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덮어 깊은 맛 내는 비법을 익히게 된 뒤
자주 먹게 되는 김치 볶음밥이다.
살짝 익어버린 겉절이 배추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양파를 다져준다.
김치 양념도 조금 더해주면 맛이 깊어지지.
뚜껑을 닿고 계속 익혀주기를 반복할수록 맛있어진다.
밥그릇에 가득담아 다른 그릇 위에 뒤집어 주면
모양도 예쁜 김치 볶음밥 완성!
어제 저녁에 따끈따끈하게 한 상 먹고
오늘 아침에도 가볍게 한 사발 때렸다.
집에서 만드는 김치 볶음밥은 왠지 촉촉하여
아침에도 먹기가 부드럽고 좋다.
좀 놔뒀다가 먹으면 가장자리가 바삭바삭해져서
계란국과 같이 먹어도 좋은 맛있는 음식.
엄마는 배추 겉절이를 더 담가놔야겠다고 한다.
이 추운 겨울에.
김치를 또 담근다는 엄마의 말에 무서워졌다.
시뻘건 양념에 팍팍 버무리는 절임배추를 떠올리니
이게 웬 고생인가 싶기도 하고.
확실히 김치 여분이 많으면 좋긴 한데
집에서 직접 만들기엔 여간 마음가짐 아니고서야
쉽지 않은 김치의 길.
먹을 땐 맛있고 재밌지만 만드는 과정은 뼈가 빠진다.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시큰하고
에이, 그러니까 하지 말랬잖아.
이 소리가 꼭 나오게 되지.
그러고 보니 어제 로션을 듬뿍 바르고 잤더니
그나마 손등의 상태가 조금 양호하다.
거칠거칠 하더니만 나름 부드러워졌다.
때비누로 벅벅 문지르고 로션바른 거였는데
확실히 효과 있구만.
어제는 집이 더 추웠다.
바깥은 햇볕이라도 쨍하게 비추니까.
그런데 집앞에서 공사하고 나서부터는
일조량이 크게 줄었다.
하긴 바로 앞에서 우리 아파트보다 높게
새 아파트를 지어버리니 그럴수 밖에.
자꾸 같은 자리에 입술 각질이 돋아나서
계속 뜯다보니 피가 맺힌다.
꼬들꼬들한 꼬투리가 있다면
잡아 뜯고 싶어진다.
사람 사이에서도 그런 꼬투리가 돋아난 사람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그부분을 건드리게 된다.
그리고 싸움이 생기지.
때로는 뜯고 싶어도 가만 두고
보습제를 발라서 자연스레 서로 융화되는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조화로운 김치볶음밥을 떠올리면
서로 맵다고 자랑하는 음식들이
자기 성질을 죽이고 맛있게 조화되어 가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본다.
뜨거운 불로 쏘삭거려도 오히려 뭉근하게 서로 녹아
합쳐지는 그런 인연이 되고 싶은데
주변에 사람이 없네.
가족 뿐이네.
뽀야의 사회성 기르기 연습은 여기까진가......
모든 관계 형성의 첫걸음이 가정이라던데
일단 이 안에서라도 잘 해나가 보자.
싸우지 말고. 모진 말 주고받지 말고
역지사지의 입장이 되어보기.
그런 좋은 말들만 하는 면접책을 공부하면서
나의 삶을 반성하게 된다.
다소 형식적일 수 있는 그런 대답에도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땅히 그걸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지.
작년 이맘 때는 옛 회사 동료들을 만나 고기를 구워먹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제 우리가 언제 또 뭉칠 수 있을까.
글쎄, 적어도 내년 초반은 넘겨야 하지 않을까.
새해에는 또 바쁘니까 미뤄지겠지.
눈발을 뚫고 나가는 것도 일이네.
또 눈이 많이 내려야 내년 농사가 잘 되는 거라던데.
뽀야는 눈비가 싫지만 작물의 생육을 위해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지.
뭐든지 적당히.
그렇게만 만들어 주세요.
누구한테 비는거지? 모르겠다.
수신인 없는 메시지를 하늘로 띄워 보내 보련다.
2020년 잘 마무리하고 2021년에도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