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지 말자.
어떤 상황에서도 현명하게 판단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물론 내 스스로가 생각해 낸 게 아니라
동생으로부터 배운 삶의 지혜다.
우리는 사소한 것들을 회피하며 살아가곤 한다.
맞닥뜨리는 것의 중요함.
지금은 마주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마주치게 되고
무방비 상태인 나는 쉽게 무너져버리고 말 것이다.
한 번 피한 눈덩이는 점점 더 기세좋게 내 뒤를 질주하고
결국 나를 깔아 뭉갠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고 얘기하고 있을건가!
070 전화가 내게는 그렇다.
누구한테 걸려왔을까? 무슨 일일까? 어 혹시 피싱......?
걱정 하기 전에 그냥 받고 광고면 끊으면 되지 않을까.
그 날은 씻기 싫어하는 내가 모처럼 샤워를 하느라 부재중이었다.
꼭, 전화는 딴 일하고 있을 때 바쁘게 울려댄다.
내 벨소리는 인간극장 시그널 음악.
따라라라~
샤워하는 데 벨소리가 들린다. 신경이 쓰였지.
근데 왜 계속 벨소리가 울리는 거지??? 이미 거품 범벅이 된 상태라 나갈 수도 없고.
갑자기 욕실 문이 열리며 엄마가 해맑게 묻는다.
"070인데 받을까?"
아니, 그러니까 전화는 뭐든 다 받으라고요!
받고 아니면 끊으면 되지.
왜 이 간단한 원리를 모르실까나.
샤워 중에 찬 공기 공격을 받은 나는 충격과 공포에 데미지+30을 입었다.
혹시 이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돈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인데
우리가 놓친 무언가가 있다거나
중요한 곳에서 걸려온 전화라던지, 보험회사에서 급하게 뭐가 필요해서 전화 했다든지.
기타 등등.
어떤 전화가 어떻게 걸려 올지 모르는데 왜 전화를 받으려 하지 않는 걸까.
"혹시 받기 싫은 전화라도 있어? 왜 전화를 안 받으려 해."
시큰둥한 엄마의 대꾸.
"070이잖아......"
광고하는 분들은 알아주셨음 좋겠다.
얼마나 070에 시달렸으면 이런 반응이 나오냐고.
지금 나는 080이라고 안심하고 계신 분들도 분명 있겠지?
아니거든요. 개인정보가 새나가서 받는 통화라 분명 기분이 언짢습니다요.
정말 불안하다.
이제는 나를 찾아오는 어떤 것들도 허투루 배척하거나 피하거나 하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가짐에 엄마가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
잘 말해두었으니 분명 이해 하실거다.
허나, 방 어디선가 인간극장 시그널이 들리면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그 전화가 내 목소리가 듣고 싶어 거는 당신의 전화라면 정말 좋겠다.
불현듯 내가 떠올라 그리운 마음에 거는 당신의 전화라면 너무 좋겠다.
이 기다림은 불안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성질의 것이다.
반가운 손님이 오려는지 꼭대기층인 우리집 천장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짹짹. 반가운 전화가 온대요. 짹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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