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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마지막 꽃게

by 뽀야뽀야 202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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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꽃게탕이 유난히 맛있었던 이유가 뭘까?

엄마는 당근을 넣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당근이 푹 익으면 흐물흐물 맛있어 지니까.

똑같은 게를 소분하여 얼려 두었는데 

왜 이번 게는 더 맛있을까?

우리가 굶주린 상태에서 먹어서 그런걸까?

딱히 그렇지도 않다.

'마지막'이라는 것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항상 마지막은 아쉽다.

그런 기분이 음식맛을 돋워주는 걸지도 몰라.

이제 이렇게 푸짐한 게 어디서 또 먹어보려나.

근데 막상 푸짐하게 끓이긴 했는데

많이 발라먹지는 않았다.

귀찮기도 하고.

또 동생이 워낙 잘 먹어서 손뻗기가 미안해져서.

국물과 콩나물 만으로도 꽃게 향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뽀야가 좋아하는 습관들은 전부 다 몸에 안좋다.

국물이 좋거든.

평소에는 콩나물 쳐다도 안 보면서 꽃게탕에 들어가는 콩나물은

대환영 모드로.

 

벌써 12월 27일. 

사실 오늘은 아빠, 엄마의 결혼 기념일이다.

근데 말 꺼내기가 참 그렇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아빠가 안계시는데.

다같이 결혼식 영상이라도 보면서 펑펑 울 것도 아니고 말이다.

트로트가 나 대신 엉엉 잘도 울어주어서 

멍하니 보게되는 것일까.

구성진 가락이 슬퍼도 온전히 슬퍼할 수 없는 

우리의 처지 때문인가.

요새 트로트 프로그램이 넘쳐날듯 한데도 자꾸 보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듯도 하다.

사람의 밑바닥까지(?) 쓰다듬어 주는 노래라서.

 

2021 김남길 시즌그리팅이 30일부터 출고된다고 하던데.

빨리 받고 싶다.

사진 하나하나 꼼꼼하게 눈에 바르고 싶다.

지금도 김남길 사진과 달력이 방 곳곳에 널려있어도.

2021년 제품이니까.

앞에 2021만 같다 붙이면 왠지 달라보이는 그런 기분.

이번에는 잘 움직일 수 없는 우리를 위해

사진 속의 '남길'이 열심히 움직였다고 하는데.

우리 마음에 또 무얼 '남길'지......

 

영어 라디오 노트가 있는데 꽤 많이 쓴 것 같은데도

사용한 흔적은 아직 몇 장 안된다.

하루에 4줄 정도라서 그런가 보다.

노트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공부하면

조금 더 실력이 나아져 있을까?

 

언어는 내 마음처럼 향상되는 게 아니라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거라서.

매일 하지 않으면 뒤처져서.

정말 무서운 녀석이다.

발목잡히지 않게 조심해야지!

근데 일본어를 영어만큼 열심히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벌써 질려 버린 건가?!

이제 입구 부분인데, 어이 그러면 안되지.

행복한 일본어 학습 동산에서 홀로 쓸쓸하게 

풍선을 들고 있다가 쏟아지는 비에 홀딱 젖어버린 내가

놀이동산 사무실에서 물먹어 무거운 인형탈을 벗고

한숨쉬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 것도 없는데 번아웃이 되면 안되지.

누군가 내 등뚜껑을 열고 건전지 바꿔 끼워줘요.

다 닳은 것 같아......(바보)

 

그런데 꽃게를 한번만 더 먹으면 기운이 날 것 같은데.

헤헤, 어떻게 한번 더 안되려나?!

엄마를 쿡쿡 찔러 보지만 대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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