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만들기 쉬워서 자주 해먹는 감자조림.
집에 간장과 설탕 그리고 물엿이 있다면 바로 시도해보시길.
물론 감자가 있어야 만들 수 있겠지.
감자는 어딜 가도 살 수 있으니 한 봉지에 비싸지도 않으니
많이 사다놓고 조금씩 요리해 먹는 재미가 있다.
카레 썰기로 4등분 해주고 한번 물에 전분을 씻어내고
냄비에 담아준 다음 간장과 설탕과 물엿을 넣어 조려낸다.
참고로 가슴을 졸이다 할 때는 '졸이다'지만
감자를 조리다 할때는 '조리다'이다.
이게 매번 헷갈려서 사전 찾곤 하는데 감자조림! 을 기억하면
쉽게 해결 가능한 착각이다.
그리고 깊은 맛을 원하면 다진마늘도 조금 넣어주면 좋다.
근데 마늘 맛이 거슬리면 솔직히 빼도 상관은 없는 것 같다.
뽀야는 익힌 마늘 좋아하니까 많이 넣었다.
이런 기본 집반찬이 냉장고에 있어 줘야 외식을 할 마음이 사라지지.
오늘은 반찬이 없으니까 시켜먹자~! 이런 분위기로 흘러가게 마련이니까.
시간 될 때 되도록 많이 만들고 싶은 메뉴이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이 냉장고에만 들어가면 맛이 60%정도 뚝 떨어지는 것 같다.
물론 다시 데워먹으면 되지만 냉장고 보관->데우기->실온->냉장고
이 과정을 반복하는 사이에 쉬어버리거나 상하게 되므로
조심스럽다.
사실 문어 소시지도 같이 했었는데
뽀야는 따끈한 문어 소시지가 먹고 싶어서 덜어내서 전자렌지에 돌렸는데
먹고 나서 보니 설거지 감이 엄청 늘어나더라.
이건 아니다 싶었다.
냉장고에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보관되는 분리 기능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실온에 그냥 두기엔 불안하니까.
얼마전에 만든 무생채가 얼마 먹지도 못하고 쉬기 시작해서
버렸는데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좀 음식을 간간하게 만들어야 오래가는 것 같아서
다시 새콤달콤함이 식탁위로 돌아왔다.
에이, 영양소 공부 열심히 할 걸.
안 그래도 낚여서 듣게 된 다이어트와 건강이라는 교양수업이 문득 떠오른다.
살 빼는 그런 다이어트라고 착각한 수강생들이 엄청 낚였던 수업이다.
사실은 식단을 어떻게 잘 짜느냐에 관한 영양 수업이었기 때문에.
교수님도 깐깐하고 하여 간신히 A는 받았지만 A+은 얻을 수 없었던
비운의 강의.
시험지도 다 채우고
발표과제까지 했는데 +을 누락하다니 당시에는 화가 좀 났었다.
그래도 졸업 학점이 4.43정도 되었으니 나름 만족은 하는데
막 학기에 교육실습으로 수업을 빼먹어서 전반적으로 학점이 내려가서
그래도 그건 엄연한 교육학 필수 과정인데 수업에 못 들어갔더라도
대책을 마련해 주셔야지 어떻게 학점을 그냥 떨굴 수 있나요?!
라고 하고 싶었으나 교육실습이 A+였기 때문에 잠자코 있었다는
또 슬픈 이야기.
대학생활 얘기하면 정말 끝이 없는데
언제한번 시간내서 얘기 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고
실천이 안 되네.
감자조림을 집을 땐 젓가락으로 푹 찍게 된다.
비루한 나의 젓가락 실력으로는 감자를 집을 수가 없어서.
식탁 매너가 좋지 못한 뽀야.
그래도 스푼과 나이프가 즐비한 그런 식당에 안가면 되는 거니까(ㅋㅋ)
한식이 최고야.
여차하면 다 비벼서 뚝딱 끝내는 그 쿨함이 좋다.
마지막에 뿌리는 고소한 참기름에 외국인들도 반해버렸을 걸.
먹을 때야 면식이 좋은데.
장기적 관점에서 건강을 바라보면
별로 좋지 않지.
그래서 엄마가 반찬을 만들고 있으면 슬쩍 끼어들어 돕고
뭐 하는지 구경하고 옆에 붙어 있고 하는 모든 과정이
귀찮고 다리아프지만 재미있는.
제대로 된 한식은 만드는데도 품이 많이 드는 편이라
쉽사리 일상에서는 시도하기 쉽지 않은데
그냥 문득 전통요리 책을 사서 따라하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구절판이나 신선로 이런거 해보고 싶단 말이지.
갑자기 A단계에서 Z단계로 펄쩍 뛰어오른 것 같은 감이 없지 않지만.
주민센터에 그런 강좌가 생기면 좋겠다.
간단한 가정식부터 시작해서 한식의 대가 요리까지.
쉽게 배워보는 우리집 영양 반찬!
이런 거 안 하려나.....(머엉)
지금은 코로나라 대면 수업 어려우니까 내년에라도 제발.
주민센터 강좌가 알차면서도 비용이 저렴하여
접근성이 좋은데 말이지.
감자조림의 나비효과는 멈추지 않을 거다.
요리에 대한 이 관심이 식기전에 새로운 요리가 또 다가오겠지.
요리하는 여자가 요즘 트렌드니까. 또 기본이니까.
익혀두면 좋겠지.
나중에 독립하게 되었는데 할 수 있는 음식이 라면뿐이라면
너무 슬프잖아.(엉엉)
조미료 사모으는 것도 일이겠다.
MSG 되게 비싸던데.
잘팔려서 할인도 안 하더라.
세상 쓸데없는 게 미리하는 걱정이라고 배웠다.
아빠는 늘 말씀하셨지.
닥치면 하라고.
모든 일이든지 당장 내 앞에 왔을 때 그 때 고민도 하고 열심히 하고
그러라는 뜻이다.
미리 겁먹고 고민하는데 쓰는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다.
요새 엄마가 내가 선생님이 되면~ 으로 시작하는
걱정거리를 안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아직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내가 2차 시험 보러가고 나서부터 걱정해도 늦지 않아, 엄마.
라고 말해도 계속 걱정하시는 것 같다.
딸내미를 하도 주머니에 넣고 키워 오셔서 그런가.
얘를 세상 밖으로 꺼내 놓는다는 게 실감이 안나시는 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나 부모님께 신뢰감을 쌓지 못했나? 싶기도 하고.
스스로 잘 하는 모습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지 뭐.
근데 부모님은 자식이 50대, 60대가 되어도 걱정이 된다고 하던데.
부모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구나.
정말 힘든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갓 부모가 된 우리 친척오빠를 떠올려 보았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 이거 잖아.
이야, 멋진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