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중대사를 위하여
아침 6시에 알람을 맞추고
몇 번 뒤척이지도 못하고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났다.
그런데 베란다 창문으로 갔더니 어스름한 어둠속에
저 멀리서 붉은 기운이 깔려 있더라.
그러나 태양은 준공중인 건물에 가리워져 그 형체를 볼 수 없고
그리하여 일찍 일어난 보람이란
붉은 기운의 감상이었다.
건물만 가리지 않았어도
태양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그래서 해돋이를 보러 가는구나 싶었다.
역시 집에서는 무리였나.
건물이 많이 올라 가기 전에는 틈새로 보였었는데.
하지만 오전 9시인 지금 태양은 밝게 빛나고 있다.
비록 육안으로 보기에는 그냥 밝은 흰색 점이지만.
꼭 붉은 태양을 봐야지만이 뭐가 되는 건 아니잖아.
아침의 성스러운 붉은 기운이라도 봤으니 되었지 뭐.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빈둥빈둥 아침 식사를 기다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021년에는 미루지 말자.
뭐든지 미루고 안하는 나쁜 습관을 청산하자.
내 할 일을 미룬다는 것은
다가올 내 행복을 같이 밀어낸다는 뜻도 포함이야.
그리고 오늘 엄마가 기존 퇴근시간보다
일찍 퇴근한다 하여 우리끼리의 조촐한
2020년 보내기 행사를 하기로 하였다.
그래봤자 가족끼리 맛있는 음식 잔뜩 시켜서
쩝쩝대며 먹어치우고 세상사 얘기 나누며
웃고 떠드는 것뿐이지만.
어제보다 실내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어제는 20도를 유지했었는데
간밤에 많이 추웠는지 내방은 18도,
거실은 17도로 내려가 있다.
아침에 수도를 트니까 꿀렁꿀렁 대기에 깜짝 놀라서
동파인가?! 하고 조금 있다가 다시 물을 틀어보니
정상 작동.
아휴, 놀라부렀어.
그래서 엄마는 세면대에 물을 쫄쫄 틀어놓고 출근.
내 방 옆에는 화장실이 있어서
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맑게 울려 퍼지는데
이게 악기 연주같이 아름답게 들린다.
실로폰 소리 같기도 하고.
그리고 수도에서는 약간 녹물이 나와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물티슈로 세수하고 이도 못 닦은 채로 이렇게 앉아있다.
오늘 운동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단 점심 때까지 버터야하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더 허기지네.
아침은 항상 조미김에다 밥.
밥이 따끈따끈하여 맛이 좋다.
오늘이 지나면 나는 한 살 더 먹게 된다.
이야, 이뤄놓은 것 하나 없이 나이만 열심히 먹고 있네.
새해에는 엄마한테 더 친절한 내가 되어야지.
상냥한 사람이 되고 싶다.
가족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년에는 꼭 오랜 꿈을 이루고 싶다.
교단에 서든 강단에 서든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펼치며 경제활동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까지만 음식 가리지 말고 조촐한 축제를 벌이자.
일단 점심에 중화요리랑 도넛배달 시키려는데
계획대로 잘 될지 모르겠네.
수많은 걱정중에 실제로 실현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괜한 데에 에너지를 낭비한 것이다.
걱정을 줄이고 그 자리에 희망을 채워넣자.
그렇게만 해도 많은 것이 바뀔 것 같다.
두렵다고 도망쳐버리는 그런 짓은 이제 그만하고.
오늘의 나는 어리고 미숙하지만
내일의 나는 달라져 있을 걸.
하루하루 얼굴이 바뀌는 신생아처럼
잠깐 돌아봤는데도 못알아보게 성장해있을
나를 기대해 본다.
붉은 기운에 감싸여.
가는 해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던
어느 쌀쌀한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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