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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2021 김남길 사진첩 감상기 22

by 뽀야뽀야 2021.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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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길은 청바지 남길이다.

다행히도 청청 패션은 아니었다.

부릉부릉 차에 대한 잡지를 손에 들고 있다.

뒤에는 상당한 책들이 쌓여있는데.

다 영어로 써있어서 검색 의욕을 떨어뜨린다.

책을 펼치고 있어서 의상 상의를 자세히 못보는 게

흠이라면 흠이군.

하얀 양말에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다.

정갈한 복장이네.

 

흰 운동화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다.

나의 하얀 운동화 사건이다.

처음에 살 때는 되게 예뻐서 좋았다.

흰 도화지처럼 새하얀 운동화!

그런데 어느 비오는 날 흠씬 비를 맞고 나서

제대로 말리지 않고 구석에 세워 두었더니.

곰팡이가 신발을 뒤덮기 시작하는데.

무시무시 하더라.

하얗던 신발이 회색에 가까워졌다.

칫솔과 치약으로 아무리 문대도 계속 그대로.

결국 현역에서 은퇴하고 러닝화로 쓰게 되는데.

그마저도 너무 신발이 꽉 끼게 되어서.

유혈사태를 일으키고 만다.

분명 신발 앞코 안쪽은 피로 물들었겠지.

내 발가락이 온통 피투성이였으니까.

다시는 흰 운동화는 사는 거 아니라는 교훈을 주었던.

그래도 메이커 운동화였는데. 이렇게 세균에 쉽게 항복하다니.

그리고 발도 살찌는 것 같다.

이 나이에 키가 다시 자랄 일은 없으니까.

살 때는 분명 낙낙했던 운동화였는데.

비맞아서 쫄아들었나? 왜 작아지는 건지 모르겠다.

 

남길은 발도 엄청 크겠지.

290 막 이런 건 아닌가 몰라.

동생도 발이 엄청 커서.

서로의 운동화를 나란히 늘어놓으면,

항공모함과 모닝~ 같은 느낌이 든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남길의 글이 실려있다.

추억의 한 페이지에 대한 얘기인데.

지금에 와서 과거를 돌아보면 다 추억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포장이 되어버리는 그런 경험들에 대한 믿음 같다.

다시 왼쪽 페이지의 남길을 바라본다.

정색을 하고 카메라를 쳐다보는 남길의 표정이 재미있다.

장미를 LOSE라고 썼을 때 받을 법한 표정.

머리 스타일이 살짝, 자다 일어나서 5:5 아니면 6:4가 된 듯한 

나의 앞머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손질을 한 머리 일텐데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움인가.

머리에도 뭘 쓰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너무 뒤로 밀려나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캡모자를 안쓴 지 꽤 되었다.

나는 벙거지 모자가 좋더라고.

안경을 쓰다보니까 안경 다리 지나가는 자리에 뭐가 얹어지는 게 

참 거슬린다.

그리고 캡모자는 딱딱해. 첫 느낌이 그러했어가지고.

어떤 사람은 모자와 혼연일체가 되다시피 착용하기도 하던데.

예전에 국화도 여행 갔을 때 사진을 보면

챙이 넓은 여행모자를 쓰고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여행은 조금은 슬픈여행.

작은 아버지와 갔던 마지막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TV에서 가끔 국화도 여행 얘기가 나오곤 하는데.

그 때 마다 가슴이 따끔따끔 하다.

지금은 아빠와 만나셨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아빠가 열심히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작은 아버지를 발견했을 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면 아빠의 그리움도 어느정도 해소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든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때를 지금의 생각 기준으로 

말하라면 국화도 여행을 꼽을 것이다.

고기도 구워먹고 별거 없었지만 참 소박하게 즐겼던 

그 당시에는 몰랐던, 지금 생각해보면 이별여행.

사람이 든 자리는 잘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그 때도 참 허전했었던 기억이 있다.

아빠는 그렇게 떠나보낸 작은 아버지를 

한동안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안타까워 했었지.

이제는 아무도 떠나 보내고 싶지가 않다.

너무 괴로워.

눈물로도 채울 수 없는 빈자리만 처량할 뿐이야.

 

오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그런 아침이다.

그런 의미에서 적당히 관공서 여는 시간에 맞춰

우편을 부치고 토스트를 사와야지.

동생이 우걱우걱 잘 먹는 모습을 보면 

내가 다 행복해진다.

우편요금이 얼마일지 몰라 카드 들고 가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영원은 없다.

그렇기에 영원을 꿈꿀 수는 있다.

영원히, 남길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그렇게 멋지게 살아주기를.

이 덕질이 먼 훗날에는 흑역사로 남겠지만.

그래도 지금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임에는 

변함이 없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낀다는 게 참 감질나지만.

그냥 뒤따라 이렇게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많이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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