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도 고명이 많이 있다.
이번 닭갈비는 이전에 먹은 거긴 해도
사진을 미처 올리지 못하여 뒤늦게 글을 올려 본다.
일단 향이 끝내주는 깻잎은 기본이고
기름 잡아주는 부추도 필요하고
뭉그러지는 식감의 양파도 팍팍 넣고
아삭함의 끝판왕, 양배추도 넣어준다.
내가 고기를 먹기 위한 것인지
고명을 먹기위한 닭갈비인지 헷갈릴 즈음이 되면 좋다.
내 삶을 프라이팬이라고 한다면
게으름 이라는 고명이 있다.
이건 심지어 잘 녹지도 않고 냄비 바닥에 눌러 붙어서
세제로 지워도 잘 지워지지도 않아서 걱정이다.
성실함이라는 고명은 다른 고명들이랑 조화를 이루지 못하긴 하지만
항상 들어간다. 그래서 나라는 음식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가끔 알싸하게 매운 고난이라는 고명이 낄 때가 있는데
냄비에서 숟가락으로 떠내 버리면 그만이라 별로 음식을 망쳐버리거나
할 정도는 아닌 수준이다.
물론 꽤나 매운 태국 쥐똥고추였는지도 모르지만.
맛을 안봤으니 정확하게 파악이 안될 수 밖에.
이렇게 삶의 장애물을 고명이라고 여기고
쉽게 빼버리거나 덜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고
고통의 후유증은 오래 남아 잔상 수준에서도 삶을 어지럽히니까.
아빠의 상실이 독이 되지 않았던 것에 감사하고 싶다.
물론 내 인생 최고의 중대사건이었지만
우리는 가족애로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뽀야가 헛발질 하기는 하지만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망망대해에 올라탄 거대 선박이다.
한쪽 엔진이 고장나긴 했지만 그래도 정박지까지 가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바닷길 선발대가 떠오른다.
우리는 고장난 모터를 교체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영원히 도착지까지 함께 할 거니까.
잠깐 꺼 두었을 뿐이야.
우리는 함께 하고 있고 든든한 느낌마저 들어.
아빠가 잡아놓은 삶의 방향대로 향할 테니까.
걱정마시고 편히 쉬세요.
벌써 고장난 모터를 달고 바닷길 탐험 떠나기 시작한지
182일이 되어가고 있어요.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우리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해요.
그리고 그 날들엔 아빠가 항상 함께 하는 거니까
소외감 느끼지 말기에요?
뽀야, 잘 하고 있는 걸까요?
아빠의 답이 너무 듣고 싶어요.
말로 하면 가벼워진다고 다들 나보고 이젠 그리움도 내려놓고
온전하게 네 삶을 살라고 얘기해요.
하지만 나는 나의 삶에서 아빠를 지울 수 없어요.
어쩌면 살아 계신 때보다 더 자주 아빠를 언급할래요.
왜냐면 자꾸 떠오르니까. 어쩔 수 없죠.
그러고 보니 내일은 대청소날.
아빠 방에 먼지좀 털고 닦고 해볼까나.
지금 내 한 몸 씻기도 버거운데 귀찮은데
이렇게까지 아빠를 생각하는 걸 보면
나도 참 중증이다.
근데 세상에서 씻는 게 제일 싫고 귀찮다.
인간이란 정말 귀찮아....!(머엉)
게으름이라는 고명은 내 삶의 냄비에서
절대 빠져 줄 것 같지가 않다.
제 발로 도망가지 않는다면 안고 살 수 밖에.
그래도 네가 있어 내가 편히 쉰다.
게으름아 대부분 네가 짜증나지만
그래도 나를 조금은 쉬게 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쑥스러우니까 잠깐 냄비 밖에 나가 있지 않을래?
뭐, 어디서 수작이냐고?
헤~ 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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