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진은 회색 운동복 차림의 남길, 연장선이다.
앉아서 열혈사제 대본을 읽고 있는 모습.
옛 휴대폰이 책상에 놓여져 있다.
저게 그 모토로라 그거겠지?
대본에 글씨체가 남길의 글씨체인지는 모르겠으나
편지글에서의 글씨를 생각해보면 맞는 것도 같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열심히 보고 있는 모습.
일하는 남자는 멋있지.
특히 신기헀던 건 연필을 펜대에 꽂아서 사용하는 모습.
나는 연필 모양으로 생긴 샤프를 쓰고 있는데.
연필 사각 거리는 소리가 참 좋다.
샤프는 따라갈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감성.
다쓴 연필을 연필깎이로 깎는 것도 좋지만
칼로 깎아내려 갈 때의 그 짜릿함.
글자를 탭이나 패드로 보는 것보다
손으로 만져가면서 볼 수 있는 종이가 훨씬 좋다.
아직은 그러한데.
요즘 흔히들 탭이나 패드를 많이 쓰는 것 같다.
공부에도 그렇고 시상식에서도 진행카드 대신에
탭이나 패드를 쓰는 걸 많이 봤기도 했고.
요새는 접히기도 하니까. 더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동생이 이면지 쓸거냐고 묻기에
무더기로 받아서 내 방으로 가져온 종이의 뒷면은
어떤 극의 대본.
한 때 꿈을 접어야했던 푸른 날개의 주인은.
지금 행복한가...?
생각해보면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
대본을 보면 항상 이면지를 받아 놓던 그때의 가슴 시림이
자꾸 떠오른다.
살면서 대본을 볼 일이 거의 없지만.
남길을 알게 되면서 대본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별표까지 쳐가면서 외워야 되었을 그 대사는
지금도 남길 머릿속에 있을까.
예능에서 가끔 보면 출연작의 대사도 그대로 말하고 그러곤 해서.
배우들은 참 기억력이 좋구나 싶었다.
나는 작정하고 외우는 기억력은 좀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외우기를 말한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게 된다.
이건 아는 형님(2021)에 출연했던 JYP가 말헀던 장점과 비슷하다.
써놓고 달달 외우는 공부는 잘하는데
내가 아침에 뭘 먹었던가, 친구랑 몇 시에 만나기로 했나 이러한 일들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JYP처럼 사람얼굴과 숫자를 매칭해서 외우는 정도의
그런 빠삭한 능력은 아니더라도.
시험 볼 책 한 권 정도는 달달 외울 정도?
몇 페이지 어디에 뭐가 있었다. 이런 거 기억하는 정도.
신경을 써서 외우면 곧잘 외워버린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는 몇몇 가지들은 완전히 관심 밖.
하지만 사람이 모든 일에 신경을 쓰며 살 수는 없다.
그래서 허당이라는 말이 있는 거 같다.
멀쩡해 보이는데 같이 지내보면 얘는 뭔가...? 싶은 구멍을
송송 발견하게 되는 거.
그래서 여행을 잘 안가려고 한다.
내 밑천이 들통나 버리거든.(후덜덜)
남길은 촬영하느라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녔을 텐데.
기묘한 가족 찍을 때의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충북 보은의 핵인싸였다던 그는 근처 절에 매번 가서
108배도 올리고 김치도 같이 담그고
아주 지역 대표인사가 될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붙임성과 스스럼 없음에 감탄이 나온다.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는 한없이 너그러운 편.
그러나 다시 만나게 되면 그런 너그러움은 어디로 가고.
장난과 놀림이 고개를 든다.
그렇게 많이 장난 거는 사람은 아닌데.
내 사람들 한테는 편해서 그런가 장난을 종종 건다.
직업적 특성인지도 모른다.
배우라는 것이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작업이니까.
다른 사람들과 많이 맞닿아 봐야 깨달음도 생기고 하는 만큼.
붙임성이 좋아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지도 모르지.
교사도 그렇다.
눈을 보고 얘기하는 습관이 생긴다.
충고가 길어진다.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하소연이 많아진다.
지나가는 아이들만 봐도 가슴이 뛰고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모여서 수근대면 내 이야기 하는 것 같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나의 주관을 관철하게 되고.
아직 정규 교사가 된 것이 아니라서 상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대충 그렇다.
왜 힘든 길을 가려 하느냐고.
편한 길을 선택해서 가는 게 더 빠르다고.
사람들이 말하지만.
나는 내 꿈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세상이 바뀌어도. 문의 크기가 터무니 없이 조그매도
그래도 언젠가는 열리기에 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거겠지.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남길도 무명시절을 겪으며 탤런트로서 활약하고 있을 때
포기 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김대상이 될 수 있었던 거지.
나 자신은 내가 한 고비만 넘으면 드디어 길이 열린다.
이런 걸 알 수는 없지만.
발달된 촉이 말해 줄 수도 있고
이번엔 될 것 같다. 라는 느낌을 믿고
우직하게 밀어 붙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지금은 내 인생에서 아주 춥고 오랜 가뭄의 시간일지라도.
돌아보면 참 열심이었던 좋은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조금씩 더 나은방향으로 수정해 가며
나아가다보면 종착지가 있겠지.
그 곳에서 환하게 웃을 날을 고대하면서
지금의 평범한 하루를 견뎌내야 하겠지.
그 곁에는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남길도 있고.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과 지인도 있다.
소중한 사람을 소중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점을 잊지 말고 살아가길.
그런 의믜에서 오늘 점심은 돈가스다!
나는 나를 너무나 사랑해.
돈가스는 두 번째로 사랑한다.
'보이나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말정산 (0) | 2021.01.16 |
---|---|
2021 김남길 사진첩 감상기 15 (0) | 2021.01.15 |
눈내린 풍경 (0) | 2021.01.14 |
치실 사용법 (0) | 2021.01.14 |
2021 김남길 사진첩 감상기 13 (0) | 2021.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