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다리 자세가 얼마나 나쁜지.
일단 앉을 때 곡소리 한 번.
일어날 때 곡소리 두 번.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일어났다가 앉게 된다.
운동을 고되게 한 날은 소리의 강도가 더 세지지.
그런데.
동생이 요새 자주 밥상머리에 앉으면 다리저림이 심하다고
하는 것이다.
아마 살이 쪄서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지만
뭐든지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해야 만이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성격의 동생인지라
이것 저것 검색을 해봤나 보다.
좌식 습관이 무릎에 좋지 않다며.
식탁 생활을 제안했다.
그러면 TV앞으로 식탁을 가져가면 되지.
그래서 준비작업으로 식탁 다리에다가 아빠 양말을
입혀주기 시작한다.
그러면 조금만 밀어도 슥슥 움직이는
말 잘 듣는 식탁이 된다.
그리하여 거실로 옮겨진 식탁에서 밥을 먹는데...
와, 가게에서 음식먹는 느낌이 나.
뭔가 생경한 느낌.
굽었던 허리도 쫙 펴주는 식탁의자.
왠지 신발 신고 방으로 들어와야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물씬.
식탁이 낡아서 궁시렁거리는 엄마 빼고는
다 만족스러웠던 좌식->입식 전환 체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혁신이다.
이제 더이상 다리가 찌릿하지도 않고
허리가 굽지도 않고
아이고 아이고 소리도 줄어들겠지.
우리 전통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가슴아픈 면도 있지만
그보다 우리 무릎건강이 더 중요했다.
우리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식탁 메뉴를 변화시키는 것에서 출발해서
식탁 위치를 변화시키는 것까지.
쇼파에 앉아서 양말 신고 있는 식탁을 보니
귀엽기 그지 없다.
게다가 아빠 양말은 등산양말이라 목이 긴 편인데
식탁다리의 중반부 까지 차지한 양말의 자태를 보아하니
우리가 쉽게 사는 식탁양말처럼 금방 양말 목부분이 흐늘흐늘하게
늘어날 것 같지도 않다.
아주 짱짱하니 맘에 드는군!
동생의 아이디어에 감사를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