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은행까기 기술을 보여준 엄마였다.
은행이 예전에 사놓은 것 보다 조금 품질이 떨어지는 듯했다.
작고 말라 있어서 그렇다.
뭐 제철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지만.
TV를 보면서 이만큼이나 은행을 가득 까고 있다.
은행 까는 제일의 방법은 숙련되는 것이다.
펜치 하나를 쥐고 은행의 옆면을 끼워넣고 빠개준다.
쩍! 소리가 나면서 벌어지면 손가락으로 부러뜨려 은행 알을 빼낸다.
요즘 저녁마다 은행구이를 먹고 있다.
원래 가래가 많은 뽀야가 하도 켁켁대니까.
엄마가 저녁마다 은행까기를 선언하고 실천하고 있다.
매번 까는 게 번거로우니까 아예 날잡고 잔뜩 까놓은 것인데.
저래 보여도 금방 없어진다.
왜냐면 기본 8알 정도씩 매일 먹으니까.
사람이 3명인데 8~10알씩 먹으니 금방 없어질 수밖에.
은행이 몸에 좋다고 말만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먹어보니까 알겠더라.
가래가 생겨도 뱉기 쉽게 쑥 목 밖으로 밀려난다.
아침에 특히 그런 현상이 많다.
가서 툭 뱉으면 끈적한 가래가 뚝 떨어진다.
은행에는 독이 있어서 날로 먹으면 위험하다.
꼭 프라이팬에서 기름을 넣고 달달 볶으며 속껍질을 벗겨내자.
이것도 기술이 생기면 젓가락 몇 번 휘적대면 훌렁 벗겨진다.
그리고 기름을 좀 고급유로 해야 은행이 덜 씁쓸해 진다.
카놀라유나 포도씨유 같은 발화점이 높은 기름을 쓰면
탄맛없이 은행을 즐길 수 있다.
어제 기름을 착각하여 요리유를 써봤는데.
어찌나 입에 쓰던지, 곤혹스러웠다.
그래도 고구마맛탕 하거나 할때는 보기좋게 타야 맛좋으니까.
요리유로 튀겨주면 딱 좋은데 은행은 아니었다.
각 요리마다 기름을 달리 써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세상에는 배울 일이 넘쳐나고 넘쳐난다.
은행의 구린내도 덜한 것이.
이번 은행은 아마도 좀 해묵은 그런 은행인 것 같다.
은행에 독기가 없어.
구린 냄새를 풀풀 풍기며 존재감을 과시하던 그날의 은행은 어디가고.
이렇게 냄새 다 빠지고 쪼그라든 은행만 여기 있는 걸까.
알맹이 크기도 작아서 포크로 찍어먹을 때 감질맛 난다.
그래도 엄마의 열렬한 정성을 생각하면
100번도 넘게 꼭꼭 씹어 먹어줘야 할 것 같은 소중한 은행덕에.
오늘도 쾌적한 목상태를 보이는 뽀야.
그러고보니 뽀야는 손재주가 없어서
은행들을 깔 때 자꾸 찢어지거나 망가지게 만들게 되어
은행 깔 때 접근 금지를 당하였다.
엄마도 금손이고 아빠도 금손이었는데.
나는 주워온 자식인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 아빠의 훌륭한 기술들이
올바로 전수되지 못한 기분이 든다.
동생은 또 그런대로 손재주가 있어서 어릴 때부터 장난감 조립이나 물건 고치기를
곧잘 하였다.
나는 뭐 그냥 지켜볼 뿐이었지.
그래도 타자치는 건 좀 빠른 편이니까.
아예 곰손은 아닌 것도 같고.
이래서 곱게 자라면 못쓴다는 말이 정말 그렇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된다니께~(한숨)
아침부터 활기차게 해보려고 다짐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집이 휑하다.
동생이 아침부터 외출을 하는 바람에
아침 같이 먹을 동지가 없어서 외롭게 수저 뜰 생각하니 엄두가 안나서.
그냥 바나나로 때워버렸다.
이제 점심 때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안오는 것을 보니.
점심도 홀로 먹어야 하는 거네.
노인분들께서 고독사 하는 이유를 알것도 같다.
이렇게 잠깐 홀로 있어도 마음이 그런데.
어쩌면 매일을 홀로 지새워야하는 분들의 고통이란 어느정도일까.
그래도 내 곁에 엄마와 동생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동생과 운동을 나갔었는데.
원래는 밖에서 만 보를 채우려고 했었는데.
사정이 그렇게 되어,
거의 6000걸음밖에 운동하지 못하여서 집에 와서 추가로 운동을 더 하는데.
어제 기준으로 약 12000보를 걸었다.
어쩐지 발바닥이 아프다 했더니.
예상보다 많이 걸어서 기분이 좀 좋았다.
근데 사진 찍는 걸 깜박하여 증거물이 없다.
에라이......(쳇쳇)
오늘 저녁에도 열심히 은행을 구워주실 엄마를 생각하면
정말 엄마한테 잘해야지 그런 생각이 든다.
작심삼일이라는 게 문제기는 한데.
그래도 입으로 뭐가 들어가는 게 있다보니
강화가 잘 되는 것 같다.
요즘에는 별탈없이 엄마와 오손도손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면 그렇다.
부디 이런 평온한 날들이 계속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