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왠지 쾨쾨한 냄새가 나기에.
포푸리를 사 보았다.
마트 진열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포푸리.
안그래도 오래된 복숭아 방향제가
너무 신경쓰였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봉지에 담아 파는 것도 있었지만
그냥 이 용기가 갖고 싶었다.
따로 담을 병도 없고 해서 이걸로 골랐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여러가지 색깔이 조화롭다.
포푸리를 들여놓고
자주 방을 드나들고 있다.
향기에 발길이 이끌려서.
거실에 있다가도
코끝에 살짝 풍기는 향에 이끌려
방으로 괜히 들어와 본다.
포푸리라는 이름도 귀엽다.
복슬복슬 한 게 쓰다듬어주고 싶은
대형 견 같은 느낌.
또 for free 라는 어감도 있다.
요즘엔 내가 원하던 것들이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온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평화롭지 않은 세상 속에서
세상 평화롭게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이질적이기도 하면서도
또 너무 조화롭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감동적인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걸까.
우선 허리를 곧게 펴고 생각해 볼 일이다.
요새 너무 방심한 것 같다.
주말이라 쉬어서 그런가?
조금 긴장의 끈이 풀어진 느낌이다.
푹 쉬었으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다시 의자앞에 앉아본다.
눈 앞에서 미끄러져 가는 활자들을 붙잡으려 애쓰지만
그냥 흘러가 버린다.
붙잡으려 하지도 않고
그냥 나도 바닥에 다 흘러내려 버렸다.
그렇게 늘어지고 늘어져서
녹초가 된 나는
10시 알람이 울리기를 기다리며
내 몸의 스위치를 하나씩 끈다.
알람이 울리고
침대에 누워서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감 하며
영업 종료를 선언하는 것이다.
셔터가 내려간다.
눈이 감긴다.
옆으로 누워 이어폰을 귀에 꽂고
뒤척거리며 잠이 든다.
내 방에는 불빛 몇 개가 반짝 반짝.
고장난 냉풍기 패널에
내 머릿 속처럼 오작동 되는 계기판.
콘센트 가운데를 밝히는 붉은 스위치.
반갑지도 않은 손님 쫓으려 피워둔 모기향.
그리고 밤에도 깜박이는
레이저를 내뿜는 내 두 눈.
어둠 속에서 더욱 밝아지는 내 방.
어두워도 휘청거리지 않고
거실로 나갈 수 있는
이 낯설지 않은 감각.
모두가 날 흐물흐물 녹아들게 만들고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공간을
편한 장소로 만들어 준다.
사소한 안도감.
그런 작은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