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야는 맛이 잘 안느껴지는 음식에 끌리지 않는다.
예를 들면 콩나물국이나 고사리볶음 같은 거.
황태국도 뭔 맛인지 모르겠는부족한 입맛이다.
동네에 새로생긴 반찬가게가 있어 들어가 보았다.
거기서 덤으로 준 반찬이다.
뽀야의 블로그에는 삶이 들어있다.
그래서 묵은 감정이 익어가는 냉장고 같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그 맛이 그리워 꺼냈을 때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조금은 한발짝 물러나서 보게되는 서늘한 그런 감정들과 마주하기.
오늘도 내일도 내 안에서 태어나는 감정들은 마구 기화하겠지만.
그걸 붙들어 두고싶어 블로그를 한다.
유퀴즈에 시쓰는 환경미화원 아저씨께서 나오셨다.
무려 10명 모임의 털보협회 회장님이시기도 한 분이다.
일 하신지는 23년째가 되었다고.
언어를 연애로 배우셨다고 했다.
약 3천편의 시를 써오셨다고.
젊은날에는 체구가 작아 좌절하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어쩜 너무나 대단하신 분이 아닌가.
3천편이라니...
뽀야는 블로그에 700개도 못되는 게시글 수를 가졌는데.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아저씨의 오랜 필사노트에 휘갈겨 쓴 시들이
화면에 스쳐 지나가는데 기분이 묘했다.
나도 저만큼 열정적이었던가.
처음에는 그랬던 것 같은데.
매일 바쁘게 일하시면서도 펜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은.
그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
살면서 잊혀지기 마련인데.
그런 마음을 소중히 잘 키워오신 것 같아 대단해보였다.
크리스마스 주말 마지막 날.
정말 푹 잘 쉬었다.
많이 먹고 많이 웃고 즐겼다.
비록 주말을 노려서 소설쓰기를 확 땡기려고 한 계획은
무산이 되었지만 행복하다.
요새는 맛있는 거 먹는 게 낙인 것 같다.
뭐, 예전에도 그랬었지만 먹는 기쁨이 남다르달까나.
뽀야는 입이 짧아서 앉아서 한무더기.
이렇게 먹어 치울 수는 없지만.
그리고 어제 문득 본 맛있는 녀석들에서의 한우탕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보는 내내 엄청 부드럽겠다 저 고기......이러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나온 육회가 완전 죽음!
양념육회였는데 진짜 맛있겠더라.
그러고보니 엄마와 육회를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동네에 안팔아서 원정을 갔었다.
버스타고 낯선 동네에 가서 영업시간 전에 처들어가서
사장님을 일하게 만들었었지.
양은 적었지만 맛있었다.
확실히 비싼 값을 하더라.
육회는 고기 질이 좋아야 한다며 엄마와 열심히 우걱우걱.
배의 아삭삭함과 달콤함이.
고기의 참기름 향과 신선도가
입에 넣으면 사르르 사라져 버리는 마법.
새해가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우선, 차타고 멀리 가보기.
지금 내 자리에서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면
혹은 마음을 다잡으면 여행의 효과를 느낄 수 있지만.
사진이라는 증거가 남질 않으니까.
그리고, 대형 서점 둘러보기.
요새 책을 많이 읽고 있는 동생과 같이 말이다.
한쪽에 있는 음반들을 구경하고 싶기도 하다.
덧붙여서, 일하기.
어떤 일이든 내게 꼭 맞는 일을 찾아서
이제는 일하고 싶다.(두둥)
달콤한 휴식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우면서도.
사실 뽀야는 매일이 주말 아니던가.
새삼스럽게 뭘.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놀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습작도 안하고 빈둥빈둥.
이래서 엄마가 곁에 있으면 안 돼.
마음이 약해져서 자꾸 알람을 뒤로 늦추게 된다.
거실에 가서 뜨끈한 장판위에 앉아있으면
사고회로가 멈춘다.
그렇게 재밌는 방송이 하는 것도 아닌데
평소엔 애써 노력해도 되지 않던 집중이 되기 시작.
광고나 뉴스마저 재밌어 버린다.
D-2네. 떨린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내가 나인 건 변함없으니까.
끝까지 나를 믿고 이 끝이 안보이는 경주를
포기하고싶지는 않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 제목이 런 온(2020)이잖아.
계속 달려야지. 판이 깔려있으니까.
이렇게 디데이를 앞두고 마음이 평온한 적이 없었는데.
소설을 쓰고 앉아 있으면 그걸 제외한 세상일들이
되게 작게 보이고 중심에서 바깥으로 밀려난다.
내가 쉽게 포기하지않고 적성에 맞는
그런 자리에 들어갈 수있는 것도 복이다.
그간 나에게 그런 복은 참 없었던 듯하다.
2021년에는 나도 경제인이 될 수 있으려나.
어떤 일을 하든 중요한 것은 '직업'이 아니라 '일'이니까.
분명 일본어와 관련이 있겠지만.
시련이 와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하기에 버틸 수 있는
그런 환경이 갖춰지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욕심인 걸까.
2020년 되었다고 호들갑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훅 지나가려 하고 있다.
힘든 나날이었다. 연초에 계시던 아빠는
지금은 함께 할 수 없게 되었고.
하늘의 별이 되셨다.
밖에 나간다는 일이 자기검열의 시작이 되어버린 요즘.
입을 가린다는 게 생각보다 표정의 관점에서는 답답한 일.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찡그리는지 흐뭇한지. 잘 알 수 없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미세먼지 멎으면
꼭 산책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한없이 걷고 싶다.
익숙한 얼굴들 마주하며 끝없이 이야기 하고 싶다.
각자의 소망이 모두 실현되는 그런 2021년 이면 좋겠다.
평범한 고사리지만 비빔밥에 빠지면 서운한 그런 존재.
그렇게 가끔은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그런 존재이고 싶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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