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양념이냐 후라이드냐.
짜장이냐 짬뽕이냐.
그리고, 보쌈이냐 족발이냐. 이것이 인생의 숙제 같다.
그래도 최근 먹었던 음식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꽤나 오랜동안 족발을 먹지 않았으므로.
족발로 결정...!
우리는 매운 것을 못 먹는 가족이니까 불족발은 제쳐두고.
그러면 남은 것은 앞발이냐 뒷발이냐 하는 거다.
물론 앞발이 양이 많고 비싸다.
그런데 예민한 사람은 식감을 다르게 느낄 수도 있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앞발로 결정.
양이 많은 것이 장땡이다. 하는 거지 뭐.
야들야들하고 고소한 기름층이 번들거리며 나를 유혹한다.
쌈장을 푹 찍어 입에 넣자마자 고소함이 몰려온다.
진짜 엄청 부드럽네 이거...?!
만족 하며 무김치를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씹으면서 또 하나의 별미인 코울슬로를 휘적인다.
코울슬로는 달콤하게 만든 마카로니 양배추 백김치이다.
마요네즈와 설탕으로 간을 한 것 같은데
이것도 포기할 수 없는 끌림이다.
고기를 계속 먹으면 조금 텁텁해지는데 그 때 먹어주면
입안이 상쾌해진다.
그리고 저번에는 면 먹지 말자는 일념하에 새싹 막국수를 뺐는데.
그게 좀 아쉬웠었다.
새콤 달콤한 맛이 고기 맛이랑 잘 어울리니까 말이다.
이번에는 막국수를 시키고 진짜 배터지게 먹어댔다.
그런데 다 먹고 나니 드는 생각이.
야~ 이거 한 끼 배부르자고 48000원을 쓴 거야?! 라는 생각.
엄마의 월급날이라 가능한 포식이었던 것이다.
평소 주말이라면 절대 시도할 수 없는 그런 가격대이지.
일단 구성을 살펴보면.
족발 앞발에다가 새싹 막국수 세트를 시켰고.
음료는 콜라로 사이즈 업해서 2000원이 더 붙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비용발생하지 않는 우리 만의 팁인데.
상추 많이, 그리고 코울슬로 큰거 1개 더.
쌈장은 3개, 콜라는 큰 걸로.
이렇게 시키는 게 거의 메뉴얼화 되어있다.
그리하여 총 48000원의 거금이 나간 것이다.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이라는 말이 절실하게 와닿네.
앞발과 뒷발 고민 하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앞발을 시키자.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돼지가 앞발을 더 많이 쓰나...?
돼지는 전륜구동 식인가 보다.
그래서 앞발이 더 살이 많고 맛있는 겐가?
아니면 역으로 앞발을 놀려서 살이 포동포동 찌는 건가?
사실 여부를 떠나서 족발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앞발로 하는 걸로.
그리고 여기는 콜라를 펩시가 아닌 코카콜라로 주어서 좋다.
나는 별로 예민하게 콜라를 고르진 않는데.
동생이 코카콜라를 선호하는 바람에 그렇다.
뭐 그 콜라가 그 콜라 인 것 같은데. 까다롭기는.
그리고 뒷정리 하라고 비닐을 주는데 그것도 참 센스있는 것 같다.
원래 비닐사용을 줄여야 되는 거기는 한데.
어쨌든 치우기 위해서는 비닐이 필요하니까.
그렇다고 물기에 젖어버리는 종이봉투를 줄 수는 없으니.
예전에 친환경 락페에 갔을 때 보니까.
생분해 되는 비닐도 있다던데.
비닐의 사용을 줄일 수 없다면 그렇게라도 상용화 되었으면 좋겠다 싶다.
흐늘흐늘 한 것이 분해 잘되게 보였었는데.
집에 보관하다가 엄마한테 걸려서 쓰레기 보관 그만하라며 등짝 맞고
버려져서 분해가 되는지 어떤지 확인하지 못했던 비운의 생분해 비닐.
원래 시켜먹으면 용기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나오는데.
그걸 깨끗이 씻어내며 드는 생각은.
배달 음식을 줄여야 하는데.......였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식당에 가서 위험을 감수한다는 게 꺼려진다.
먹는 순간에는 마스크를 벗어야 하니까 말이다.
먹고 나서 다시 착용한다고 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배달 음식 주문이 폭발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쓰레기 해결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비닐이냐 플라스틱 용기냐.
둘다 아니냐.
무엇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 아닌가 싶다.
남은 족발은 전자렌지에 데워서 마지막까지 냠냠.
물론 전자렌지 마스터인 동생의 지휘아래 대략 3분 데워지는 고기들.
후라이팬에 구우면 좋겠지만 너무 번거로워서 전자렌지를 쓰게 된다.
아마 랩 씌워서 구멍내고 돌리면 더 촉촉할 것 같은데.
귀찮은 우리는 그냥 넣고 돌린다.
무김치도 남겨두어서 맛이 배가 될 걸.
항상 남은 외식요리는 동생 차지다.
나는 손댈 생각도 하지 않는다.
많이 묵었다 아이가.........!
이틀이나 여유롭게 먹는 족발 요리.
우리 동네에 이름대면 알만한 맛집이 있는 게 참 다행이다.
심지어 포장 주문 하면 약 3000원정도 할인 해 주니.
꿩먹고 알먹고네.
지난 여름은 더워서 땀 뻘뻘 흘리면서도 포장주문 했었는데.
코로나 너는 정말 계속 밖에 나가 서있어라.....(확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