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는 엄마.
"운전면허 그거 많이 어려울까?"
어렵지 않아요, 공부 하면.
그리하여 인터넷으로 관련 도서를 주문하고 받아보았다.
노란색 표지의 에듀0.
정말 공무원 시험 합격을 위해 애쓰는 그런 회사라고 생각 했는데
운전면허 까지 세력을 뻗었구나. 대단하다.
책은 여기서 100%나온다. 라고 홍보하고 있다.
저 책만 달달 외우면 필기는 문제 없다. 그런 느낌.
문제와 답이 같이 나와있어서 통째로 외워버리기에 편해 보인다.
어차피 운전 면허 필기는 문제은행식 아닌가?
달달 외우고, 운좋게도 같은 문제 나오기도 하고 그런 요행을 바라기도 하지.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은 내가 오래전부터 바라온 그림이다.
엄마가 활자를 접하는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그 모습을 볼 때 마다
내가 뭐 그렇게 바쁘다고 엄마랑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없이 살았나 싶다.
엄마의 눈높이에 맞춰서, 엄마의 요구에 맞춰서
얼마든지 재미있고 간단한 책들을 추천해 줄 수 있었는데
이제서야 그러고 있다.
꼭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도전한다기 보다는
그냥 운전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다는 기분이 더 강한 요즘이지만
그것 조차 기쁘다.
뭐라고 하겠다는 조금의 의지가 보이는 것 같아서.
사실 엄마의 삶의 반은 TV시청이다.
하염없이 TV만 본다.
그 밖에 따로 할만한 여가 생활이 없다.
그 모습이 나는 가슴 아팠었다.
세상에 얼마나 즐길 수 있는 게 많은데
뭔가를 새로 배운다는 것에 마음의 장벽이 쳐져있기 때문에
섣불리 '하세요.' 라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
TV 보는 것도 좋지만 그 고정된 시선을 거두고
주변을 좀 둘러 봤으면 한다.
요즘같이 좋은 날에는 산책도 했으면 좋겠다.
물론 마스크 쓰고.
코로나 19 이후에 우리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집에 콕 박혀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외출은 최소한으로, 나갈 땐 마스크와 함께.
여기저기 손잡이 잡는 거 좋아하는 나는 장갑도 챙기는 편이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또 유행할지 모르는 질병 앞에서
우리의 마음가짐은 어떠한지.
그 상황 속에서 일상을 영위하기란 얼마나 힘든지.
우리 집의 불편은 아주 조금이지만 이것만 감내하면
세상이 조금 더 안전해 질 테니까.
필기부터 차근차근. 엄마의 도전을 응원한다.
할 수 있어.
안 하는 거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그렇게 크게 외치고 싶다.
항상 엄마를 사랑해.
도전하지 않더라도 넘어져도
상관없이 엄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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