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이 아닌 나는 오후 9시면
영혼이 탈출하곤 한다.
사실 저녁 7시부터 약간 맛 간(?)상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세상 잘 할 수 있는데
저녁 늦게 자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
이에 반해 엄마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질색하고
또 힘들어 하신다.
하지만 저녁에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이 한다면
취침시간이 무한대로 수렴한다.
이렇게 다른 우리.
맞춰갈 수 있을까?!
놀랍게도 엄마의 희생으로 항상 취침시간은 나에게 수렴한다.
불가능->가능, 이건 어렵고
가능->타협, 이건 쉽기 때문에.
요새 주말 드라마 중에 '한 번 다녀왔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했다.
그 전에 방영하던 '사랑은 원더풀 인생은 뷰티풀.'에 이어서 보게 된 프로그램인데
캐릭터들이 다 너무 귀엽다.
다 좋은데 방영 시간이 21:00를 넘기는 것이다.
물론 15분 넘친다.
근데 이건 나에게 단순한 15분이 아니다.
저녁 9시를 넘기면 내 몸의 모든 세포들이 발악한다.
이제 가게 문 닫아야 되니까 알아서 하라고.
눈은 맛탱이가 가서(?) 흰자 분포도가 올라가고
입에서는 계속 마른 침이 나와서 빨리 눕고 싶고
다리는 풀려서 휘청휘청, 흐느적 흐느적.
15분이면 900초가 아닌가.
1초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데에.
일단 엄마와의 수면 협정이 타결되어 오후 9시에 자고는 있는데
가끔 나는 엄마의 희생에 미안해진다.
TV 조금 더 보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도 싶을텐데.
근데, 여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9시 땡 하면 불 다끄고 방으로 홀로 들어서야 하는 것이
엄마는 무척이나 쓸쓸한가 보다.
꼭 내가 있을 때 환한 상태에서 동시에 잠을 자야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만약 엄마가 협정을 깨고 TV를 더 보게 되면
혼자 불을 다 끄고 어두컴컴한 방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 시간에 내가 깨어 있어서 같이 불을 끈다면 덜 외롭거나 하다는 거지.
하지만 15분의 여유는 내겐 없는 거.
엄마를 위해 15분도 쓸 수 없는가?!
나도 가슴아프지만 몇 번 이나 시도 했는데 잘 안된다.
엄마도 졸려서 발악하는 내 모습 보는 것도 편치는 않을 거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다른 사람들은 10시 넘어서도 잘들 그러고 산다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벌써 몸에 굳어진 세월만해도 10년이 넘어가는데
어떻게 바꾸지?
바꾸고 싶지도 않고.
아아,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는 거랬어.
자기만족에 빠져 잠을 청하곤 하는데.
아침형 인간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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