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남길은 회색 후드티 차림.
대학생 같은 싱그러운 모습.
왼쪽의 두 컷은 주머니에 한손 넣은 귀여운 포즈.
아래를 내려다보며 뭐라고 말하는 듯한데.
아래 컷은 볼펜을 쥐고 뭔가를 쓰고 있는 모습.
가만히 내리 깐 눈은 뭘 보고 있을까나.
오른쪽 페이지의 거대 회색 남길은 뭔가를 보고 멈칫한 모습.
세모 입술이 귀엽다.
앞머리가 두둑히 덮혀있는 이마가 찬란하구나.
길게 쭉 뻗은 목이 애처롭다.
후드티가 좋다.
일단 뱃살이 안보여서 좋다.
앞주머니에 손을 깊게 찔러넣을 수 있어서 좋다.
늘어질 대로 늘어진 모자 끈이 좋다.
조금은 편해 보이는 내 모습이 좋다고 너는 말해주었다.
잊었겠지만. 그 때 그 여름.
만화책을 잔뜩 짊어지고 너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거실에 디비누워
뭔가를 부스럭 대는 너를 기다리면서.
네가 내 머리 위로 스윽 나타나 배보인다며 여며주던 두툼한 너의 두 손.
밖에는 비가왔었는지 들고온 비닐봉지에 맺힌 물방울이 두근두근 시끄러웠지.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은 증발하여 가고 없지만.
지금은 잘 지내냐는 한마디 문자도 나누기 힘들게 멀어져 버렸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지.
네가 스스럼 없이 웃으며 내보인 하얀 이를.
네가 너무 소중해서 소중하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 마음 들키지 말았어야 하는 걸까.
또다시 책을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된 우리는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내 두 뺨에 피어난 붉은 자국을 보며 웃어넘기던 너의 두툼한 두 손.
그 어색이 싫지 않았네.
우리 또 다시 어디에서 책을 두고 만날 것인가.
어린 너의 아이를 키우며 너는 나의 생각을 할까.
철없이 아무데서나 벌렁 드러눕던 내 모습을 기억은 할까.
너의 아이가 벌렁 누워서 너를 찾으면.
그 때의 나의 마음 네가 헤아릴 수 있을까.
지금은 떠나가고 없는 이여.
내 공간 속 너의 부재가 그리운 적이 많았단다.
이제 다시는 편하게 말 걸 수야 없겠지만.
차분하게 내 고통을 더듬던 너의 두툼한 두 손.
떨리는 마음을 숨기고 다시 마주한 너와의 대화.
어찌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너의 묵묵한 경청.
그 무게가 따뜻하여 나는 좋았네.
옛 친구를 그리워 하면서.
남길의 사진을 보고있자면. 그렇게나 아득하다.
어쩌면 체념일까. 그 눈빛은.
뭔가를 말하고 싶은 그 눈망울은 무얼 담고 있을까.
내가 예전에 멋대로 내뱉은 필터 빠진 그 말이.
그렇게나 충격적이었을까.
우리 사이를 가로막은 그 한 마디 말이 그렇게 버거웠을까.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너의 두툼한 두 손을 그리며.
남자가 후드티 입은 모습을 별로 본적이 없다.
동생도 그런 취향은 아니라서 자주 입지도 않고.
그런데 남길은 편한 옷을 즐겨 입는 듯하다.
그의 꼼꼼하고 치우길 좋아하는 성미가 독특하다.
바닷길 선발대(2020)에서의 그의 평소 모습 엿보기는 재미있었다.
그 바닷길 위에서 멀미도 별로 하지 않고.
잠도 많이 자지도 않고. 많이 먹지도 않고.
배려왕 남길이었지.
요트랜드에서 동료를 짓궂게 놀리던 개구쟁이였지.
나라면 한 대 쳤을거야......를 연발하게 만들었지.
이런 귀여운 사람을, 자연스런 모습을 많이 만나보고 싶은데.
항상 말쑥한 차림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 말고도
다른 채널에서 만나고 싶은 남길이여.
소통의 시대이긴 하지만 굳이 힘들게 자기를 다 드러놓지 않고서도.
그 매력이 숨겨지지 않으니까.
천천히 세력 확장하시길.
아련미 돋는 오늘 사진에 너무 주절댄 것은 아닌지.
아니, 이 맛에 글쓰는 거지.
요즘 비상선언 관련 글이 트위터에 많이 보인다.
엄청난 대작에 합류하게 되어 행운이었다.
그런데 아직 런 온 정주행을 못하고 있다.
삶에 치여서. 그런저런 이유로.
임시완에 대하여, 또 관심있어 하는 신세경을 보려고.
단단히 마음먹었는데 또 이렇게 흘려보낼 것인가.
임시완 복습을 해놔야 그의 매력을 더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원래 어떤 사람이 맘에 들면 그 사람 친구도 알아가고 싶어지는 법이다.
이렇게 점점 레이더를 넓혀가면은.
친구많은 남길 따라 모든 사람을 짚고 넘어가게 생겼다.
2021년을 남길의 해로 붙잡아두고 싶은 나와.
열일하는 남길.
그 사이에 뭐가 더 필요할까.
그를 더 엿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는 사진이었다.
촬영 끝났습니다~ 라고 외치면 금세 표정 풀고
댕댕미를 뽐내며 촬영장 여기저기 다니면서
스태프한테 말걸고 카메라 들여다보고 할 남길이 떠올라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흐뭇흐뭇.
나를 건전한 웃음쟁이로 만드는 남길에게.
당신은 나의 웃음 제조기랍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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