식이 있더라.

내 계정이 살아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꼭 다시 가서 사진만큼은 백업하고 싶네.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그 순간의 감정도 같이 박제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삶속의 나를

색다르게 바라봐 주고 그걸 기록하는 오빠한테 되게 고마웠다.

밥 한번 같이 먹은지도 꽤나 오래 된 오빠는.

얼마전에 생일이기에. 페이스북에 안부 남겼는데.

많이 바쁘신지. 페이스북을 버려둔 것인지.

나를 잊은 것인지. 연락이 뜸하다.

오빠한테 배운 정통 드럼. 잊지 않고 있는데.

드럼은 내곁에 없지만 그래도 내 언저리에 오빠가 있으니까.

코로나 괜찮아지고 백신이 퍼지고 그러면

쑥쓰러워 하지말고 연락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인연을 소중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둔한 나라서.

내 곁에서 멀어져 가는 사람들을 잡으려 하지 않아서.

그렇게 혼자가 되어 버렸다.

 

남길은 늘 사람들 속에 있던데.

어쩜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속까지 밝은 사람이 나도 되고 싶다.

자신에게 모자른 부분을 상대에게서 발견하면 

동질감이 배가 된다고 하던데.

질투의 이름을 쓰고 있는 그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으로 익어가는 동안. 관계도 깊어지겠지.

뭐든지 완숙이 맛있는 것처럼.

내 삶을 푹 익혀내서 맛있게 만들고 싶어진다.

그러기 위해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하겠지만.

지금이 익어갈 때인가......?

 

하얀 배경에 귀요미 남길이 새겨진 사진첩이 참 사랑스럽다.

언제봐도 참 아이같은 사람이다.

아직도 소년같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만 같다.

뭔가 문제가 터지면 침착하게 상황을 지휘하는 것도 멋지다.

선발대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일상속의 그의 모습.

배려가 넘치는 선배의 모습.

어쩔 때는 아이같았다가, 어떤 때는 또 오빠처럼 듬직하게.

한 사람 안에서도 이렇게 온도가 극명하게 차이날 수 있구나 싶었던.

남길을 따르기 시작한 거. 정말 잘 한 거 같아.

이렇게 말해도 부끄럽지 않게 만드는 그 사람이 남길이다.

좋은 사람. 곁에 같이 오래 있고 싶어지는 매력.

그래서 늘 사람 속에 있는 건가 싶기도 하네.

그런 점은 좀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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