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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월남쌈

by 뽀야뽀야 2020.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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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기 지옥에 빠질 수 있는 식사메뉴 월남쌈.

먹는 재미와 달달한 소스가 제맛이지.

일단 고기가 제일 중요하다.

고기 양념은 엄마의 계량없는 슥슥 양념이 최고.

계란지단을 부치고. 썰고.

맛살을 먹기 좋게 찢어 놓고.

파프리카를 채썰고.

당근을 얇게 저미고.

적채를 탁탁탁 썰고.

오이를 삭삭 베어낸다.

 

어차피 다 입으로 들어가는데 

그냥 한입씩 먹고 라이스페이퍼에 고기만 싸서 

소스 찍어 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럴 바에는 요리라는 걸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요리의 본질이 그거지.

그냥 먹을 수도 있지만 굳이 품들여서 

아름답게 조리하는 것.

보다 영양흡수가 빠르게 되도록.

더 먹기 편하도록.

만드는 과정은 쌔가 빠지지만.

 

이게 채소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 3개만 먹어도 

배가 금방 부르다.

완전 식이섬유 빵빵이네.

응아도 잘 나올 것 같아.

원래는 계란도 흰자, 노른자 구별해서 했었다. 처음에는.

파프리카도 노란거, 빨간거 따로 했었다.

근데 하도 해먹다보니 요령이 생겼지.

간략화 한 월남쌈이지만 맛은 변함이 없다.

게다가 노란 파프리카는 어쩔 때는 좀 매워서.

그리고 지단 부치는 일도 쉽지 않아서.

수고를 덜고자 노른자와 흰자를 그냥 섞어서 부쳐버리는 거지.

엄마는 요새 요리지옥에 빠진 것 같다고 한다.

매일 반찬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니.

주부는 힘들다.

워킹맘은 더 힘들다.

손재주가 없는 딸은 요리를 못해서 도움이 안된다.

장을 보러 보내도 하필이면 시든 것만 골라 사와서 

그것도 마땅치 않고.

엄마의 고민이 깊어가는데 뽀야는 항상 해맑다.

[요리 못하면 사먹으면 되지.]

[돈 없으면 사먹지 못하지.]

[돈 많이 벌 거야! 왜이러셔!]

이런 흐름으로 가는 일상의 대화.

 

근데 진짜 요리교실 생겼으면 좋겠다.

주민센터에 말이다.

방송국에 백파더가 있다면 주민센터에는 김시스터가 있다.

아, 누구냐면 나다.

내가 무럭무럭 요리를 배워서 

요리 나눔도 하고 그러고 싶어서.

일단 코로나가 조금 진정이 돼야 하는데 

어째 확진자 수가 좀 섬찟하다.

12월 안에 잡아야 1월에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데.

백팩에 오이랑 당근 과도랑 도마 넣어다니는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예~전에 주민센터 사물놀이 프로그램에 참여 한 적 있었는데.

그때도 엄청 추운 겨울이었지.

곱은 손으로 장구채를 들고 열심히 장구혼을 불살랐었는데

수강생이 점점 줄어 흐지부지 되긴 했어도 

나름 재밌었다.

원래 두드리는 거 좋아해서(드럼사랑)

두드리는 건 원초적 본능에 가깝다.

아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엄마, 아빠를 두드리는 아이들은 늘 꺄르르 웃는다.

집안의 온갖 것들을 파괴하기는 해도 귀엽다.

 

소방 점검을 하는지 아파트 방송이 나온다.

귀를 기울이는데 요새는 다들 청량한 기계음이 나와서

알아듣기 편하긴 한데 뭔가 정이 없다.

가끔 목소리 음이탈 하거나 켁켁 거리는 관리소 직원들의

안내 방송듣는 게 재밌었는데.

요새는 다 디지털화 되어서리.

엄청 편해졌다고는 하더라.

 

기계가 사람을 대체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생각과 감정도 빅데이터를 통해 

대체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인간이 없으면 기계도 안될 거야.

그런 기본 체계가 잡혀 있기에 안심이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돼.

인공지능이 생활 곳곳에서 퍼져가는데

다들 무섭지 않으신가?

나는 면대면이 좋단 말이야.

아날로그 방식이라고.

무료로 프린트하는 것보다 돈내고 창구 가서 일보는 게 

더 좋다고.

아직 이런 사람들도 많을 텐데.

점점 정보격차문제로 인한 불평등과

기계치인 사람들의 수고로움.

이런 것들이 표면화 되는 것 같다.

얼마전에 폐지된 공인인증서를 둘러싸고도

말들이 많았는데.

다들 편해져서 좋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니다.

엄마가 컴퓨터와 핸드폰 기계 만지는 데 서툴러서.

늦은 나이에 새로 뭔가를 배워야한다는 부담감은

재교육을 어렵게 만든다.

편해져 가는 세상속에 뒤처지는, 남겨지는 사람들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월남쌈을 미어터지게 처먹던 지난 날의 뽀야는

이제 결심 했다.

채소 써는 데 어설프지만 동참해 보겠다고

이제는 스스로의 손을 썰지 않을 거라고.

아빠가 보시면 당장 그만 두라고 하겠지만

과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야.(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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