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개는 해맑게 웃고 있는데.
좀 된 사진이다.
우리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가막힌 곰 조형물을 보고 난 뒤
우리동네에는 그런 게 없을까 하고
기대 반 걱정 반 해가지고
동네 놀이터에 가보았다.
이 녀석이 있더군.
역시 표정이 생생하다.
늦가을 초겨울 감성을 자극하는
쓸쓸한 놀이터.
아이들도 얼마 전까지는 추워도
패딩을 입고 뛰어다녔었는데.
이제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앞두고
부모님들이 아이들 단속을 엄하게 시키나 보다.
우리집은 꼭대기인데도
놀이터에서 아이들 소란떠는 소리가 다 들리는데
그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아이들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터가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어서 소리가 좀 울리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의 대화 소리는
거의 소리지르기 대회하는 것 같고 누구를 부르느라 바쁘다.
초등학생들의 꺄꺄 거리는 뛰놂에 파생되는 돌고래 소리는
여기가 수족관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밝게 뛰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싫지는 않았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같아서.
방안에서 홀로 썩어가는 뽀야와 함께 놀아주는 것 같아서.
멀리서 듣고는 나도 마치 대화 속에 있는 것 처럼 같이 킥킥대고
심적으로 뛰놀며 엿듣곤 했는데.
이제 겨울의 문턱에서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가 점차 사라지고
바삭거리는 낙엽이 바람에 시달리는 소리.
바닥에 추락한 낙엽을 뽀삭뽀삭 밟는 소리.
열심히 젖은 낙엽을 빗질하는 힘찬 소리.
그런데 왜 신기하게도
수능이 가까워 오면 날씨가 바짝 추워지는지 정말 모르겠다.
이번 수능은 12/3 목요일.
우리집에 수능과 관련된 사람 1도 없지만 기억하는 이유는
지인이 교육계 종사자여서.
격려의 말 남겨 주려고.
벌써 11월도 끝자락을 쥐고 있네.
손에 돌돌 감아 놓으려 했는데 어느새 빠져나가고 있었다.
오늘부터는 새로운 계획표의 적용을 받는 날이다.
하루에 마쳐야 하는 과업은 4가지.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나머지가 술술 풀린다고 하였는데.
시작이 괜찮은 것 같다.
어마 무시한 면접책을 앞에 두고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자니
영원히 컴퓨터 앞을 떠나고 싶지 않은 이 망설임은 뭐지?
매번 해야 할 일 앞에서 조바심내고 그러지 않기로 했잖아.
차분히 천천히.
한장 두장 보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훑고 있겠지 뭐.
그러고 보니 요새는 방의 커튼을 걷을 수가 없을 정도로
방에 서늘한 기운이 가득해서 좀 무섭다.
난방을 때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방안의 온도가 얼마 전까지는
23도 정도 됐었는데 요새 막 추워진 뒤로 20도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커튼을 여는 것이 따스한 햇빛이 쳐서 더 따뜻한 건지.
아니면 커튼을 치고 있는 것이 열손실을 막아서 더 따뜻한 건지.
잘 모르겠어서.
커튼을 친 채로 놔두고 있는데 방이 조금 어두워서
전등 불을 켤까 말까 하다가 그냥 있었더니
어느새 날이 밝아와서 자연스럽게 방이 환해졌다.
기다림이란 것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성급하게 싸돌아다니지 말고
차분히 해야할 일을 하나 둘씩 하다 보면
자연스레 흐르는 시간과 그 틈 사이에 여유가 꽃핀다.
나는 그냥 드러앉아서 그 여유를 즐기면 된다.
추우니까 따뜻한 차 한 잔도 함께.
그나저나 초석잠 차 왕창 4박스 사놓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통을 해치웠다.
차의 설명에는 2번 우려 먹으라고 돼있지만
어째 기다렸다가 또 우리는 게 귀찮아서 1번만 우리고 말았더니
어느새 3번째 박스 개봉!
현재 마켓에서는 일시 품절 상태인데
또 마음이 조급해 진다.
항상 물건을 1+1으로 넉넉하게 준비해 두는 것이 습관인 뽀야에게
대체품이 없다는 소식은 청천벽력.
한동안은 천마차로 대체해야 할지도.
대체품이 있는 게 어디냐며.
마음이 앞서가는 것을 좀 붙들어 둘 필요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이니스프리의 카톡을 받았다.
그러고 보면 이니스프리는 참 열심이더라.
매번 아침에 정보를 쏴주니 말이다.
오늘부터 블랙 프라이 데이 뭐시기 해서 세일을 또 크게 하나 보다.
이 참에 다 떨어져가는 클렌징오일을 쟁여두었다.
여러가지 쿠폰을 먹였더니 3만원어치가 2만원이 되었다.
페이백도 된다고 하는데 잘될는지 모르겠다.
페이백도 좋지만 그냥 할인 때려버리는 게 난 좋은데.(히히)
원가 상승으로 어쩔 수 없이 올려버린 제품가격 때문에
세일가가 세일가 답지 않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래 회사 놈들도 먹고 살아야지. 하고 타협하는 나의 모습이
익숙치 않다.
어제는 지인 이사소식을 접하여서 들뜬 마음으로 집들이 선물을 구경하는데
왜 우리집에 갖다 놓고 싶은 것만 고르고 있는지.
그래, 원래 선물은 내가 갖고 싶은 걸 주는 게 맞아.
그렇게 합리화 하여 고른 것은 비밀.
어제 주문했으니 적어도 이번주 안에는 오겠지.
아, 내가 더 설렌다.
저번에는 조마조마하며 고른 책을 이미 지인이 갖고 있어서
결국 내가 다시 갖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 없기를 바라며.
놀이터는 쓸쓸하지만
아이들은 집에서 따끈하게 잘 보내고 있을거야.
다시 봄이 오면 시끌벅적해 지겠지.
그 소란스런 틈에 껴서 나도 어린아이처럼 놀고 싶다.
놀이터를 서성대는 어른이를 발견하면
못 본 척 지나가 주세요.
나름 즐기고 있는 거니까 말이죠.
나이는 계란 한판을 훌쩍 넘었어도
유리멘탈인 뽀야는 계란 껍데기에도 흠집나는
예민 돋는 표면을 하고 있으니.
지나가다가 예쁜 돌멩이를 발견하면 건네주세요.
세상 부드럽게 고맙다고 대꾸해 드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