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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허벅지가 한 줌이던 시절

by 뽀야뽀야 2020.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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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었다.

운동도 하지 않고

움직이기 싫어하고 

그나마 드럼치는 것이 운동이었던 그 때 그 시절.

그래도 대학교 교정을 제 몸만한 가방 메고 

머릿칼 휘날리며 뛰어댕기던 그 때.

초코우유와 음료수가 훌륭한 연료가 되었다.

푸짐한 점심식사를 추구하는 고 엥겔지수의 삶.

 

그땐 그랬다.

지금은 절대 그 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

뭐 운동을 그만두고 계속 움직이지 않는 나쁜 습관을 가진다면

다시 돌아가려나?!

그래도 그 시절에는 지금보다 활동량이 많아서 유지가 됐던 것 같다.

대학원 수업까지 찾아가며 들었던 열정이 불타던 시기라서.

책이 무거울 수록 이상하게 기운이 나던 그런 시기.

백지 인출을 맨날 해서 A4 용지가 집에 그득했던 그 때.

필기를 하도 해서 손날이 새카맸었지.

그 때는 책이 하드커버라 나보다 컸지만

지금와서 펼쳐보면 되게 작은 세상.

그 때 나에게 전부였던 공부가 지금은 큰 기둥처럼 

내 학업의 바탕이 되어주기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항상 그 때 그 순간에 충실하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지금은 한낱 과제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성실한 나를 만들고

그 습관이 정착되면 다른 좋은 습관이 또 나를 뒤쫓는다.

현재에 충실한 사람은 미래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으니까.

심적으로 풍부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허벅지는 한 줌이었지만 뻗어나가는 공부욕은 한 뼘을 넉넉히

초과했던 열정 만땅의 그 시절을 보낸 나에게

지금은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격려를 해 주고 싶다.

무릎 꺾이지 않고 잘 따라왔다고.

이제부터 또 시작이니까.

신발끈 단디 묶고.

또 달려야지.

인생 2막 이런게 요즘에 참 많잖아.

이제 겨우 한 꺼풀 벗어냈을 뿐인데.

지칠 수 없지.

 

겨울철이 날이 금방 어두워져서 

이른 잠을 자고 이른 꿈을 꾸는 뽀야에게

어둠은 어서 자리에 누우라고 

눈을 비비는 뽀야에게 재촉해 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졸음도 10시까지 버티면 사라져 버려.

과거의 어떤 이가 그리도 그리워했던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

하루의 소중함을 가벼이 여기는 나에게.

다시 한 번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

아무도 내게 얘기해 주지 않기 때문에.

나라도 나를 격려해줘야 하지 않을까.

엉덩이 셀프 팡팡 하면서

끝없는 학문의 세계를 헤쳐나갈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정신적 탐험이네.

매일 어디론가 다양한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네.

엉덩이는 의자에 붙어있지만

정신은 어디로든 갈 수 있으니까.

설령 그게 콩밭에 가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허벅지 한 줌 시절의 나에게 

걸맞는 옷을 입혀서 

좀 토실토실하고 튼튼하게 만들어보자.

그 땐 너무 젓가락이었어.(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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