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태클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A라고 말하면 B를 주장하고,
A는 잘못 되었다며 열을 올리곤 하지.
왜 그렇게 내가 믿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은지.
오늘 아침 맛나는 카레 먹고 이 닦으려고 화장실에 갔는데.
아니 이런.
내 칫솔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분명 칫솔 걸이에 아름답게 걸어 놨는데?!
"엄마! 내 칫솔 못봤어?"
돌아오는 대답은
"새 걸로 닦아봐 그게 더 잘 닦여서 바꿔놨어."
아니 그러면 말씀을 미리 해주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내 살림살이를 이렇게 난데없이......
사실 나는 물건에 집착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쓰는 물건들이 다 오래됐고 정이 많이 쌓여있다.
물건을 잘 못 버리는 것도 내 단점이지.
하지만 아껴 쓴다는 것은 또 장점이지.
여하튼, 칫솔의 행방은 알았고.
이 사건의 본질은 이것이다.
'불고지'
미리 알렸어야지.
대집행을 할 때도 계고라는 절차가 있다고요.
적어도 언제 어느 때 물건을 바꾸겠다는 의사를 알려 주셔야지.
내가 거기에 따르든 안 따르든.
분명 내가 칫솔을 안바꿀 것이 명백했기에 먼저 말하지 않은거지.
새 물건? 당연 좋다.
근데 나는 구관이 좋다.
자주 바꾸는 요즘 세태에 맞지 않는 인간인 거다.
휴대폰도 새로 바꾸라하면 얼씨구나 하고 다들 바꿀텐데.
나는 옛자료가 그리워서 쉬이 바꾸려하지 않는다.
내가 너무 후졌나?!
칫솔 하나에 상처 왕창 받은 나.
그까이꺼 칫솔 하나 새로 써라 하고 당당한 엄마.
그거 생각난다.
이태원 클라쓰 주식회사 이름.
아이씨(욕 아님, IC, 이태원 클라쓰)
엉엉 아침부터 울고 있다.
불쌍한 내 칫솔. 버림받게 하다니, 너무했네 너무했어.
내일은 엄마 몰래, 엄마 방에 이불이랑 베갯보 다 바꿔버릴까?!
소심한 복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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