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요리의 그 짬뽕이 아니다.
엄마는 뭐든지 섞어버리는 걸 선호한다.
특히 남은 음식 땡처리 할 때.
사건의 발달은 오리주물럭과 총각무조림의 아슬아슬한 남은 양과
엄마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나.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사랑.
"엄마, 왜 오리주물럭에 무 조각이 있는거지?"
아니 나는 나의 의견을 말한 것뿐인데.
"해주면 해주는 대로 먹어"
나도 요리 잘할 수 있는데 엄마가 시간 남는다면서 자진해서 하잖아.
"밥 해주는 게 어디냐, 고마운 줄 알아야지."
하나같이 맞는 말이라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왜, 다 섞어버리는 걸까.
하나하나 고유의 맛을 느끼고 싶단 말이지.
아무래도 고차원의 맛을 추구하다 보니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더하고 더하다 보니 이렇게 되는 것 같다.
근데, 덜어내는 게 미학 아닌가?
음식에서 웬 미학을 찾느냐고?
미학은 우리 삶이 아닌가.
미학이 없다면 우리는 그냥 동물들처럼
먹고 자고 싸고 할뿐이지.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그 과정에서 뭔가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리고 그게 기쁘다면, 삶이 더 부유해 지는 것일텐데.
나는 미학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좋은 물건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줄은 안다.
요즘같은 봄 날씨에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민들레 홀씨나
내 머리에 살포시 앉는 벚꽃 잎이 싱그럽다고 느낀다.
그럼 된 거 아닌가.
꼭 필요가 있어야 행동을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좋은 식당에 가면 음식 장식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걸 본다.
다 이런 이유가 아닐까.
물론, 한식 중에 비빔밥이 그 편견을 깨고는 있지만
어쨌든, 나는 짬뽕이 싫단 말이야.
중화요리 짬뽕은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다음 부터는 섞지 말아줘."
이 한마디는 공중에서 그대로 흩어지고 말았다.
엄마는 오늘도 힘차게 냉장고를 뒤져보고 있다.
오늘은 뭘 섞어서 뽀야 짜증을 유발해볼까나~
평행우주에는 뽀야 퇴치 모드인 엄마가 있다.
개인적 취향 좀 존중해 주세요.
어무이.(흥)
'효do'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엄마의 도전 (0) | 2020.04.21 |
---|---|
19.규칙은 괜히 있는게 아니다 (4) | 2020.04.20 |
17.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0) | 2020.04.18 |
16.세상의 아버지들은 다 그런 걸까 (2) | 2020.04.17 |
15.전자렌지 링의 탈출기 (0) | 2020.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