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우리를 갈등 때리게 만드는 음식 결정의 순간.
모두가 우유부단한 사람이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물냉이냐 비냉이냐의 갈림길.
뽀야는 진한 양념 맛이 끌리니까 비냉을 선택했다.
그러고보니 어차피 비냉도 육수가 딸려오니까
결국은 더 진한 물냉이 되는 거잖아?
그래서 비빔 냉면이 좋다.
게다가 고쌈냉면이라서 고기에 냉면을 싸 먹을 수 있다.
아마도 그릴이나 숯 위에서 구운 건지 불향이 살짝 스며있는
달달한 고기 한 점에 새콤달콤한 비빔냉면을 딱!
짬뽕이냐 짜장이냐 라는 관문을 통과한 자들이라면.
비냉이냐 물냉이냐도 쉽게 통과할 수 있겠지.
내가 꼽아본 각각의 장점은 이러하다.
우선 많이 덥다면 물냉을 고르자.
시원한 육수로 더운 몸을 진정시켜야 하니까.
조금 심심하게 먹는 편이라면 물냉으로 하자.
그 가게의 기본 육수가 실려 오는 게 물냉이니까.
맛집이라면 분명 물냉맛도 기가 막힐 거다.
다음으로 나는 진한 맛을 선호한다 싶으면 비냉을 고르자.
다대기가 어떤 맛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맛이 진한 비냉의 특성상 조금 자극적인 맛일 수 있으니까.
집에 어린아이가 있거나 매운 걸 잘 못 먹는 사람이 있다면
물냉이 나을 것이다.
물냉에도 식초와 겨자를 첨가해 좀 더 자극적으로 즐길 수 있으니.
써놓고 보니 더 헷갈리는 거 아닌가 이거...?!
원래 뽀야는 비빔냉면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세상에는 물냉면만 있는 줄 알았어요...!(과거의 나를 반성)
일단 너무 붉고 매워보였기 때문에.
그런데 새빨갛긴 해도 그다지 맵지 않은 양념도 있다는 걸 알게 되고는.
거침없이 비냉에 도전하게 되었다.
원래는 집 근처에 냉면과 보리밥을 같이 하는 가게가 있다.
거기서는 대통에다가 고기를 구워서 냉면에 곁들여 주는데.
처음에는 물냉이 딱 궁합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비냉을 시켰는데. 어마무시하게 매운 거라.
그 뒤로는 비냉을 자제했었지.
그런데 새로 발굴한 고쌈냉면집은 비냉도 그렇게 맵지 않아서 좋다.
우선 처음에는 물냉을 시켜서 육수 맛을 보고 다대기를 조금씩 섞어가며
간을 보다가 이때다 싶은 순간이 오면 비냉을 시키는 게 어떨까.
그게 제일 안전한 방법인 것 같다.
아니면 주문할 때 맵지 않나요? 라고 묻거나 맵지 않게 해주세요. 하면 되지.
그런데 문제가 있다.
대체로 매운 맛이라는게 미식에 가깝기 때문에.
매운맛을 빼버리면 맛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주로 떡볶이의 영역에서 많이 벌어지는 일이긴 하다.
그러면 매운 걸 잘 못먹는 뽀야의 입장에서는 방법이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안 매운 단골가게를 만들어 두면 되지.
요즘엔 한 2~3번만 주문해도 집 주소를
자동으로 등록해주는 가게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뽀야가 자주 넣는 주문 메시지에 냉면무 넉넉히 주세요.
를 빼놓을 수 었다.
냉면의 건더기라고 해봤자 면과 오이랑 계란, 냉면 절임무가 전부잖아.
기왕이면 푸짐하게 먹어야지.
그래서 꼭 주문할 때 무를 많이 주시라고 전하는 편.
냉면 맛이 +100 상승한다.
이제 날이 좀 따사로와 지면 냉면 많이들 찾으실 텐데.
냉면 먹고는 꼭 배앓이를 하는 뽀야는 냉면에 앞서 항상 이것을 하곤 한다.
이것이 뭐냐고?!
바로, 뜨거운 차 마시기이다.
차가운 음식에 놀란 위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꼼수이다.
확실히 차를 마셔주면 온 몸이 따끈해져서, 훨씬 속이 편해진다.
차의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녹차나 홍차처럼 카페인 있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차가 없다면 그냥 뜨뜻미지근한 물도 괜찮다.
그러니 괜히 욕심내서 냉면육수 동내지 말고.
냉면 먹는 앞 뒤로 해서 온수로 몸을 덥혀 주자.
그러면 배탈이 나는 걸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다.
물론 소화제(단골 노루모)를 먹으면 한방에 해결이지만.
그래도 자꾸 몸 아프다고 약 먹어대면 몸에 좋지 않으니까.
아아, 글 쓰고 있자니 또 먹고 싶어지는 마성의 고쌈냉면.
양도 많아서 먹고 또 먹어도 술술 올라가는 젓가락.
한 입 먹는 순간 미소가 딱 지어지는 꿀맛 고쌈냉면.
설마 요즘에 고쌈냉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냉면에다가 잘익은 고기를 싸먹는 것을 고쌈냉면이라고 부르는데.
그냥 고명으로 올라가는 얇은 고기 아니고
불향을 입힌 양념고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화로 하는지 어떤건지는 몰라도 끝자락이 살짝 탄.
불향이 입에서 군침돌게 만든다.
아직 도전해보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고쌈냉면을 강력 추천한다.
다만, 냉면만 먹어도 배부른데 고기까지 먹으려니.
위장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고기를 다먹어야겠다고 호기 부리지 말고.
덜어놓고 조금씩 집어 먹는 것이 어떨까.
나중에 남긴 고기만 집어 밥에 싸먹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이상, 고쌈냉면을 맛있게 즐기는 팁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면 끊어야 되는데.
그래도 모처럼 채식하다가 주말에 특식으로 먹은 거니까.
지나친 면식은 뱃살과 소화불량을 낳습니다.
알아서들 조심하며 면 라이프 즐기시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