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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꽃게탕2

by 뽀야뽀야 2020.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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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꽃게 3kg를 주문했다.

꽃게가 오는 시간만을 기다렸다.

점심에 보쌈을 먹긴 했지만 저녁 배는 또 따로 있으니까.

꽃게가 엄청 싱싱해서 손질하는 내내 감탄.

사실 꽃게 손질하는 거 보고 있으면 꽃게한테 조금 미안해진다.

근데 어차피 먹이사슬로 보면 꽃게는 어차피 먹히게 될 거잖아.

그렇다면 그 영양 최대한 살려서 흡수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건 인간의 욕심이겠지.

인간의 천적은 인간뿐이라 다행이구나 싶었다.

아니지, 다행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무섭구나.

꽃게의 희생으로 우리집 저녁식사, 물이 올라 간다.

무를 썰어 국물을 내면서 고추장을 풀어주고 다진마늘도 아끼지 말고 넣고.

고춧가루도 솔솔 뿌리고.

콩나물 잔뜩 넣어주고. 손질한 꽃게를 투하한다.

대파도 팍팍 썰어서 쫙 뿌려준다.

뚜껑닫고 한참 끓여내면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간지르고.

매콤한 기운에 하나둘씩 재채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코로나 시국에 재채기라니 있어서는 안되지만 

이곳은 집이고 엄마와 나 둘이 조리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입 가리고 중문열고 세탁실로 나가서 기침 해야지.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꽃게탕 이거 밖에서 먹으면 엄청 비쌀거야.

그 정도로 꽃게를 아끼지 않고 팍팍 넣었다.

순식간에 싹쓸이 하기는 했어도.

뽀야는 뭐 발라먹고 그런 거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꽃게는 그게 안되더라. 참을 수 없더라고.

일단 살이 꽉꽉 차있고 너무 달다.

한입 깨어 물면 단물이 쭈욱.

엄마는 집게 다리 해체를 시도한다.

동생은 젓가락으로 살만 파서 그릇에 모은다.

먹는 취향도 가지가지.

국물이 또 어찌나 진국인지. 완전 깊은 맛!

콩나물과 꽃게에서 우러난 국물이 아주 끝내줘요~!

여기에 라면 넣으면 진짜 맛있을 거 같은데.

이미 면식과는 낯선 사이가 되려고 하고 있으므로.

게딱지에 밥 말아 먹어야하는데 그걸 깜박했네.

사실 손을 뻗어보니 이미 게는 다 털려있었다.

한 4조각 정도 먹었을까?

이미 끝나있었다.

그래도 꽃게 맛은 지대로 느꼈기에 아쉽지도 않고.

이렇게 푸짐하게 1번 먹은 분량의 곱하기 2가 남아있다.

잘 손질해서 냉동실에 짱박아 놨다.

엄마는 나가서 콩나물 한봉지를 더 사왔다.

축제로구나.

우리 국도 안먹기로 하지 않았나?

그런데 꽃게니까 용서해주자.

고기가 아니면 해산물이지.

사실 둘다 뽀야는 즐겨먹지 않지만

주말이라는 마법이 우리를 해방시킨다.

매일 보던 방송이 아닌 주말 오락 프로그램을 보며

낄낄대는 것도 좋지만 가족끼리

정겨운 옛 이야기하는 게 더 좋다.

트로트의 민족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면서

동생도 사실 학창시절에 판소리 대회에 나간적이 있었다고.

놀랄만한 얘기였는데 게 파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로 배워보고 싶은 걸 얘기 해보는데 재미있었다.

지금 당장은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이라 감질맛 났다.

언젠가 여유가 되면 정식으로 글쓰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

그러면 더욱 정제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사방 팔방으로 튀는 주제도 다듬어지지 않을까.

 

벌써 10시. 

대청소 알람이 울리고 마음이 급해진다.

오늘은 꼭 착착 해야 할 일을 해야지.

근데 벌써 점심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간의 멱살을 잡고 싶다.

꽃게의 붉은 마음을 받았으니 

내 열정에 녹여내서 달콤한 글을 써야지.

그렇게 다짐했다.

와, 진짜 맛있는데 한 몇 번 더 꽃게관련 글이 올라오게 될 것 같다.

즐길 수 있을 때 맘껏 누리는 것도 삶의 한가지 비결이지.

꽃게 파티를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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