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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화이트데이

by 뽀야뽀야 2021.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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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라디오에서도 핫한 주제가 되었던.

오늘은 화이트데이이다.

사랑하는 이들끼리 사탕을 주고 받는 날인데.

코로나로 인해 만날 수 없으니까.

더 감질맛이 나는 날이 되려나.

그런데 생각해보면 2/14 밸런타인데이가 먼저인데.

왜 밸런타인이 먼저이고, 화이트데이가 나중이 되었을까?!

그리고 어째서 밸런타인은 초콜릿이고 화이트데이는 사탕일까?

뭐, 밸런타인은 사람 이름을 딴 거니까 그렇다 쳐도.

화이트데이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날이니까.

그래서 흔히들, 서로 사탕이나 초콜릿을 주고 받을 상대가 없는 경우에,

무슨무슨 데이는 다 장삿속이다! 하고서 뒤돌아서 눈물을 흘리곤 하는데.

 

학창시절에는 우정 초코나 우정 사탕 같은 거를 많이 나눴던 것 같다.

학교 앞에 사탕장식이나 초코 장식 같은 걸 파는 슈퍼가 3군데 정도 나란히 있어서.

작은 거라도 서로 나누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니 말이다.

가격도 저렴했고.

그 오색빛깔 포장지에 싸인 작은 사탕이 참 맛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사탕을 전달하고 싶은 사람이 제법 있다.

그런데 우리는 모일 수 없으니까.

그리고 이런 사소한 일로 바쁜 와중에 연락넣기도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굵직한 일 아니면 연락도 자주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사탕이나 초콜릿을 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날이 있었다.

블랙데이라고 해서 모여서 짜장면을 먹는 날이 있었지.

학창 시절에는 이 날이 되게 재밌게 느껴졌다.

정작 짜장면을 먹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그래도 데이의 시작은 빼빼로 데이가 아닐까 한다.

그나마 가장 신빙성 있고 말이다.

11월 11일.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빼빼로 같잖아.

 

우리 가족은 기념일 챙기는데 서툴다.

서로의 생일 챙기기도 조심스럽다.

아무래도 아빠 계실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아빠도 한창 때는 그런 거 잘 신경 안썼었는데.

노년기가 되니 가족의 생일도 챙기고 기념일도 신경쓰고 

그랬었다.

그 모습이 아빠가 늙어가는 것 같아서 마음 아프면서도.

기분이 좋았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조차 영원히 볼 수 없게 되었으니.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 어제가 남길 생일이었어서.

나름대로 혼자 마음속으로 축하하느라 바빴는데.

화이트 데이의 무사탕의 충격이 조금 완화되는 그런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점심은 내가 라볶이 요리사가 되기로 했다.

비장의 레시피만 있으면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라볶이.

생각해보면 어제 중화요리로 면을 잔뜩 먹었어서 자중해야 옳지만.

주말 특식을 이렇게 흘려보낼 수는 없잖아!

 

생각난다.

소금사탕이라는 게 있었다.

희한한 이름이다.

맛은 처음엔 짭짤한데 먹으면 먹을수록 달콤하다.

포장지에 일본어가 적혀있던 걸로 보아.

일본식 사탕이었다.

아빠가 맘에 쏙 든다고 크게 한 봉지를 사다두었던 기억도 있다.

하여튼 이런 아기자기한 것 만드는 데는 도가 튼 일본이다.

 

화이트데이에 팔짱을 끼고 좋은 데 구경다니고.

맛있는 것 먹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하는 건 꼭 연인끼리만이 아닐 거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은사님, 동료와 같이 즐길 수 있는 그런 날이니.

오늘만큼은 평소에 부끄러워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아직도 코로나의 위협이 가시지 않아.

하루종일 내내 안전안내문자가 울려퍼지는 요즘이지만.

우리가 보고픈 마음. 달려가고 싶은 두 다리.

고이 정돈하여 조금만 참으면 금방 좋은 날이 올 것이다.

백신접종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효과가 있지 않을까.

 

오늘은 선인장이 오랜만에 물 먹는 날이었다.

녀석은 한 눈에 보기에도 가벼워져 있었다.

화분을 들어올리는데 너무 가벼워서 애처로웠다.

그리고 수줍게 인장이 꼭대기 부분에 새 몽우리가 맺혔다.

인장이가 새끼를 치려나보다! 아니면 꽃인가?!

온갖 기대를 안고 기다려 본다.

매달 14일에 물을 주고 있는데.

그래도 뭔가가 맺혔다는 것은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아침부터 너무 기분이 좋다.

 

그나저나 화이트스타도 핑크스타도 선인장도 고목도 많이 컸다.

벌써 키가 껑충하니 위로 솟아오른 그 모습이 자랑스럽다.

얘네가 허브였다면 바로 식용이 가능하겠네.

조금 잔인하기는 하지만, 반려대파만큼 가슴아프지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제 만든 고추전에 고명으로 허브 잎 딱 올리면 좋을 것 같고 말이다.

나중에 허브도 키워봐야겠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집에 화분이 많아서.

어떨지 잘은 모르겠다.

 

 

통통통 거실에서 점심재료를 준비하는 엄마의 도마소리가 들린다.

양념은 내가 할 거니까. 엄마는 칼 위험하니까 그것만 도와주시는 것일게다.

이번 라볶이 재료는 풍성하다.

어제 장을 봤기 때문에.

 

로컬푸드 직매장에 가서 신선한 채소와 기본 양념들을 사왔다.

특히 다진마늘이 일품인데.

뚜껑이 정말 열기 어렵게 되어있어서 마늘 색이 변하는 것을 막고.

오래 신선하게 유지시켜 준다.

그리고 그 중량에 꽤나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그래서 로컬푸드가 좋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한동안 오래 외부인을 만나지 않아서 그런가.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입을 다물고 지내는 일이 많은 내게.

화이트데이는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그래도 직장이 있거나 학교를 다닌다면,

괜히 신경쓰일 그럴 하루. 화이트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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