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버렸다.
마트에 장보러 갔는데 산더미처럼 빵이 쌓여있는 장소를
맨손으로 벗어날 수가 없다.
엄마가 이거 먹고싶다고 그렇게~ 뽀야를 불러대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또 사왔다.
이제 뽀야는 빵 그만 먹고 싶었는데.
가끔 빵이 땡길 때가 있는 거 잘 아니까 말없이 카트에 담는 것이지.
뽀야가 문득 피자빵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대면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같이 길을 나서 주시니까.
그런데 나는 도너츠 보다는 바나나 파운드가 더 좋던데.
아무래도 이 도너츠에서 은은한 버터맛이 나서 그게 자꾸 땡기나 보다.
고소하고 달콤하니까. 커피에도 잘 어울리고.
러닝머신 벨트 근처에서 끽끽 소리가 나서 불안하여 잠시 운동을 멈추고
원인을 살피는 중이었다.
소리가 나면 러닝머신 오일을 넣어주어야 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러닝머신 오일을 주문했더니 하루만에 도착했다.
이걸 뿌리는 것도 일인 것이 러닝머신 벨트 부분을 살짝 올려 거치하는데
어째 불안불안.
그래도 어른 세명이서 어찌어찌 오일을 치고 다시 내리려는데
얘가 단단히 고정되서 내려지지를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빠가 다 해주셔서 이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 때 잘 좀 봐 둘걸. 우리 셋 다 기억을 못해서 이리 끙끙 저리 끙끙하다가
뽀야가 아빠가 지지대를 발로 찼던 희미한 기억을 되살려내서
따라 해보았더니 잘 되더라는 그런 이야기.
부모님이 우리를 위해 하시는 행동들을 그런가보다 하지말고
옆에서 꼼꼼히 챙겨 보고 감사의 마음 전하기.
이게 그렇게 중요하다.
다행히도 러닝머신 오일을 도포하고 나서 공회전 좀 시키고 지켜보자
끽끽 대는 소리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러닝머신 전용 오일이라더니 진짜 좋네.
이걸로 한 다섯달 쯤은 괜찮으려나.
아직 양 많으니까 몇 번 더 뿌리면 되겠는데
혼자서는 못할 것 같아서 답답하다.
기계치 뽀야는 전등도 혼자 못 갈고 러닝 머신 제일 많이 쓰면서도
러닝머신 오일하나 제대로 넣지를 못한다.
해보면 실력이 는다고는 하는데
일상에서 이렇게 무기력한 자신을 발견할 때면
더 좋아져야지. 라기 보다는 좌절하고 자책하는 그런 습관이 붙어서
금방 포기할 것 같은 약한 마음이 치고 나온다.
다음번에는 꼭 도움없이 혼자 해봐야 겠다.
근데 그러다가 사고치는 것 보다는 서로 힘을 합쳐
문제없이 해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네.
오늘도 우리집 김트레이너 님에게 미안한 마음 두 스푼.
그러니까 어제 사 둔 과자를 먹으라고 권하면서
오븐에 구운 도너츠도 꺼내 줄까나.
근데 점심에 고기 구워먹는다고 하던데
위장을 비워놔야 하는 것일지도 몰라.
뽀야도 과자 먹고 싶은데 참는 중이다.
맛있는 점심을 위해.
요즘 아이들은 일상에서 인내심을 배우고 있나?
할 수 있는 일도 참아 가면서 견디는 그런 능력
기르고 있나?
의심스러운 것이 요새 학교를 못나가니까.
집에서는 다들 오냐오냐 키우니까.
그런 기본 예절이 많이 부족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말 살다보면 배워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작은 일부터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새지 않게 하는 방법이
분명 있을 건데 다들 그냥 바가지가 부서질때까지
고치지 않고 쓰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심지어는 부모의 바가지를 아이의 바가지와 교체해버리는 일도 많다.
주말에 펜트하우스 재방송을 보았다.
바가지를 박살내고 있더라.
무서운 드라마였다.
동생이 종이신문을 구독하고 싶다고 한다.
종이 신문이 은근 쓸모가 많다.
식료품 보관할 때도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면 되게 오래 간다.
예를 들어 대파 같은 거.
그리고 전 부칠 때 주변에 신문지 깔아놓는 거 필수고.
유리창 닦을 때도 신문 구겨서 닦으면 아주 좋다.
요즘은 다들 폰으로 구독 하던데
동생은 폰으로 보면 눈아프고 감질맛 나서 싫다고 한다.
고지서도 종이에서 전자식으로 전환 되는 추세인데.
우리집은 아직도 아날로그 감성이 충분하구나.
나쁘지 않다.
조금은 천천히 뒤쫒아가는 것도 여운이 남아서 좋다.
어제 우연히 트위터를 검색하다가
메이플 스토리 ost를 가수 하현우가 불렀다 하여
한번 찾아 들어보았는데
세상에. 이건 게임 ost를 넘어서는 가창력인데?!
사실 이태원 클라쓰 ost인 돌덩이도 하현우로 가수가 정해지자
갑자기 곡을 편곡했다던데.
정말 옥타브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 목소리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것 같다.
너무 좋아서 자꾸 머릿속에 노랫말이 맴돈다.
가사도 희망적이고 너무 좋아.
게임하면서 듣는 다면 몇 시간이고 게임 계속 켜놓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슬라임 잡느라 나무를 오르내리던 그 시절이 그립네.
마법사 였는데. 비싼 완드를 구하지 못해서 앵벌이 하느라고
거대 슬라임이 출몰하는 장소에서 자리잡고 사다리에 매달려 있다가
비키라는 당시 초등학생들의 주장에 힘없이 깨갱 했던
쪼렙의 뽀야였다.
추억의 게임이네.
근데 다시 장시간 단순노동을 하고 싶지는 않구나.
현실에서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주말에는 좀쉬어줘야 하니까.
하면서도 공부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고
소설도 써야 하고 구상할 시간이 필요하고
요새 잠을 좀 설치는 것 같다.
웬일이야~ 세상 잠꾸러기 뽀야였는데!
고요한 일요일 아침에 울려퍼지는 TV소리 앞에서
복권이 당첨됐는지 맞춰보는 두 사람의 입에서는 좋은 소리가 나오질 않고.
세상을 원망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그 모습에
혼자 킬킬대는 뽀야는 뭔가...?!
복권을 믿지 않는다.
그런 거 척척 될리가 없어.
5천원 낭비라고.
그 돈으로 피자빵 사먹는 게 훨씬 낫겠다.
이런 주의라서.
혹시나, 만에하나를 꿈꾸는 분들이 계시다면
일상에 지장 주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재밋거리로 도전하시길.
일요일마다 열리는 초조한 두근댐의 장은
쉬이 사라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