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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2021 김남길 사진첩 감상기 30

by 뽀야뽀야 2021.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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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진은 남길없는 남길 사진첩이다.

왼쪽엔 4컷 사진이 오른쪽에는 1컷 사진이 담겨있는데.

샤인머스캣이 담긴 컵과 다 마신 홍차 티백.

몽당연필, 노트와 책이 흩어져 있다.

그리고 내 책상을 문득 보게 되었는데.

정신이 없더라.

책상위에는 세 뭉탱이의 유튜브 원고가 어지러져 있고.

영어 라디오 필기노트와 샤프, 지우개가 올려져 있다.

그리고 막 휘갈겨 쓰는 메모장 용도로 이면지를 집어 둔 뭉탱이도.

그리고 지우개 가루 모으는 종이컵과 필통과 치실 케이스.

지압볼과 펜을 잔뜩 꼽아놓은 컵 2개. 구석에 찌부되어있는 손수건.

먼지 뒤집어쓴 탁상 시계. 왠지 홀로 나와있는 이쑤시개.

책상 모서리에 처박아둔 드럼스틱. 먼지 내려앉은 스피커.

독서대에 걸쳐둔 넥워머.

뭐 아주 정신이 없다.

항상 내 책상은 왜이렇게 가용공간이 좁을까.

고민했는데. 이렇게 된 근원이 나였다.

조금 정리하고 살법도 한데. 그렇지 못하다.

이런 나의 복잡한 기분을 사진으로 보자니 

잔뜩 헝크러져있는 사진임에도 뭔가 승화된 느낌.

차원이 다른 어지러짐이다.

향초도 있는 것 같은데.

향초를 방안에 두는 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불날까봐 무서워서 치워버렸다.

요새 추워서 환기도 잘 안하는데.

내 방에 꾸리꾸리한 냄새가 가득한 게 아닐지.

이 방에 계속 머무르는 나는 알 수가 없다.

 

남길은 깔끔파라서 이런 일하고는 거리가 멀 것 같은데.

왜 이런 사진을 사진첩에 넣었을까?

이렇게 어지러진 일상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

밖에 나가서 신나게 놀고 싶다. 를 외치는 비명인 건가.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필기할 때 옥스포드 노트가 참 좋더라.

종잇장이 얇아가지고 필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사각사각 적히는 종이 재질도 맘에 들었고.

그런데 필기를 마치면 종이가 통통하게 불어나서 

그게 좀 거슬리기는 했다.

요즘같은 시대에 연필을 쓰냐고 많이들 말하는데.

연필이 참 쓰는 맛이 좋은 도구이다.

힘있게 글을 쓸 수 있고 심이 잘 부러지지도 않으며.

다 닳으면 깎아내야 한다는 것도 재미있다.

물론 칼로 깎으면 정겹고 좋겠지만

나는 연필깎이에 넣고 힘차게 돌려버린다.

그러면 엄청 날카롭게 깎여있는 심을 발견하게 되지.

지금은 동생방으로 가버렸지만.

그 연필깎이는 초등학생 시절에 산 것.

게다가 분홍색 기차모양.

그걸 소중히 쓰고 있는 동생.

뭔가 재미있다.

사람의 시선을 엄청 신경쓰면서도

어떻게 보면 또 담담하고.

'인간은 참 재밌다'는 데스노트(2004)의 악마 류크의 말이 공감이 된다.

 

남길은 이렇게 사람 든자리를 남겨놓고 어디로 갔을까?

과일과 홍차를 보면서.

원래 과일은 안 챙겨먹는 편이라. 

홍차는 한 때 열심히 마셨지만 지금은 카페인 때문에 끊었고.

그리고 저렇게 작은 줄기의 샤인머스캣은 누구 입에 붙이나.

한 송이 정도는 먹어줘야지.

소식하는 게 나의 좋은 습관이다.

소식이 무너질때마다 안좋은 소식이 나를 덮치니까.

허리가 뻐근하다든지. 살이 찌면 좋은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조금씩 살이 찌고 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더 가속화 되겠지.

하루에 얼마 만큼의 시간을 운동에 할애하고 계실까 다들?

나는 40분밖에 안하니까. 정말 적은 분량인데도

매일 힘들어서 허덕대니까.

항상 날이 좋아지면, 으로 깔고 들어가는 핑곗거리도 다했다.

동네 근처에 공원이 생긴다고 한다.

이미 임시 개장을 하였다고.

이제 날 풀리면 열심히 산책하는 수밖에 없다.

남길 사랑도 좋지만.

내 몸을 챙겨가면서 해야 오래 좋아할 수 있는 거니까.

방구석 폐인이 되면 안 돼.

 

그래서 마트에 장보러 갈 때가 신나는 지도 모른다.

아이쇼핑도 좋지만

내가 원하는 식재료가 거기에 딱딱 있고 그걸 집어올 때의

쾌감이란.

차곡차곡 쌓여가는 느낌이 좋다.

이런게 물욕이겠지.

앞으로 고기는 2주에 한 번.

주말에는 원하는 반찬 신청을 받고 만들어서.

주중에 반찬 먹기를 실천할 예정이다.

아마도 채소가 가득하게 될 밥상이다.

익숙해져야 해.

그래도 주말이 기다려질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매일이 주말이지만 그래도 주말이 제일 좋다.

왠지 마음이 더 느슨해지는 것 같아서.

이 아까운 시간을 흥청망청 보낼수는 없으니까.

쉬는 것도 계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페이지가 바탕이 초록이라서 싱그러웠다.

확실히 눈이 편해지는 빛깔이다.

이제 과자랑 면이랑 빵은 끊어야지.

연유브레드도 참 좋아했는데.

잠시만 안녕.

그래도 요새 간식을 줄이니까 속이 많이 편해졌다.

세끼 밥이 중요하다고 TV에서도 그렇게나

프로그램도 나오고 열심히 오로지 밥을 위해 일하고 

그런걸 다 보고서도 실천을 못하는 내가

너무 뒤처진 건지. 둔한 건지.

둘다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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