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아픔이란 뭘까.
언젠가의 일요일.
창고 대정리를 하게 되었다.
뽀야는 뭐 버리게 될까봐 안절부절 못하고.
우리 집에 들어온 이상
스스로 버릴 수는 없다!
이것이 뽀야의 모토인데.
작은 화분 받침대들이 우수수 나오는데
다~ 우리가 미래에 키울 꽃나무들에 써야한다며
꼭꼭 챙기기.
엄마는 이래서는 정리가 안된다며 저쪽에 가있으라고.
으아니, 그럴 수는 없지.
옆에 서서 계속 참견을 덧붙인다.
생각해보니 두손 가득 뭔가를 들고 있다면
새로운 것이 생겼을 때
받을 손이 없다.
이런 진리는 예전부터 잘 알아왔던 일인데
생활에서 실천이 잘 안된다.
버리면 끝이쟈나~
되돌릴 수 없쟈나~
뽀야가 예전에 비해 물건을 잘 버리는 편이긴 하지만
아직 익숙해진 것은 절대 아니다.
아직도 비워내지 못한 책장이 수두룩.
일단 2014년도 이전의 책들을 버리는 것은
성공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하물며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창고는 어떨까.
시계가 참 맣이 쌓여있더라.
아빠가 초침소리가 거슬려서 빼놓은 것들이다.
아무래도 많이 예민하니까.
다른 집에서라면 대환영을 받을 깔끔하고 아직 쓸만한 시계들이
창고에 처박혀 있다니.
일단 창고에 들어가면 세월을 한 겹 입게 되는 것 같다.
아무리 쓸모 있는 물건이라도
생활자의 시선에서 벗어나면 어떻게 낡아가는지를.
결국 다 비닐 봉지에 싸서 내놓기로.
뻐꾸기 시계같은 경우는 워낙 정교해서
주렁주렁 달린 게 많아서 그냥 갖고 내려가기 불편하여
봉지에 씌워 둔 것이다.
분명 밖에다가 내놓으면 10분만에 새 주인이 나타날 걸.
작동을 아예 안하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이것 저것 위치를 바꿔도 보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버릴 것이 적게 나왔다.
시계만 잔뜩이었지.
사실 버리는 걸 잘 못하는 뽀야에게는
이번 대청리의 결과가 내심 만족스럽다.
그런 티는 내지 않고
시계들을 어떻게 1층으로 갖고 내려갈지 그런 고민을 해본다.
이럴 때마다 사고싶은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택배 영업용 끌차.
그거 있으면 쉽게 물건을 옮길 수 있는데.
왠지 비쌀 것 같다.
하긴 그걸 쓸만큼의 짐이 우리집에 없긴 하지만
정말 갖고 싶어진다.
갖고 싶은 거 얘기하자면
토스트랑 와플기계.
빵을 안 먹기로 했기 때문에
필요가 없는 물건이지만
TV에 가끔 나오거나 와플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그 냄새에 이끌려 저런 생각을 해버리는 것이다.
사실 뽀야의 생각범위에 들어오는 물건들이란
하나같이 귀여우면서 쓸데없는 물건들.
그걸 아니까 왠만해서 실현시키려 하지 않는 편.
위시리스트 장수가 늘어간다.
얼마전에는 어른들의 사는 재미라고 광고하는 사이트를 발견하여
사실 오래전부터 가입이 되어 있었지만 가보질 못한 곳이다.
지인의 집들이 선물을 구경하기에 딱 좋은 사이트였던 것.
그래서 이것 저것 사서 쟁여두고 있는데.
갑자기 코로나19가 격심해져서 오갈 데가 없어진
집들이 선물들이 책상 한 구석에 조용히 올라앉아 있다.
왔다갔다 할 때마다 몹시 거슬려!
사이즈도 조금 큰 편이라.
언제쯤 녀석에게 건네 줄 수 있을까나.
일단 내일은 엄마 휴일날이니까
또 수능날이니까
후끈후끈한 하루를 보내야지.
그래봤자 엄마가 쉬는 날을 특별히 기억하고 싶어서
엄마가 쉬면 뽀야의 일정도 다 쉬게끔 정해 두었다.
오롯이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지.
그말인 즉슨 하루종일 TV앞에 앉아있겠다는 뜻이다.
뭐 엄마는 파마하러 간다는 둥 이런 저런 얘길 하지만
당일 귀찮아지면 다 취소하고 집에서 TV만 볼 것이 분명하다.
애석하게도 코로나 때문에
모험, 소풍, 여행을 떠날 수가 없다.
버스 몇 정거장이면 재미난 세계가 펼쳐지는데.
왜 가지를 못하니(T.T)
지난 주에 못한 수업실연 스크립트를 짜면 좋을텐데.
진짜 중요한 일은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진행시키기가 힘이 든다.
지금 기본 일정 4개 소화하는 것도 버거워 하고 있는 와중에.
게다가 행복한 교육(잡지)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깜박해서
뒤늦게 하려니까 또 조급해지고.
휴일을 휴일답게 보낼 수 있을는지.
뭐 내 마음의 셔터를 내려버리면 간단한 일이긴 한데
시험 끝나고 본격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시험날이 포함된 주말은 이게 쉬는 건지 뭔지 싶게 지나가 버렸고.
계속 마음이 불안했었던 것 같다.
가답안을 떠올리며 내 답과 견주느라 쓸데없는 에너지를 많이 썼다.
어차피 내 손을 떠난 것을.
그냥 내버려 둬도 될 것을.
이런 식으로 똑같이 말씀하시는 교육학 선생님이 계셔서 놀랐다.
학원에서는 다들 2차 준비를 하라고 거의 압박에 가깝게 말하지만
뽀야가 곰곰이 생각해봐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어차피 뽀야는 스터디며 소그룹이며 전혀 하지 않고
혼자 책과 강의로 해나갈 생각이기 때문에.
뽀야 수업의 수강생들은 우리집에 짱 많은 인형들이 한 역할씩
담당하기로 일방적으로 합의 봤다.(히히)
비대면 수업을 준비하는데 대면으로 만나서 공부를 한다니
그것도 좀 안맞는 거 같다.
그렇다고 비대면으로 만나서 공부하는 것도 좀 아쉬운 느낌이 들고.
코로나가 참 많은 것을 바꿔나가고 있구나 싶어서 무섭기도 하고.
지금 대학생들이 제일 안타깝다.
캠퍼스 생활을 누려야 하는데. 동아리 생활을 즐겨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으니까.
여러모로 어려운 교육계에서 빛이 될만한 무언가가 나타나기를
기도해 본다.
그게 뽀야라면 더할나위없이 좋을텐데.(근자감 뿜뿜)
아아, 일단 창고 대정리는 너무 피곤한 작업이었다.
버릴 수 없는 이유들이 수두룩 해서
전혀 정리가 안되고 있어.
시계들만 처분하기로 그렇게 했는데
진이 다 빠지는 하루였다.
물론 오늘 정리한 게 아니고
좀 지난 이야기이다.
어떤 사건이 생길 때마다 폰에 기록을 해 두는데
그걸 야금야금 꺼내다가
이야기 소재로 써먹고자 하는 것.
뽀야가 제일 잘하는 게 기록이다.
한번도 안끊기고 과일 껍질 깎는건 전혀 못하지만
사실 기록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는 건 자신있지.
그 효과를 아빠 아프실 때 유용하게 써먹기도 했고.
뭔가 답답하고,
큰 일을 벌이고 싶고
꿉꿉할때는 창고에 한번 가보자.
창고를 정리하면서 마음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장담한다.
얼마나 개운한지.
강력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