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원래 개화 시기는 5,6월이라고 하는데
11월인 지금 피어 있는 이 꽃은 무엇?
뽀야처럼 게으름 뱅이?!
아니면 잠깐 날이 따뜻한 틈을 타서
아차! 피어 버렸다~ 이런 느낌일까?
모처럼 동네 문구점에 가보려던 찰나에 마주친 장미는
역시 장미는 장미였다.
탐스럽고 아릅답지 않은가.
우리 동네에는 문구점이 수지타산 문제로 문을 닫았지만
조금 걸어가면 있는 초등학교 앞에 문구점이 있기는 하다는
엄마의 말에 한번 찾아가 보기로 한 것.
그런데 가게에는 분명 복사, 팩스, 코팅이 된다고 붙여있는데
가게 주인장은 이제는 기계 잘 안되고
바쁠 때 번잡스러워서 치워버리셨다고.
그래도 이런 학교 앞 작은 문구점이 엄청 그리웠다.
안에 들어가서 이것 저것 살펴보고 싶었는데
사지도 않으면서 눈때 묻히는 걸 싫어하실 것 같아
소심한 뽀야는 입구만 뱅뱅 돌다가 돌아왔다.
안그래도 집에 스테이플러가 1개 밖에 없어서
거창한 이유가 생긴 김에 또 한번 찾아가고 싶어진
동네 문구점.
다음엔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그나저나 언제 갈까나......
이제 저녁 때 영어공부를 할 생각이고
또 저녁에는 해가 짧아 금방 어두워지고 하니
낮시간을 이용해야 할 것 같은데
아침에는 밥먹고 이것저것 하고 블로그에 글 올리면
금방 점심먹을 때가 되어버려서
몹시 나가기 귀찮은 것이다.
겨울이라 옷도 두툼하게 챙겨야 돼서 더 귀찮아!
하지만 스테이플러는 필요해......
아냐, 거기에 안팔 수도 있어
그냥 인터넷으로 질러버려......
온갖 유혹에도 꼭 가고 말 거야 문구점!
설령 빈손으로 돌아오더라도 재미있는 구경 하게 될 것이
분명한 들뜬 발걸음이 될 거야.
오후 1시쯤 열까...?
갔다가 허탕치면 눈물 날지도 몰라.(소심)
가는 길에 장미와 모과도 만날 수 있겠네.
지금은 다 쪼그라 들었겠지?
자연은 풍족하게 주면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때가 되면 생명을 거두어 가는 것.
누군 봐주고 그런 거 없다.
어제까지 예쁘게 피어있던 우리집 일일초가
분갈이를 견디지 못하고 사멸하려고 한다.
이파리가 쪼그라들고 말라간다.
해바라기 때도 느꼈던 거지만
아름다운 것들은 대개 순간이다.
그 후에는 번거로움만 남긴다.
추위에 약하다는 말에도
잎이 사그러들고 죽어가자
우리는 말없이 화분을 현관 앞에 놔두기로 했다.
꽃이 사라져가는 우리 집.
정말 꽃 키우기는 힘들다.
근데 왜 분갈이 했다고 황천길로 갔을까...?
거실이 너무 추웠나?
아니면 분갈이 할 때 개미 쫓으려고 몸통을 쥐고
막 흔들었더니 얘가 어지러웠나...?
그렇게 우리를 떠난 일일초를 기리면서.
너무 아름다웠다.
한번에 3개씩 꽃피우고 하던 녀석의 생명력은
이미 다했다.
다시는 꽃을 애써 키우려 하지 않을거야.
다짐해보지만 봄이 되고 또 만물이 소생하면
아무렇지 않게 꽃을 집어들고 집에 들어오겠지.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은 실패를 많이 겪는 거라던데.
얼마나 더 겪어야 꽃이랑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정도가 될까?
아파트가 꽃 기르기에 조건이 안좋나...?
이런 저런 생각에 속이 쓰린 뽀야였다.
해바라기야, 시클라멘아, 일일초야.
못난 주인이어서 미안해.
너희의 아름다움은 사진으로 오래 기억할게.
수고가 많았어. 고마워.
끝말 조차 씁쓸하다.
에잇, 초석잠차나 마셔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