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어디에 가지 않아도
김밥이 먹고 싶으면 김밥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행복이 아닐까.
갓지은 흰쌀밥에 참기름과 맛소금 삭삭 뿌려서
저으면 고소한 냄새가 방안에 가득.
그렇게 밥 밑간을 해놓고 속재료를 볶아주면
1차준비는 완료.
이제 김밥을 말아주는 일이 남았다.
이번엔 속이 터진 김밥이 2개 말이가 나왔다.
먹을 때 흩어져서 그렇지 맛에는 지장이 없다.
김밥을 하는 날엔 하루종일 김밥만 먹게 되는 게 장점이자 단점.
뽀야는 소화를 걱정해서 저녁에는 안 먹으려 했는데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시금치는 뺐다.
겨울이기는 해도 혹 만들어 놓은 김밥이 쉬어버릴 까봐.
그리고 동생은 시금치를 좋아하지만
뽀야는 질기고 씹어야하는 모든 것들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오이라도 넣었으면 좋았을까.
김밥에 초록이 부족해 보여서.
근데 내가 일일이 만드는 김밥 아니고 엄마 손을 빌려서 하는
대작이니까. 입도 뻥끗 못하고 옆에서 조수로 거들었다.
김밥하면 여행이지.
이 공식이 성립되기 어려운 우리네 상황이 안쓰럽다.
코로나19의 피해는 커져가고 있고
많은 자영엽자 분들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의료진과 환자분들과 보호자들의 고생
그리고 개인과 집단의 두려움. 등등.
이런 것들이 2021년 새해에는 없어졌으면 좋겠다.
엄마가 정성스레 싸주는 김밥이
설거지도 편하고 수저 씻을 일도 없고 참 편했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수고로움을 보았다.
그러니까. 이정도는 사먹자고. 그렇게 말했더니
오히려 도움이 된단다.
복잡한 요리도 자꾸 해야 잊어버리지 않고 체득하는 법이라고.
생각해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아서 잠자코 있었다.
뭐가 옳고 그른지.
깊이있는 생각에 순간 정지가 된다.
항상 상황의 겉면만 보는 얕은 뽀야는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나는 깊이 있는 사고가 안 되는 사람이구나. 또 절망하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엇갈리는 의견이 뽀야를 조금 지치게 한다.
하지만 되짚어 봐도 동생의 말이 맞을 때가 많다.
에잇, 뭔가 억울해.(어째서?)
왜 이혼 사유에 성격차이 라고 써있는지 잘 알것 같은 요즘.
우리는 너무 달라.
하지만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거 아니고
다르기에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구나.(T.T)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가족 구성원 사이에도 갈등이 많이 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부정적 에너지를 거대한 공간에 버려두고 와야 하는데.
그게 좁은 집 안에서 응축되다보니 싸움이 되기도 하고
서로 날세우기도 한다.
의미없는 신경전을 벌이게 되는거지.
삶이란 참 이렇게나 다양하게도 우리를 매번 깎아내고 다듬는다.
마치 감자칼로 감자를 깎듯이.
아주 연한 속살을 드러낸 지금의 우리는 매우 연약한 상태다.
서로 조금씩 조심하고 배려하면 좋겠다.
지금 이상의 배려가 필요한가?!
배려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거지.
이렇게 대답할 것이 분명하다.
좋은 거 위에는 더 좋은 거.
많아질 수록 좋다.
그런 의미에서 맛있는 김밥을 혼자 3줄이나 처리하신
김 트레이너님에 대한 존경과 거대 위장에 대한 찬사를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