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우산을 발견했다.
길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인 손잡이 증발 우산.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는 그래도 길가에 쓰레기가 많이 없는 편인데.
이 우산은 좀 심했다.
이런 우산을 보게 될 확률이 몇이나 될까..?!
한껏 외로움에 취한 우산을 보면서.
안쓰러웠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 같아서 말이다.
아마 누군가는 얘를 쓰레기 취급 하겠지.
우산이라는 쓸모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세찬 빗발을 막아주고.
쏟아지는 빗 속을 걸을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녀석인데.
또 그렇게 물활론적 사고가 발동하여 녀석에게 감정이입하는 나를 보았다.
우산은 그냥 우산일 뿐.
이 모습을 찍고 있는 나를 보며 동생과 엄마는 빨리 오라며
갈 길을 재촉했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로구나.
쓸모가 없어졌다고 해서 그냥 이렇게 툭 버려지는 운명이라니.
너무 하지 않는가?!
하긴, 그렇다고 해서 얘를 재활용할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기는 하네.
삿갓으로 활용하면 안되려나.
너무 큰가....(힝)
그래도 길에 쓸모 없어진 우산을 버리고 가는 사람은 뭘까.
순간적으로 재밌겠다 싶어 사진을 찍었는데.
한창 진지진지 모드로 글을 적어내려가는 나를 되새김질 해 본다.
예전에 태풍이 한창일 때 길가에는 버려진 우산이 참 많았었다.
대가 다 부러져서 처참한 모습의 우산.
천이 찢겨 뒤집어진 우산.
뽀야는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했다.
[나는 물건은 잘 못 버려.]
[근데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라서 엄청 잘 버려~!]
라고 말이다.
버린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버린다는 것에 너무 무뎌진 것이 아닐까?
새로 사면 되지 라는 생각에 함몰된 것은 아닐까?
한 번을 사면 정말 낡고 닳을 때까지 쓰던 그런 자린고비 라이프.
어쩌면 그것도 원활한 경제활동의 흐름에 있어서는
그다지 좋은 습관이 아니기도 하다.
내가 써야 또 공장에서 만들어 내고 유통이 되고
돈을 벌고 돈을 쓰고 흘러가지.
그 말이 맞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길가에 쓸모 없이 버려진 우산을 보면.
영, 마음이 안좋다.
그렇다고 내가 고이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릴 것도 아니지만.
혹시 이걸 깜박하고 두고 간 건 아니겠지.
다시 찾으러 온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아무리 봐도.
물자를 소중히 여기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버튼 있다고 휙휙 눌러대서 고장내지 말고.
특히 아파트 외부 현관 버튼.
너무 자주 고장난다.
사람들이 생각없이 툭툭 빗겨 누르고.
아이들이 장난삼아 세게 누르고.
그러다보니 고장이 난 것일 텐데.
그런 거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고 보니 화분에 이름표를 붙여 놓았다.
왜~ 현철 아저씨가 이렇게 호소하고 있잖아.
[이름표를 붙~여 내가슴에~♬]
사실은 엄마가 자꾸 우리 식물 아가들의 이름이 헷갈려서.
그래서 대왕 매직으로 크게 써서 붙여놓았다.
스노우 사파이어는 너무 기니까 스노우 라고만.
내가 너에게 이름을 불러 준다는 의미는.
너를 나의 통제 아래에 둔다는 것일지도 몰라.
손잡이 없는 우산 너도.
한 때는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었겠지.
비록 이렇게 은퇴하게 되었지만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 줘.
그 사람도 일이 바쁘다던가.
정신이 없었다던가.
하는 그런 다양한 사정이 있었을 거야.
나는 너를 처음 발견하고 뱃가죽이 찢어질 정도로 웃었었지.
정말 미안해.
이제는 허탈한 웃음이 되어 내 발끝에 치이는 구나.
부디. 다음 번엔 다른 사람의 도움이 되고 싶은 너의 마음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튼튼한 물건으로 재탄생 되어.
요긴한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
우산이여, 손잡이 좀 없으면 어때!
파이팅!!!!
'보이나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목나무 새싹 (0) | 2021.04.16 |
---|---|
김남길 치임 포인트28 교수님 (0) | 2021.04.15 |
김남길 치임 포인트27 꼬마신랑 (0) | 2021.04.14 |
부농부농 외장하드 (0) | 2021.04.14 |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0) | 2021.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