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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해바라기

by 뽀야뽀야 2020.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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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런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도 어느 멋진 시에서.

 

오늘 주말이기도 하고 새롭게 반찬을 

준비해보려고 찾은 로컬 푸드 직매장에서 

만나고야 말았다.

 

우리는 경제적 교환으로 만난 단순한 사이가 아니다.

무려, 회원에게는 구매 시 증정한다는 

그런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엄마가 회원이 아니었더라면 얻을 수 없었고

우리의 만남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터!

안그래도 가게 바깥에 해바라기가 줄지어 놓여 있기에

'와, 저거 한 송이 가져가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기가 막히게도 내 소원이 적중한 것이다.

 

원래 애정과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한 뽀야는

엔간해서는 정을 잘 안 주는 편인데

요번엔 느낌이 왔다.

그래, 이렇게 되는 거지.

 

그리하여 해바라기의 미래를 생각하여

좀 넓은 세상을 만들어 주고파서 

원래 담겨 있던 작은 화분으로부터 

분갈이를 하러 갔다.

 

화분을 들고 집에 오는 내내

'아, 이것은 레옹 같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다.

선글라스는 아니지만 안경을 쓰고 있고

한 손에 화분, 

코트는 아니지만 휘날리는 치맛자락.

엄숙한 분위기.

음, 비슷하지 않았나?

 

그리고 제 몸보다 커다란 곳에 들어앉은 

너, 해바라기야.

너무 앙증맞고 귀여운 거 아니니.

 

화분과 물받침은 집에 남아있던 것인데

해바라기의 선배 산세베리아의 흔적이다.

오늘 해바라기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고

얼마나 자랄지 너무 기대가 된다.

 

물을 줄 때를 여쭤보았더니 

이쑤시개로 화분 흙 언저리를 찔러 넣었을 때 

흙이 묻어나면 조금 기다리고

묻어나지 않을 때 조금씩 촉촉이 물을 주라고 하셨다.

우리집 고목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곤 하는데

해바라기는 그런 틀 조차 거부하는 모양이다.

신선한 녀석...!

잘 키워서 키가 무럭무럭 자라서 천장에 닿으면

유난히 볕이 잘드는 

자주가는 산책 장소 근처에다가 옮겨 줘야 겠다.

설마, 쓰레기 무단 투기 같은 그림이 되지 않기를.

 

매일 같은 모양의 주말을 별모양으로 만들어 준

해바라기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안그래도 즐거운 하루인데

오늘, 뒤늦게 김남길 배우가 국기에 대한 경례 

재능기부를 한 사실을 알았다.

이런 형태의 챌린지는 처음봐서 

새롭고 왠지 모르겠지만 내가 더 뿌듯하고

멋지고 자랑스럽다.

머리 풀고 기쁨의 댄스라도 한 사바리 땡겨줘야 하는 날씨다.

도른자로 보이지 않기 위해 

틀어놓은 음악을 조용히 끄고 

회색 소파에 앉아 명상에 들어간다.

 

상상속의 나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하회탈춤을 추고 있다.

상모를 열심히 돌려라~ 에라~

아, 아닌가?!

무튼 흥이 오른다 얼쑤!

그러다가 지쳐 쓰러져서는 

헥헥 거리며 땀을 닦는데

지나가던 김남길 배우가 

'옜다 관심~'

이러고 상모를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면서

멀어져 간다.

하하하, 미쳤구나.

너무 기뻐서 그래(토닥토닥)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냐면은,

지금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 가는

내일은 분명 더 행복할 거야.

그렇게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거야.

열심히 노 저어 멀리까지 가 보자.

이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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