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검은 정장.
속에는 하얀색 털셔츠와 목티를 겹쳐입은 남길의 모습이.
진짜 잘어울린다.
옷발이 받는다는 게 이런 것이지.
다른 방향을 쳐다보며 살짝 귀를 만지는 저 포즈도 많이 봤던.
약간 아이같은 표정이 나오는 것 같다.
보통 저렇게 겹쳐입으면 뚱뚱해지는데.
얼마나 말랐기에 이런 핏이 나오는 걸까.....감탄 또 감탄.
왼쪽 사진은 큰 사진이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작은 사진이 실려있다.
저렇게 소매에 속에 받쳐입은 옷이 삐져나오는 저 순간이 완전 좋다.
그리고 셔츠 단추를 꽁꽁 싸매는 것보다 열린 결말(?)이 좋다.
작은 사진에서는 아래를 바라보느라고 남길의 표정은 볼 수 없지만.
그의 광대가 열심히 할 일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중학생 때 학교 음악선생님께 꽂혔었다.
그 시절의 선생님 동경이라는 것이 부농부농하기 마련인데.
나는 좀 츤데레 기질이 있었던 것 같다.
한번도 제대로 하라는 대로 따라 간 적이 없다.
그러다가 마음이 확 기운 사건이 있었으니.
매일 입고오던 정장 차림. 그건 색다를 바 없었고.
갑자기 피아노 앞에 앉더니 발성연습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고 합창부로 향하더니.
이제부터 너는 합창부에 들어가라고.
그리하여 합창부 추가합격생이 되었다.
우리 학교는 미션스쿨이었기에 성가대로 활동을 하게 되었지.
그러면서 단짝 친구도 만나고 파트장도 하면서 음악을 제대로 즐기게 되었다.
우리 학교는 합창부가 유명했어서 교외 대회도 나가고 그랬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음악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전공도 음악이 아니지만.
어릴 때의 기억이란 참 오래가는 것 같다.
그 때 정장을 빼입고 나타나서 내 손목을 잡아끌고 합창부로 향하던.
선생님의 옆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지금은 비록 결혼 하셨지만. 그 때는 미혼이었걸랑.(두근두근)
나도 그렇게 학생의 잠재된 능력을
뽑아 꺼내 쓸 줄아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다짐했었다.
근데 재미난 사실은 그 음악선생님은 현악부 소속이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니 고등학생 때도 현악부에 드럼으로 면접을 보러 갔었는데
떨어졌었다..........
그래서 밴드부 드럼 활동을 했지.
그것도 담임선생님이 내가 하도 맨날 드럼드럼 노래를 부르니까.
동료 선생님께 부탁하여 밴드를 결성하게 되었고.
거기에 드럼으로 가게 된 것이었다.
고딩때의 밴드부 인연으로 지금까지 이어오는 게
일렉기타를 치던 후배 녀석.
성실하고, 도도했지만 내 사람한테는 따뜻한 사람이라.
그런 그녀의 모습을 나만 알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하여튼.
남길도 내 사람에게는 따뜻한 그런 사람일까.
아니면 자기 사랑보다는 친구 쫓아다니기에 바빠서
인연을 외롭게 하는 그런 스타일일까.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르게 만드는
그의 세미 정장차림이었다.
생각해보니까 시상식 자리에서는 항상 양복을 입는데.
진짜 엄청 멋지다.
일단 키가 훤칠하다 보니 양복을 입혀놓으면
정말 자기개성 맘껏 뽐내는 다리며 잘록한 허리며
군살없이 피팅되는 양복이 멋지구리하다.
대학교는 복장이 자유로우니까.
가끔씩 하도 옷을 돌려입어서 입을 옷이 없어지면
까만 정장 상의를 티셔츠에 겹쳐 입고 가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주변 애들이
면접보고 오는 길이냐며 묻곤 했었는데.
그냥 아무 이유없이 옷이 모자라서 입은거라고는 말 못하고.
그럴 정도로 자주 입지 못하는 옷이었는데.
남길의 이번 사진 스타일링도 괜찮은 것 같다.
일상에서 흔히 입을 수 있게 조합한 것 같아서.
얇은 셔츠가 아니라 도톰한 셔츠라
얼굴이 더 아기 같아 보이는 것 같다.
물론 브랜드 가격은 어마어마 하겠지만.
예전에 어떤 친구는 정장 소매에 달린 단추 성애자라고.
그 단추가 너무 매력적이라고 그런 얘기를 헀던 기억이.
그래서 교복 단추 뽑아줄까? 했더니 거절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일본에서는 교복단추를 선물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좋아하는 사람의 교복 단추를 갖는 것이란 엄청 기쁜 일이지.
거의 고백 받은 수준이라고나 할까.
졸업할 때 그렇게 주고 나면 얼레리꼴레리한 사이가 되는 거다.
그런 소재를 가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도 많이 있다.
나의 졸업식은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표정도 굳어있었고 대체적으로 그 시절에는
세상에 대한 반항으로 가득찼던 시기였어서.
사진을 지금 봐도 뚱한 표정에.
게다가 중학교 졸업사진 속 나는 혼자
얼굴 방향이 다르다.
정면이 아니라 사선을 바라보고 멍하니
애틋한 눈빛을 허공에 보내고 있는 모습.
얼굴에 로션도 챙겨바르지 않던 거칠거칠하던 내 학창시절.
덕분에 사진 속에서는 얼굴이 하얗게 빛났다.
졸업사진 전설이라하면 의정부 고등학교 졸업사진인데.
우리때는 그렇게 기발한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저 조금이라도 더 얼굴작고 눈크게. 아름답게 나오기 위해
고데기를 가져오기도 하고. 롤도 머리에 끼우기도 하고.
그 정도였다.
남길도 파란만장한 학창시절 보냈을 것 같아서.
그 시절의 기억이란 미화되기 쉬워서.
뽀야 나이 기준으로
약 10년전의 학교생활이란 또 어떠했을지.
그 시절 속 남길에게 물어보고 싶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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