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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김치볶음밥2

by 뽀야뽀야 2020.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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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뚜껑 덮고 볶아 깊은 맛이 난다.

양파를 많이 넣어 매울까 걱정연발하던 엄마의 야심작이다.

저번에 만든 겉절이에 찹쌀 풀을 많이 넣었더니

금방 익어버려서 좋은 김볶밥의 재료가 되었다.

확실히 김치랑 양파는 오래 볶을 수록 맛있는 것 같다.

 

 

김치는 잘랐을 때 3덩이. 왜냐? 3인분이니까.

그리고 양파는 반개보다 조금 많이.

뽀야는 양파를 무척 좋아한다.

고깃집에 가도 양파절임을 어마무시하게 먹는다.

거의 고기보다 많이 먹을 걸?!

뭐 소화를 생각한다거나 그런 깊은 뜻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입에 잘 맞는 것 같다.

양파랑 파가 참 좋다.

김치볶음밥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양파라고 생각하니까

자신이 특별히 양파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많이 넣고 오래 볶아 주자.

 

오래의 기준은 익었다고 그만 볶지 않는 정도로?!

그리고 속까지 푹 익게 뚜껑을 덮어서 익혀주는 시간을 

들이는 것.

그런 수고를 3번 하면 맛있는 김치볶음밥이 된다.

예전에는 집에 김치가 항상 있었으니까 손쉽게 만드는 메뉴였다.

그런데 지금은 김장을 하지 않아서 김치가 아쉬우므로 

쉽게 잘 하게 되지 않는. 김치를 아끼느라 만들지 않는 귀한 음식.

그래도 겉절이를 담가서 다행이다.

엄마가 일을 벌일 때는 그냥 가만히 있지 하는 기분이 든다.

왜 고생고생하면서 또 맛없으면 어쩌려고 김장을 하나. 싶기도 하다.

고생하는 거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이번에는 비교적 가벼운 것들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깍두기, 배추 겉절이, 오이겉절이 이런 거.

엄마는 따로 배운적이 없다는데 음식이 다 맛있다.

특히 매운 거 잘 못 먹는 우리 입맛에 정말 딱 맞는 김치가 나온다.

다른 집 김치를 얻어 먹을 때는 매워서 주로 못 먹게 되는데

아마 집집마다 고춧가루가 달라서 그런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배운 적 없어도 맛있는 그런 김치를 스스로 담글 수 있을까.

아아, 어려울 것  같은데.

아무리 보고 익혁더라도 손맛이 달라서 말이지.

뽀야의 이 작은 손으로 팍팍 무칠 수 있을까.

그래. 사먹자. 사먹는 것도 나쁘지 않아.

돈만 있다면 사먹어도 돼(T.T)

포기가 빠른 사람이었다.

 

아빠 계셨을 때는 매번 재래시장에 가서 총각무 김치며 배추김치, 열무김치를

열심히 사다 날랐지.

이제는 그렇게 많은 양을 매일 먹는 사람이 없어서 

재래시장까지 가지는 않지만.

사실 그것도 수고를 많이 더는 게 된다.

무거운 김치 짊어지고 버스타고 내리고 집까지 걷고 

하는 모든 과정이 다 힘들었다.

가끔 아빠가 시장까지 태워주신 적도 있었지만

그러면 차내에 김치 냄새가 배네 어쩌네 하면서

심적으로 불편했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지 않았다.

우리의 생활 속에 아빠가 짙게 배어 있다.

김치 양념을 젓가락으로 훑어 먹는 습관.

커다란 무를 손으로 집어서 와작 씹어먹는 모습.

김치는 절대 가위로 자르는 게 아니라던 아빠의 붉은 검지와 엄지.

절대 잊을 수도 잊혀질 수도 없는 그런 모습들을.

언제까지 내가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을까.

세월이 지나면 기억이라는 게 녹슬지 않을까.

너무 걱정된다.

지금만큼 아빠를 떠올리지 못하게 될까봐 두렵다.

사실 잊혀져 간다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인데.

자연스러운 건데.

오히려 그런 걸 바라는 사람들도 참 많다.

하지만 아빠는 잊히지 않았으면 한다.

모두의 기억속에서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는데.

다들 그렇게 생각할까?

지금 떠올리는 것은 너무 괴로워서 그냥 피하고

덮어두려고 하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뽀야는 적어도 김치를 먹을 때만큼은 사소한 아빠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다. 또 그럴 것이다.

벌써 아빠 떠난 지 약 180여일이 다 되어 가는데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나.

뽀야는 그 뒤로 많은 것들을 나에게 오롯이 쏟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온화하게 흘러가는 하루.

무탈한 하루가 소중하다.

 

주말은 좀 쉬고 싶었다.

그런데 할 일이 나를 가만히 두질 않네.

자꾸 뭔가를 꼼지락 거리고 들춰보고 기록하고

그러느라 쉼은 멀어져 간다.

마음이 머물러 있지 않으니 몸은 계속 움직이게 되고 

그러면서도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불안해 지고

다들 이 어려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있으려나.

서로 스터디 하면서 피드백 해주면서 그렇게 지내겠지?

여기서 멈춰서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아빠 버프를 받아서 더 잘해낼 수 있으니까.

조금 더 고생 해보자.

그런데 수업실연 연습이랑 저녁에 소설 구상하는 게 

분명 재미있는 일임에 분명한데

왜 이렇게 첫 삽을 뜨기가 귀찮고 무서운지 모르겠다.

진도가 정말 안나간다. 분명 어제 한판 끝내고 오늘 두판째 들어가야 하는 건데

어제 저녁에 다 싹 미뤄버렸다.

쉰 것도 아니고 공부한 것도 아닌.

교과서 분석 자료를 붙들고 엉엉 울고 싶다.

으아. 정말 일에 착수하기가 이렇게나 힘들다니.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건데 여기서 이렇게 무너지는가?!

귀찮다는 말 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 삶은 정말 귀찮은 일 투성이이다.

끝마치고 나면 개운하겠지. 그렇겠지.

 

그리고 카이로스가 너무 재미있고 위험해서 

그 거대한 로고에 깔려 죽을 것 같다.

내가 믿던 모든 것들이 뒤집히고 선과 악이 뒤집히고

흑막이 등장하고 서로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주인공들을 보며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예고를 봐도 실마리가 떠오르지 않는 이 고장난 머리통을 어찌해야 할지.

그냥 가만히 앉아서 1시간 8분 내내 뒤통수를 부여잡는 수밖에 없네(ㅋㅋ)

통수 맛집 카이로스.

그러니까 최종 보스가 누구냐고.

이게 끝이 아닐 것 같아서 말이야.

애리 아버님과 서진 아버님 그리고 피해대책 위원장 이렇게 셋이서

무슨 작당을 했는지.

넘나리 궁금쓰 한 것이다.

언젠가부터 등장인물들의 행동거지나 대사가 너무 치명적으로 변해버려서

누가 완전 범인이야? 이렇게 찾으려 해도 

다 수상하다.(엉엉)

지금은 엉성한 듯 보이는 서도균 팀장도 뭔가 큰 역할 할 것 같고.

주인공 이름보다 더 많이 언급되는 이태뀨!!! 씨도 예상외의 복병이고.

아, 모처럼 정말 재밌는 추리 속에 빠져들었다.

하나도 못 맞춰도 재미있는 카이로스.

기회의 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텐가.

이제 몇 화 남지 않았네.

이야기 과거로 갈 것 같은데 분량 조절 확실히 하겠지.

아아 기대 만땅.

애리, 서진 꽃길 걸어야 할텐데......

아아, 것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경영할 것인지.

고민 좀 해야 겠다.

지금 당장 몸의 피로를 생각해서 조금 쉬는 게 나을지.

아니면 주중처럼 빡세게 공부해야 맞는 건지.

오늘은 EBS 영어 라디오도 쉬는 날이라

맘만 먹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어.

아아....... 일단 이너피스를 위해 영화 한 편 볼까나.

에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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