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엄마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이런이런 다큐를 봤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는 것.
처음에는 몰랐지. 이 한 마디가 얼마나 우리를 괴롭힐지.
두루뭉술한 한 마디의 폐해랄까?
일단, 키워드가 없고 방송 시간대만 알고 방송사도 모른다.
망망대해에 쪽배타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고급진 소스가 있으니 한 번 노를 저어보기로.
찾다보니 감동적인 사연이 정말 많았다.
그러다가 레이더에 걸린 프로그램들이 있었으니 바로,
사랑의 가족,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멜로다큐 가족, 인간극장 등등......
결국 친구분이 말씀하신 감동적인 다큐 그 자체를 찾지는 못했다.
그래도 찾는 과정에서 뒷골이 땅겼지만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발견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나 뜬금없었던 정보.
지상파 말고도 케이블에 종편까지 있는 요즘에 방송 시간대만 가지고 프로그램을 찾자니
정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TV편성표 앱이 있기는 하지만 일일이 그 다큐가 맞는지 조합 해 보는 것도 일이었고.
항상 정확함을 강조한다.
뭐든지 잘 모르겠으면 적어두던지 하라고.
그런데 이 말조차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다.
비슷한 일이 또 있었는데 그 때는 음악 찾기 였다.
가사도 모르고 가수도 모르고 음도 희미하다. 그런데 어떤 방송에서 대략 어디쯤에 그런 노래가 나왔었다.
이걸 찾아달라는 거지.
SOUND HOUND도 못해낼 걸.
이런일이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있다.
"왜 그거 있잖아, 그거."
이런식으로 시작되는데 아주 미쳐버리겠다.
왜 그런걸까.
자세하고 선명한 기억이 어떤 필터를 거치면 그렇게 흐리멍덩해지는지 모르겠다.
노화라는 필터겠지만.
레트로가 유행한다고 한다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서글퍼진다.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했던 대답을 또 요구하거나
자주 까먹고
자신의 잘못을 아주 작게 감춰버리려 하고
순간적으로 화를 내고
그래놓고 감당이 안 되고
이런 일들의 반복을 내가 얼만큼 견딜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런 것들을 내가 포용하고 감싸 안을 수 있을까.
그런 방법이 있기는 할까.
시간이 약인가?
내가 똑같은 눈높이가 되어보면 알게 될까?
나는 한지이다.
겉으로는 무척 여려보이지만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
하늘하늘 얇지만 강단있다.
그래도 햇볕에 오래 내어두면 노랗게 세월을 입는다.
그렇게 내가 헤져가는게 싫다.
이리치이고 저리치여서 낡아가는 게 두렵다.
언제 어디에서나 긍정적인 힘이 있어서
그 힘을 따라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지치지 말고 버티기를.
그러다 보면 좋은 날이 또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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