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길은 올블랙.
역시 검은색은 누구에게나 잘 받는 빛깔인 듯.
얼핏 봐서는 검은색 개량한복 같은 느낌도 난다.
살짝 헐렁한 옷이 잘 어울린다.
그러고보니 동생의 왕년에는 항상 파란 원색 쫄티만 입었던 기억이 난다.
KCM류일지도 몰라.
조끼에다가 빵모자, 그리고 코가 긴 신발과 부츠컷 청바지.
음,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걸까.
그 스타일을 옷이 낡으면서 옷과 함께 버리고.
지금의 동생 스타일은 맨투맨에 기모바지.
딱 평범한 의상이지만 마르고 키가 커서 잘 받는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양반된거지 뭐.
남길은 이런 흑역사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사복 차림일 때는 흔히 말하는 츄리닝만 입는 건가?
패션계의 반항아니? 그런거니?
이번 페이지는 왼쪽 가득 남길사진. 그리고 오른편에는 글이 적혀있다.
멀리 봐야 멀리 날 수 있다. 그런 식의 말이다.
사자는 절벽에서 자기 자식을 내동댕이 친다고 들었다.
그리고 새끼는 기어올라오는 거지. 울부짖으면서.
우리는 그런 약육강식의 시대를 사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랑을 듬뿍 주고 키워도 아이의 미래를 망치지 않는
교수법이 어딘가에 있을 거다.
아니면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지.
내 자식을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고.
엄마와 아빠는 언젠가 말씀하셨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질 못해서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꼬맹이 무렵에 버스에 올라타는 게 불안해 보여서
혼자 올라가게 시키지 못하고 번쩍 안아올려주었던 일.
그렇게 내버려두지 못하고 나를 안아주었던 일이.
지금 생각해보니 이렇게 무른 아이로 키운 것 같다고.
거친 바람부는 세상에 이렇게 무르게 살게 해서야 되겠냐고.
생각해보니 그렇다고 하더라.
육아에 정답이 있을까.
같은 상황이었더라도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지.
나는 그저 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랐을 뿐이다.
심지어 엄마는 내손에 흙이 묻을까봐 놀이터 놀이도 오래 시키지 않았다고.
그래서 사회성이 개똥이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귀한 딸을 남겨두고 뒤돌아서야했던 아빠의 마음은.
지금쯤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너무 궁금하다.
어제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추모공원에서 온 문자다. 설명절 총량 예약제를 한다고.
그래서 30통 넘게 전화 걸어 드디어 예약을 걸어두었다.
전화가 끊기자 마자 다시 걸고를 반복하여 횟수가 저모양이다.
마음의 여유를 찾는 길은 내게는 아직도 멀고 멀다.
남길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모습.
어떻게 날아오를지를 고민하는 걸까?
이미 창공을 시원하게 날고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성공이 내 일처럼 기쁘다니.
이런 기분은 오래간만이었다.
학창시절 이후에 다시금 느껴보는 감정이지.
남길이 하는 일, 선택하는 것들이 다 좋고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나한테 뭐가 남는가 하면,
바라보는 기쁨. 뿌듯함. 그런 마음이 남지.
짝사랑도 나쁜 것만은 아닌 듯하다.
나를 어떤 방향으로든 성장시켜 주니까.
그래도 살아가면서 기댈 수 있고 아끼고 그런 사람 하나 있는 거.
좋은 일이라고. 추천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내게는 남길이어서 참 다행이다.
이런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는 두드러기가 발진하고.
애정정도가 좋을 것 같다.
내가 많이 애정하는 배우라고.
좋아한다는 말은 뭔가 너무 간지럽다.
언젠가 잠깐 일본어와 영어로 일기쓰기를 했었는데.
소재가 맨날 비슷해서 그만두게 되었다.
지금은 저녁에 영어 라디오듣기를 꾸준히 하고 있고.
전공인 일본어 공부도 하고 있으니.
다양한 언어를 접하며 살아가고 있구만.
중학교 때인가. 칠레에 사는 아이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었다.
펜팔 친구였던 셈이지.
그 아이가 원해서 책도 사서 보내주고.
그 아이가 여행 가서 찍은 사진들도 보내주고. 재밌게 놀았었는데.
시간이 우리를 갈라놓았다.
좋은 인연을 유지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 아이는 내가 보낸 책을 보며 나를 떠올릴까?
여자 아이들만이 가지는 독특한 유대감에 한창 즐거웠던
그 때와 같은 만남이 앞으로 내 삶에 또 나타날까?
그런 기대감을 품는다고 해도.
밖으로 나돌아 다녀야 누군가를 만날 거 아니겠는가.
아니다. 인터넷 상으로도 친해져서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학창시절에 디0블로 라는 게임에 푹 빠져서.
어떤 오빠를 알게되었고. 실제로 만나기도 하였다.
그 때 나는 학생이었고 게임CD를 빌려달라고 하여
건네주기고 했는데 그 오빠가 무슨 객기인지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 앞에 나타나서.
교실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지.
대학생이 된 후로도 계속 연락을 했었다.
주로 고민상담같은 얘기.
지금 생각해보면 위험하기 짝이없는 만남인데.
우리는 순수하게 랜선친구로서도 실제 만남에서도
산뜻한 관계였던 것 같다.
대학 동아리 공연에 그 오빠를 초대했는데.
너무 멋지게 짜잔 하고 나타나서 고마웠던 기억.
한동안 무대 저 만치 뒤에서
수다떨고 그래서 친구들이 의아해 했던.
그 전에는 어렸던 내게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선물하기도 했었다.
물론 내가 요청한 거였지만 말이다.
쑥쓰러워하며 계산대에서 그 책을 계산하고 있었을
그 오빠의 모습을 떠올리면 벌칙같기도 하고 재미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형이라고 불렀었지.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지금은 그 오빠도 결혼해서 잘 살고 있을 거다.
참 많은 독특한 인연을 끌어안고 살고 있었네. 과거의 나.
다시 남길 얘기로 돌아가면
남길의 착장은 아마도 1월 달력의 의상이다.
2중 목걸이 그거 차고 있는 게 보여서 말이지.
언제봐도 멋진 사람.
다만, 요즘 소식이 뜸해서 궁금해진다.
촬영결과는 한꺼번에 터뜨려지니까.
그 때가서 알게되겠지만.
한 톨이라도 가지고 놀 수 있게.
소식 흘려줬으면 좋겠다.
떡밥을 기다리는 플랑크톤 하나 여기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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