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이 떡만두국이다.
영롱한 떡국떡으로 만들었다.
하루 넘게 불려놓아 부드럽고 차진 떡.
원래 우리가 먹는 만두가 따로 있는데.
사려고 갔더니 단종되었는지 표지가 바뀌어있기에
사지 않고 집 앞에서 따로 산 왕만두.
정말 너무 커서 뜨거운 거 잘 못 먹는 뽀야는
항상 따로 밥그릇에 덜어먹는 편인데.
밥그릇이 꽉 찰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왕만두.
김치만두라 늬글늬글 하지 않고 상큼하다.
그렇다고 너무 맵지도 않아. 잘 산 것 같아!
그런데 너무 커서 2개 먹고 뻗었다.
아침에 해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입맛이 착착 달라붙지 않았던.
순식간에 흡입하여 먹었다.
먹는 도중에 정겨운 전화가 와서
통화에 집중을 해서 그런가.
다시 자리에 앉으니 입맛이 별로 없던.
그래도 아침에 이 고생을 하며
떡만두국을 끓여낸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맛이었다.
일본에서는 토시코시 소바라고 하여 아주 긴 면을 먹는데.
우리는 긴 떡을 송송 썰어 먹곤 한다.
둘다 맛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일까.
소바는 먹어본 적 없지만 분명 맛있을 거야.
둘 다 장수의 의미를 담고있는 음식이다.
떡도 나이갯수만큼 넣는 곳도 있다던데.
우리 음식은 대체로 풍부한 의미와 상징성으로 넘쳐난다.
넣는 고명에도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그 쪽 분야는 잘 몰라서.
쨌든 장수 음식이라고 부르며 먹는 대표 음식이니까.
이제 완벽하게 1살 더 먹었음은 불변의 사실이다.
와, 내 나이가 벌써?!
이런 반응이 나올정도로 하는 것 없이 밥만 꼬박 잘 먹어서.
나이를 착착 적립하고 있었다.
대체로 쌓이면 기분 좋을 법도 한데.
나이만은 그렇지가 못하다.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이 나이만 먹어서 어떡하누.
내가 준비한 공부들은 결과물이 없기에.
인정받지 못하는 허망한 세월이라 불릴 뿐이다.
그 속에 담겨있는 피 땀 눈물, 고통, 희열은 나만이 아는.
아빠와 함께 했던 도전 골든벨 녹화날이 떠오른다.
응원석에서 열심히 나를 응원하던 아빠와 엄마.
길어지는 녹화에 한껏 지친 표정.
화면에는 아빠가 조는 모습이 잠깐 잡히기도 했다.
엄청 보면서 웃었었는데.
출연료 조금으로 퉁치기엔 너무 고된 노동이었다.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운지 무거운지.
잘 느낌이 와닿질 않았다.
그리고 돌아 가는 길에 서울이니까
근처에 삼촌 가게에 들러서 안부도 전하고. 재밌었는데.
그게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었다.
휴대폰 사진 알람에 자꾸 그 때 사진이 떠서
마음이 심란하다.
사진 마다 포즈를 달리했던 섬세한 아빠의 모습.
엄지를 치켜 세우기도 했다가.
손바닥을 쫙 펴기도 했다가.
환한 웃음 속에 우리는 사진을 남겼다.
그거라도 당첨되지 않았으면 아쉬웠을 것 같다.
실전에서는 너무 떨려서 실력발휘를 다 못했지만.
방송이란 게 참 뒷 과정이 고난이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언제 방송국에 가보겠냐며 즐거워 하시던 아빠.
그후에 무용담처럼 늘어놓던 방송국 탐방 고난기까지.
행복한 순간을 우리는 그저 아무렇지 않게 보냈다.
이제는 내 삶에서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게
손에 잡히는 게 무엇하나 없지만.
내 곁에는 엄마가 계시니까.
더 모험을 해보자.
일단 소설 발표가 나는 4월까지는 기다려보고.
그 후에 또 다른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기회는 온통 열려있고 나는 달려들기만 하면 된다.
깨지고 부숴진다 하여도 도전할 거야.
참가에 의의가 있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고.
그 과정에서 멋진 추억이 만들어지걸랑.
그걸 노린다!
아빠는 영원히 젊은 오빠인 채로 우리 기억속에 남겠구나.
나중에 내가 아빠 나이를 넘어서면 점점 더 그리워지겠구나.
그 때를 위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놓아야지.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