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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일기

20200621 편지 2

by 뽀야뽀야 2020.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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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야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아빠.

아빠한테로 가는 두 번째 편지예요.

어제보다는 차분한 느낌이에요.

오늘 산책하며 아빠께서 자주 다니시던 가게들을 

스쳐 지나가게 되었어요.

특히, 멋쟁이셨던 우리 아빠 자주 들르시던 미용실.

아빠 아프실 때에 외삼촌께서 저희 집에 데려다 주시곤 했는데요

집 근처 들어설 때마다 입구에 있는 그 가게가 

가슴을 저며오는 거예요.

어느날 머리 손질하고 오시면서 현관에서 말씀하셨었죠.

머쓱하게 웃으시면서 뽀야에게 그러셨어요.

"아빠 어떠냐? 머리 조금 치고 왔는데......잘생겨 보이냐?"

그 때는 그냥 웃고 말았지만 

아이같이 장난스러운 그 표정, 그 말투.

제가 과연 잊을 수 있을까요?

아빠, 제가 굉장히 객관적인 사람이거든요?

정답을 말해드릴게요.

아빠는 머리가 어떻든 굉장히 멋지시구요, 위대한 사람이예요.

우리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키시기 위해 애쓰셨고

실제로 우리를 따뜻하게 지켜 주셨으니까요.

오늘 미처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한테 연락하고 

아빠의 부재를 다시금 확인하면서 실감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아빠의 육신은 제 곁을 떠났다는 사실을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영원한 이별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 이야기인줄만 알았어요.

저에게 이런 큰 시련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힘들어요.

하지만 아빠 생각이 날 때마다 남은 우리 가족을 떠올려 봐요.

내가 백만 번, 천만 번 울어서 아빠께서 돌아오실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할 거예요.

하지만 아니잖아요.

남겨진 우리는 또 살아가고, 시간은 계속 앞으로 저만치 달아나고 있고.

뽀야는 조금씩 덜 우려고 노력해요.

당장 눈물이 쏟아지는 걸 말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울다가도 금방 그치곤 해요.

뽀야 저거, 우는 척 하네?! 하고 놀리기 없기예요.

아빠께서는 뽀야가 울면 울음 그치게 하려고

울면 바보라고 그러셨잖아요.

아빠께서 간과하신 게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뽀야는 안 울어도 바보거든요.

아빠밖에 모르던 바보 같은 딸.

아빠 소중한 것도 모르던 바보 같은 딸.

뽀야 눈물 창고에 파란 체크무늬 셔츠 입은 분이 문지기예요.

누구냐고요?

누구긴 누구에요, 바로 아빠지.

뽀야 눈물 그만 흘리라고 아빠가 거기서 감시하고 계시잖아요.

아빠 그래도 아빠를 위해 흘릴 눈물 조금은 허락해 주세요.

아빠의 사랑스런 입술로 내뱉던 뽀야 라는 말.

제 입으로 백 번, 천 번 되불러 보며 아빠를 기억해요.

언젠가 누군가가 저를 향해 뽀야 라고 부르며 다가온다면

아빠께서 보내신 걸로 생각하고 친하게 지낼게요.

아빠를 기억하고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 떠올려 보세요.

아빠께서 뿌리고 가신 사랑들이 이렇게나 풍성하게 

아빠 주위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걸 아빠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믿을게요.

아빠는 뽀야에게 뭐든지 원하는 거, 필요한 거 주시기만 하셨는데

제가 드린 건 고작 매년 드렸던

1-2분이면 쓸 수 있는 초라한 어버이날 편지와 카네이션 뿐인거 같아요.

아빠 금고를 열었을 때 거기에 제가 드린 어버이날 편지와 카네이션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아빠는 모르실 거예요.

요즘 딸내미 생일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아빠도 흔치 않은데

제 생일을 중요한 숫자로 기억하시는 아빠를 추억하면서 

다시금 느낀 게 있어요.

나를 사랑하자, 라는 것을요.

아빠께서는 아마도 뽀야가 뽀야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걸 

참 바라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잘 씻지도 않고, 꾸미지도 않고, 애교라고는 없고,

그나마 할 줄 아는 거라고는 공부하는 것 밖에 모르는 철부지 딸

키우느라 애쓰셨어요.

뽀야 이름으로 공로상을 바칩니다.

아빠, 아빠께서 제게 주신 어마어마한 사랑.

제가 꼭 더 많이 베풀면서 살아갈게요.

이제부터는 꽃잎이 제 어깨에 떨어지면 

아빠께서 제 어깨를 감싸주셨나보다 싶을 거고

이제부터는 참새들이 뽀야한테 달려들면

아빠께서 뽀야가 보고싶어 다가오는 거다 싶을 거고

이제부터는 화단에 꽃들이 활짝 피어있는 것을 보면

아빠께서 뽀야에게 예쁜 것만 보여주고 싶은가보다 할 거예요.

아빠, 걱정 없이 뒤돌아서도 돼요.

괴로워하며 붙잡거나 아빠 이름 부르며 목놓아 울거나 하지 않을게요.

느낌 아니까~(윙크)

아빠 큰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는 모습 꼭 보고 싶었는데

웬일일까요? 눈을 감으니 더 선명하게 보이는 걸요.

아빠 그동안 부질없이 고통스럽게 붙잡아 두어서 너무 죄송했어요.

아빠와 함께 하고 싶어 부린 고집이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 19로 인해 자주 만나지 못했던 것도 가슴아프지만

이제는 누구의 탓을 할 필요도 없고 

아빠는 아빠대로 온전히 살아내셨고 

지금은 곁에 없지만 

눈 감으면 언제나 저와 함께 하신다는 게 든든해요.

거울을 손에 쥐고 가만히 들여다 보면은요?

그 속에 아빠가 계세요.

뽀야의 피와 살, 체형, 습관, 말투, 성격, 버릇 모든 게 

아빠와 똑 닮았다고 사람들이 그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원래 첫째 딸은 아빠를 꼭 닮는대요. 어찌나 다행인지.

이제 제가 거울 볼 때마다 환하게 웃으면

아빠도 따라 웃는 거네요?

많이 웃을테니까, 아빠도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아빠 딸 원래 잘 웃는 사람이에요.

아빠도 호탕하신 분이셨으니까 

이제 우리 웃는 일만 생길 거예요.

아빠, 사랑해요. 고마워요. 

 

존경을 가득담아 아빠 곁으로, 첫째 딸 보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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